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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앵글로 아메리칸의 로스 브론세스 구리 광산에서 한 노동자가 구덩이에 있는 드릴 장비 근처를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구리 가격이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으로 인해 2년 만에 처음으로 톤(t)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공급 부족’의 전망이 유지되는 한 구리 가격 강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장중 톤당 1만31.50달러에 거래됐다. 구리 가격이 1만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구리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t당 1만845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구리 값의 상승 요인은 지난해 말부터 구리 수요가 급감하면서 구리 광산 쟁탈전이 벌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초 호주의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BHP는 구리 광산을 노리고 경쟁사인 영국 광산업체 앵글로 아메리칸에 인수 합병을 제안했으나 앵글로 아메리칸은 BHP의 인수 제안이 “매우 매력적이지 않으며 기회주의적”이라며 이 제안을 거절했다.

앵글로아메리카는 런던에 상장됐으나 1917년 독일 출신 창업주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설립한 기업이다. BHP는 앵글로아메리카가 보유한 칠레와 페루의 구리 광산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BHP가 인수 합병에 대한 추가 제안을 고민하는 사이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이 지난 26일 앵글로아메리카 지분 2.5%를 확보했다는 공시자료를 발표했다.

구리 값의 상승은 복합적이다. 올해 들어 구리 값은 현재까지 12% 상승했다.

첫째는 구리 공급의 위축이다. 파나마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캐나다 광산기업인 퍼스트 퀀텀 미네랄이 보유한 코브르 파나마 구리 광산에 대해 20년간 부여된 운영권을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광산 운영이 중지되면서부터 구리 값의 반등 전환이 시작됐다. 해당 광산의 연간 구리 정광 생산량은 약 40만 톤이며, 이는 2024년 구리 정광 전체 생산량 추정치의 1.7%에 달한다.

삼성증권의 김도현 애널리스트는 “수급 불균형 정도가 조금만 엇나가도 금속 가격 변동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1.7%에 달하는 구리 공급이 없어지는 것은 단기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크게 야기할 수 있기에 구리 가격은 이 때부터 바닥을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2023년 10월 글렌코어는 호주 2위 구리 생산량을 기록하던 마운트 아이자 구리 광산 3개를 정광 고갈을 이유로 2025년 말까지 점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2023년 12월 미국 광산업체인 앵글로 아메리카는 2024년 구리 정광 생산량을 2023년 대비 4.4-11.6% 감축한 73-79만 톤, 2025년 생산량은 2024년 대비 5.3% 감축한 69-75만 톤을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둘째는 중국 구리 제련 업체들의 생산 감축 합의다. 지난 3월 초 중국 CNMC가 보유한 잠비아 챰비시 구리 제련소는 올해 생산량을 2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이 제련소가 연간 제련하는 구리 공급량이 약 25만 톤 수준이기에, 20% 감축 자체가 2024년 글로벌 전체 제련량 추정치를 0.2%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2024년 3월 중순 중국 19개 구리 제련업체들은 생산 감축을 논의했으며, 그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약 5~10%의 생산량 감축 목표가 제시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전체 제련량은 글로벌 전체 제련량의 약 50%를 차지하고, 상위 13개 업체들의 비중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제련업체들의 감산은 글로벌 전체 구리 제련량을 최소한 2%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소비의 증가다. 구리는 전기차, 태양열 패널, 풍력 터빈 등 재생 에너지 전환에 두루 쓰이며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구리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지표 회복과 미국의 제조업 경기 회복도 금속 수요 회복에 기대감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구리값의 랠리를 전망한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지금보다 420만t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말에는 구리 가격이 1t에 1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김도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조업 경기와 통화정책은 장기간 구리의 가격을 좌우해 온 핵심 변수”라며 “서서히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을 내비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태도가 구리의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구리 광산/제련기업들이 연이어 감산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발생하는 중”이라며 “단기적인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 수요 회복의 강도가 주목해야 할 변수”라고 짚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 급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관망세로 구리 가격이 숨을 고를 수 있으나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공급부족’ 전망이 유지되는 한 구리 가격 목표도 톤당 1만1000 달러로 유지한다”며 “AI 열풍과 맞물린 SHFE 재고 감소세가 가시화되면 구리 가격은 톤당 1만 달러를 상회하는 강세 랠리를 지속 가능해 사상 최고치(2021년 1만8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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