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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증언·정책토론
넉달 월급·퇴직금 못 받고
연 1천억 넘는 피해 사례
“체불땐 사업장 즉시 변경 허용을”
29일 서울 중구 국가권익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이주인권단체 ‘이주노동119’ 주최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및 정책토론회\'에서 끔이 파니(21)씨가 자신의 임금체불 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김해정 기자

2022년 12월부터 14개월간 충남 논산의 한 딸기농장에서 일했던 끔이 파니(21·캄보디아)씨의 월급은 지난해 9월부터 들쑥날쑥 지급됐다. 주 6.5일, 하루 9시간 반씩 일하며, 창고를 개조한 숙소 비용을 빼고 실제 지급된 돈은 약 180만원에 그쳤지만 이조차도 못 받았다. 사장은 “금방 돈을 줄 테니 걱정 마라”라고 말했지만, 결국 넉달 반치 임금에 퇴직금을 더해 1300만원을 떼였다. 끔이씨는 생활비로 빌린 300만원의 빚만 쌓인 채 지난 3월 농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및 정책토론회’에서 끔이씨와 같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증언이 잇따랐다. 캄보디아에서 온 또 다른 피해자인 ㄱ씨 사연을 대독한 김혜나 이주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활동가는 토론회에서 “임금체불 진정 20개월 만에 드디어 (고용노동청의) 체불임금 확인서를 받았지만 사장이 불복해 형사·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돈을 받지 못했다”며 “민사소송에서 이겨도 사장이 돈을 숨기면 임금을 못 받고 고향으로 쫓겨나는 경우가 많아 ㄱ씨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의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실태 및 구제를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은 2022년 기준 1223억원으로 2018년(972억원)보다 25.8% 늘었다. 아울러 임금체불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 3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임금체불이 ‘회사의 경영 상태와 무관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업주가 법 위반을 알면서도 체불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37.6%, ‘본인이 외국인 노동자여서 체불했다’는 응답이 35.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에 취약한 이유로 내국인과 달리 공익신고 자체가 어려운 구조를 꼽는다. 임금체불 사건은 피해자 신고에서 시작되는데,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업장 변경이 어려워 임금체불 발생 때 즉시 신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하면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고용주가 임금체불을 신고한 이주노동자에게 허위로 무단이탈 신고해 추방시키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며 “반면 임금체불 미신고 땐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하게 해주겠다고 회유하는데, 누가 신고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더욱이 노동청에 임금체불을 진정해도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를 받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리는데다 내국인과 달리 고용허가제(4년10개월에 4년10개월 연장 가능)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 임금체불 채권 추심을 계속 끌고 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최 변호사는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즉각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고시를 변경해야 한다”며 “피해 이주노동자가 당장에 무임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고 2차 가해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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