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2022년 주주간계약 해석이 관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쓱닷컴)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을 두고 신세계그룹과 재무적 투자자(FI)들 간 법적 분쟁이 발발할 위기에 놓였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자칫 잘못하면 FI들에 1조원 이상의 거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쓱닷컴은 플랫폼 업체들의 몸값이 고점을 찍었던 2021년만 해도 기업가치 10조원을 바라보고 상장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투자 원금을 반환하기도 힘겨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FI들이 당장 다음달 1일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신세계그룹은 남은 이틀 동안 주주간계약 내용을 재검토하며 FI들과 협상할 예정이다. 풋옵션 효력이 인정받고 신세계그룹이 이를 갚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간다면, FI들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보유한 주식까지 끌어다 강제매각할 수 있게 된다. ‘제2의 11번가’ 사태가 벌어지는 셈이다. 신세계그룹이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조 풋옵션 효력 인정 받으면… “못 갚을 시 제2의 11번가 될 수도”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세계그룹과 FI인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매니지먼트는 1조원 규모의 풋옵션 행사 가능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BRV캐피탈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털(VC) 블루런벤처스의 관계사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맏사위인 윤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들 FI는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각각 15%씩 보유하고 있다. 어피너티는 모펀드 ‘Commercial Advantages Limited’에서 출자한 2개의 펀드(Convergent Trade Channels Kft, Commercial TradeGroup L.P.)를 통해 쓱닷컴 지분을 보유 중이다. 마찬가지로 BRV캐피탈도 모펀드 ‘BRV Lotus International Limited’에서 출자한 2개 펀드(Braxa Asia Fund I,L.P., 브락사아시아투 유한회사)를 통해 지분을 들고 있다.

FI들은 2019년 3월과 2022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마트 및 신세계와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중요한 항목은 “2023 사업연도에 SSG닷컴이 총매출요건(GMV) 또는 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수인은 2024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소유 주식 전부를 매수해 줄 것을 대주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만약 FI가 풋옵션을 행사했음에도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대주주 및 인수인이 소유한 주식 전부를 매도할 것을 청구(드래그얼롱) 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계약서상에 명시됐다.

‘GMV 요건’이란 GMV 5조1600억원 달성을 뜻한다. SSG닷컴의 GMV는 2021년 이미 5조7174억원을 달성했으며, 지난해에도 5조7000억원을 넘었다. 또 IPO위원회가 선정한 복수의 IB로부터 IPO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때문에 이마트와 신세계는 “풋옵션이 발생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기인식한 금융부채(약 6000억원)를 제거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반면 FI들은 쓱닷컴이 두 가지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GMV 요건은 중복 계상을 제거할 시 미충족한다는 게 FI들의 입장이다. 가령, 쓱닷컴이 상품권을 팔아서 번 매출액과 그 상품권을 받고 물건을 팔아 기록한 매출액이 중복돼 두 번 계상되며 GMV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FI들은 쓱닷컴이 IPO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받은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제안서는 ‘의견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간혹 발행사(상장하려는 회사)에서 요청하면 증권사에서 상장 가능 여부를 확인해 주는 의견서를 써주기도 하는데, 이는 대표주관 계약을 따기 위해 제출하는 제안서와는 엄밀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컬리 몸값 계산식 대입하면, 쓱닷컴 FI 지분 가치 4000억도 안 돼
FI들의 주장대로 풋옵션이 효력을 얻게 된다면, 신세계그룹은 최소 1조원의 현금을 마련해 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들의 주주간계약에는 풋옵션과 ‘위약매수청구권(디폴트풋옵션)’이 별개의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인수인 측 임원 선임 의무 위반이나 조직 구조의 일방적인 변경 등 주주간계약 내용을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 주식 발행일(2019년 3월)부터 매매거래 종결 시점(FI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거래 종결을 선언하는 시점)까지 연 복리 25%의 이율을 적용해 디폴트풋옵션 행사가액을 정할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고의적으로 GMV나 IPO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려 했다면 풋옵션 행사 가격이 FI들의 투자 원금보다 훨씬 높게 책정됐겠지만, 이번 경우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신세계에서는 풋옵션이 살아있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이번 경우엔 신세계그룹이 FI들에 돌려줘야 할 돈이 원금 1조원뿐이다. 다만 FI들은 물가 상승률과 환차손, 영업비용 등을 고려해 1조원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FI들에 1조원을 돌려주는 게 절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들의 지분 30%의 가치가 1조원이라고 가정하면 SSG닷컴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쓱닷컴의 몸값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유사 기업인 컬리는 지난해 GMV 2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시가총액이 6500억원에 불과하다. 즉 GMV 배수가 0.23배에 그치는 셈이다. 이를 쓱닷컴에 대입하면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에 불과하며, FI들의 지분 가치는 4000억원이 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시장 상황 때문에 쓱닷컴은 IPO를 추진할 수도 없다. 실제로 쓱닷컴은 2021년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몸값 10조원을 기대하며 상장을 준비했지만, 현재는 작업이 ‘올스톱’된 상태다. IPO를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까지 협상… 계열사 지분 매각 속도 낼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라도 1조원이나 되는 돈을 한 번에 돌려주기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단 FI들과 협의 중이니 내일(30일)까지 양측 입장을 원만하게 좁힐 수 있도록 해보고, 협의가 불발된다면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신세계그룹과 FI들이 협의하지 못한다면 양측은 법정공방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 입장에선 FI들에 1조원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유 중인 쓱닷컴 지분을 FI들에 의해 강제 매각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때문에 회계법인을 선임해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데([단독] 이마트, 계열사 지분 일부 정리 착수… 스타벅스·노브랜드가 후보), 업계에서는 그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소수지분 매각 가능성이 가장 큰 계열사는 스타벅스로 알려졌다. 그 외에 신세계푸드, 노브랜드사업부, 이마트24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5745 바닥 없는 엔저의 역습…"송금 못해요" 日 취업 한국인 한숨 랭크뉴스 2024.05.01
15744 주민증 발급 때 ‘열 손가락 지문’ 아직도 찍어야?···헌재 “합헌” 랭크뉴스 2024.05.01
15743 법정 선 오재원, 판사가 직업 묻자 "야구학원 선생님이었는데…" 랭크뉴스 2024.05.01
15742 "관상용 아닙니다"…엄연한 마약 '나도 양귀비' 1천609주 압수 랭크뉴스 2024.05.01
15741 “윤, 역대 첫 ‘집권이 곧 레임덕’ 대통령…이제 2개의 길 있다” 랭크뉴스 2024.05.01
15740 신원식 "한국·호주 2+2 회담서 오커스 협력 가능성 논의"(종합) 랭크뉴스 2024.05.01
15739 광주형일자리 결국 파국으로…캐스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 '무노조' 원칙 깼다 랭크뉴스 2024.05.01
15738 옆동 아저씨, 알고보니 성범죄자… 불안해도 ‘묘수’ 없다 랭크뉴스 2024.05.01
15737 "제발 살려달라" 스님도 3억 뜯겼다…개그맨 사칭한 '투자 리딩방' 피해 일파만파 랭크뉴스 2024.05.01
15736 일본에서 붙잡힌 20대 한국인…50대 부부 시신 훼손 혐의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5.01
15735 "작업복을 왜 입어?"했는데 벌써 '1조 시장'…패션업계 꽂힌 '워크웨어' 랭크뉴스 2024.05.01
15734 박지원 "김진표 의장 개XX, 윤석열과 똑같은 놈" 막말 논란 랭크뉴스 2024.05.01
15733 '주민등록증 열 손가락 지문 채취'에 헌재 '합헌' 유지 랭크뉴스 2024.05.01
15732 "커피 마시고 싶은데 카페인 무서워서"…스벅 '디카페인 커피' 1억잔 돌파 랭크뉴스 2024.05.01
15731 아빠 출산휴가 20일로‥'부동산 연금화' 세제 혜택 랭크뉴스 2024.05.01
15730 “육아휴직 중인 영양사는 이기적 집단”…경찰서 구인공고 답변 내용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5.01
15729 남성 출산휴가 10일→20일 확대 추진…육아휴직 급여 인상 랭크뉴스 2024.05.01
15728 내국인 인력난에 "항공기 부품제조 마저 외국인 투입" 랭크뉴스 2024.05.01
15727 여야, 근로자의날 메시지…윤 대통령 “노동의 가치 반드시 보호” 랭크뉴스 2024.05.01
15726 지역 커뮤니티에 욕설 쓰는 이웃, 알고 보니 성범죄 전과자 랭크뉴스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