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與 지도부 "회담 자체가 퇴색될까 봐"
김기현 · 한동훈 때와 달라진 입장
175석 민주당도 굳이 여당과 힘 뺄 필요 없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영수회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보였다. 집권 여당이지만, 향후 국정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자리를 '패싱' 당하며 체면을 구긴 셈이다. 4·10 총선 참패로 의석수가 적어 입법 영향력이 제한된 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대통령실에 종속적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혀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외에 대통령실에서 3명, 민주당에서 3명이 배석했다. 하지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등 여당 지도부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앞서 의제 설정을 위한 실무 회동 역시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서 소통이 이뤄졌을 뿐 국민의힘은 측면 지원 역할에 그쳤다.

이에 대해 여당 지도부는 야당에 대한 배려였다는 입장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대통령과 민주당의 회담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앞장서고 저희는 보이지 않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도 지난 26일 “민주당이 주장하는 의제들을 가지고 만난다면 저도 여당 대표로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처럼 회담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여당 대표도 참여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 회담 자체가 퇴색될까 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환담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당 출신 용산 참모들... 與, 입지 더 좁아질 가능성



이번 영수회담을 지켜보는 여당 지도부의 태도는 지난 2년간 당 지도부 입장과 배치된다. 지난해 10월 김기현 당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이 대표를 향해 여야 대표회담을 먼저 수용할 것을 역제안했다. 그는 "정말 중요한 민생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어디 엉뚱한 번지에 가서 얘기하느냐"는 논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재명 대표에게 1대 1 TV토론을 거듭 요청하면서, 이 대표의 맞상대는 윤 대통령이 아닌 여당 대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수회담에서 여당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근본적 이유는 그간 자초한 수직적 당정관계에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년간 당대표부터 당 운영 전반을 대통령실 의중에만 맞춰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난해 말 한동훈 비상대책위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야 총선을 의식해 "민심부터 챙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때도 윤심(尹心)을 앞세운 당 내부 여론과 충돌을 일으켰다. 실제 김영우 국민의힘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앞으로 국회에서 주요 법안과 정책협상에 있어서 여당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입장만 살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당 출신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 투입된 것도 앞으로 당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을 키운다. 현실적으로 4·10 총선 참패로 108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175석의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민주당 입장에서도 대통령실과 직거래를 시작한 만큼 굳이 국민의힘과 밀당에 힘을 뺄 필요성이 없어진 셈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5855 "차 빼달라" 여성 무차별 폭행 전직 보디빌더, 검찰 구형은? 랭크뉴스 2024.05.01
15854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 재산 약 33억 신고‥딸 20살 때 성남땅 매입도 랭크뉴스 2024.05.01
15853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하라…134번째 노동절에 외쳤다 랭크뉴스 2024.05.01
15852 공수처장 후보 딸, 20살때 성남 재개발 지역 엄마 땅 4억에 매입(종합) 랭크뉴스 2024.05.01
15851 대통령실 “與野 이태원 특별법 합의 환영… 尹-李 회담 성과” 랭크뉴스 2024.05.01
15850 한·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한국의 오커스 참여 논의 랭크뉴스 2024.05.01
15849 '소녀상 반대' 일본 나고야 시장 "조국 위한 죽음은 도덕적" 과거사 미화 논란 랭크뉴스 2024.05.01
15848 이태원참사 유족들, 여야 특별법 합의에 “아쉬운 부분 있지만 다행” 랭크뉴스 2024.05.01
15847 전국 32개 의대 모집인원 확정… 1550명 안팎 랭크뉴스 2024.05.01
15846 평양냉면 한 그릇에 1만6,000원…커지는 '면플레이션' 부담 랭크뉴스 2024.05.01
15845 서울 도심 ‘3만명’ 세계노동절 대회…“반노동 악행 두고 볼 수 없다” 랭크뉴스 2024.05.01
15844 "이태원 특별법 합의 내일 처리" '그럼 채상병 특검은?' 물었더니‥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5.01
15843 비속어까지···민주당의 국회의장 압박, ‘협치 의장’은 적? 랭크뉴스 2024.05.01
15842 정부 “병원 휴진으로 대란 없었다”…의대 교수 사직 본격화 랭크뉴스 2024.05.01
15841 인천 백령병원 산부인과 의사 3개월 만에 사직…임산부 진료 중단 랭크뉴스 2024.05.01
15840 "다리 아픈데 도와줘"…초등생 유인해 강제추행한 60대 랭크뉴스 2024.05.01
15839 박지원 "박병석·김진표·윤석열 다 똑같은 개XX들" 욕설했다 사과(종합) 랭크뉴스 2024.05.01
15838 원두 수입항이라서 ‘커피도시’?…부산시의 억지 행정 랭크뉴스 2024.05.01
15837 [속보] 중대본 “어제 8개 병원 휴진…외래진료 최대 35% 축소” 랭크뉴스 2024.05.01
15836 정부, 육아휴직 급여 올리고 배우자 출산휴가 20일로 늘린다 랭크뉴스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