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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지속 증가... 모형책도 열풍
"책의 이미지만 각광... 구매는 안 해"
정보 습득은 유튜브로, '장식용' 전락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책방에 오래된 책이 쌓여 있다. 이서현 기자


"
이제 소품이 돼 버렸네요
."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책방. 성인 남성 키보다 몇 뼘은 높이 쌓인 책들 사이에서 김모(69)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50년 넘게 서점을 운영해 온 김씨는 책이 책이 아닌 시대가 됐다고 했다. 2010년대 중반 잠깐 책방 열풍이 불기는 했다. 자치단체도 골목 책방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책의 부활은 아니었다. 손님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으러 서점에 들렀다. 김씨는 "인기가 없는 책들이 팔릴 땐 영화촬영 소품으로 쓰이는 것"이라며 "책이 '장식용'으로 전락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지면서 책은 갈수록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종합독서율이 역대 최저치를 찍은 것만 봐도 설 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최근 다양한 개성으로 무장한 독립서점이 수를 늘리고 있다 해도, 사실 책이 목적이 아닌 굿즈(관련상품), 음료수 판매 등 '책이 있는 공간과 이미지'를 소비할 뿐이다. 책이 천덕꾸러기가 돼 버린 우리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독립 책방 늘지만... "SNS 놀이터"



출판업계 침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독립서점은 분명 분발하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국서련)가 발간한 '202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서점은 2,484곳으로 2021년(2,528곳)보다 44곳(1.74%) 줄었다. 반대로 주식회사 '동네서점'이 펴낸 '2023년 동네서점 트렌드'를 보면, 독립서점은 지난해 기준 884곳으로 집계됐다. 전년도(815곳) 대비 69곳 늘어난 수치다. 한국서련 관계자는 "대학 구내서점, 대형서점 등 전통 서점들은 사라지는 반면, 독특함을 앞세운 독립서점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종합독서율 추이·국내 독립서점 수.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렇다고 독립서점이 '책 안 읽는 시대'의 희망이 된 건 아니다. 서울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이 많다"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서점 관계자 B씨도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 때문에 인테리어 소품에 더 신경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아예 커피, 굿즈 수입에 의존하는 책방도 적지 않다. 문패는 책방인데 정작 주인공 책은 변두리로 밀려난, 주객전도인 셈이다.

최근 모형책이 인기를 끄는 것도 책을 멀리하는 시대상과 무관치 않다. 모형책은 과거 음식점이나 촬영 현장 등에서 주로 쓰였다. 그러나 이제 1인 가구, 신혼집 인테리어에 없어서는 안 될 소품으로 자리 잡았다. 책이 지닌 '지성적 느낌'을 인테리어에 부여하고 싶은데, 진짜 책은 너무 비싸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모형책을 선호하는 것이다. 새 집으로 이사를 앞둔 이모(33)씨는 "무드등 아래 둘 모형책을 두 개 샀는데, 남들한테 '있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며 만족해했다.

유튜브로 독서를?... "주체적 사고 못 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책방 앞에 책이 쌓여 있다. 이서현 기자


대중은 그간 책이 줬던 정보를 온라인 발품을 팔아 얻고 있다. 서울기술연구원이 2022년 시민 1,037명에게 물어봤더니 10대 응답자의 19.6%가, 20대는 13.5%가 유튜브 등 동영상 시청을 '독서'라고 생각했다. 책 한 권을 지루하게 읽을 필요 없이 내용을 쉽게 요약해주고 해석까지 곁들여 주는, 친절한 영상 채널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전문 인문학 서적을 유튜브로 공부 중인 직장인 김모(27)씨는 "시간도 없고 에너지를 소모하기 싫어 취침 전 유튜브 요약본을 주로 본다"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성인 독서율마저 역대 최저를 기록한 상황에서 계속 쪼그라드는 책의 위상은 그래서 더 아쉽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성인 비율(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1994년 첫 실태조사를 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아져 책이 소외받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유튜브는 단층적 정보만 전달할 뿐, 주체적 사고를 돕지 않기에 책을 우리 삶에서 내몰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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