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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수억 원대 소송 사기를 벌인 6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소송 사기 혐의로 60대 남성 이 모 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지난 2021년 30대 여성 중증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2억 9,500만 원 상당의 허위 차용증을 만들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혐의입니다.

지급명령은 채무자에게 못 받은 돈이 있을 때 돈을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비용이 적게 들고 신속한 데다, 법원에 출석할 필요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결정되는데 이를 악용한 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자신의 친동생인 50대 이 모 씨 이름으로 중증 지적 장애인인 피해자에게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이 형제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가짜 차용증을 이용해 소송 사기를 공모한 정황이 확인된 겁니다.


KBS 취재결과 형 이 씨는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었습니다.

피해자에게 수년 전 부모가 사망한 이후 물려받은 땅이 있다는 걸 알고 가로채려 한 거였습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현 김성훈 변호사는 "(이 씨가) 상속받은 재산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허위의 채권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지급명령 때문에 피해자의 재산을 뺏길 수 있어서 강제집행 정지와 청구 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없던 채무를 만들기 위해 법원의 독촉 절차를 악용한 것으로 보고 이들 형제를 소송 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최광욱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은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채무자는 2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대응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며 "피해자는 중증 지적장애인으로 이의신청을 진행할 능력이 없었고, 이를 악용해 허위로 돈을 빌린 것처럼 해 지급명령을 신청해 확정받은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이달 초 이 씨 형제를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동생 이 씨는 이후 풀려났습니다. 구속이 적합한지 등을 심사하는 구속적부심에서 제주지방법원이 석방한 겁니다.

■ 동생 이 씨는 왜 풀려났나?


제주지방검찰청은 동생 이 씨가 친형과 소송 사기를 공모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형 이 씨가 주도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동생 이 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는 '중증 지적장애인 피해자에게 실제 돈을 빌려줬고, 차용증도 작성했다'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형의 부탁으로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빌려줬고, 지급명령 신청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구속된 형 이 씨 역시 나중에 '동생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지급명령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동생 이 씨의 공모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형 이 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현재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피해자는 자신에게 지급명령이 내려진 사실은 물론 이를 바로 잡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고민주, 문준영
촬영기자 부수홍
그래픽 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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