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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보상으로 받은 해외상장 주식
국내 증권사 아닌 해외기관서 매도
3월 관련법 개정으로 과태료 면해
당국 "탈세의도 없는것 확인" 불구
일각 "사실상 특혜···이례적" 지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쿠팡 임직원들이 성과 보상으로 받은 자사 주식을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매도해 무더기로 금융감독원의 과태료 처분 대상에 올랐다가 이를 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부여받은 해외 주식을 국내 증권사를 통해 팔도록 규정한 기존의 시행령을 개정해 외국계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도 허용하면서다.

2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쿠팡 임직원 수백명은 지난해 외국환거래법 등 규정 위반으로 적발됐다가 지난 3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풀려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쿠팡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계 기업 임직원들도 무더기로 과태료 처분 대상 등 위규 사항으로 접수됐지만 조사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세금 탈루 등 의도적인 범법 목적이 없었던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RSU와 스톡옵션으로 받은 해외 주식은 근로소득세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종전의 외국환거래법과 자본시장법 등에 따르면 국내 임직원이 해외 본사로부터 받은 RSU·스톡옵션 등 해외 주식을 매매할 경우 국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거나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할 경우 국내은행에 해외 예금을 사전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금액에 따라 과태료, 경고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은 해당 법이 적용되던 지난해 국내 거주 임직원 2명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처분 등을 내렸다. 이후 규정 위반 사례들을 추가적으로 들여다보던 중 행정 처분 대상자가 최소 수백명에 이른다는 것을 파악해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대다수의 국내 임직원들이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매매가 규정 위반임을 몰랐던 점 등을 확인하고 금융위원회에 관련 사례들을 공유했다. 당시 쿠팡은 임직원들의 RSU 거래가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앞서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강한승 대표이사를 비롯한 물류센터 직원 등 임직원들에게 총 1000억 원 규모의 RSU를 지급한 바 있다.

강한승 쿠팡 대표. 사진 제공=쿠팡



시행령 개정에 따라 △외국인 투자 기업에 근무하면서 성과 보상 등으로 취득한 본사 주식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에게 상속·증여받은 해외상장 주식 등에 대해서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서도 주식을 매도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지난달부터 시행됐고, 자연스레 쿠팡 임직원들도 과태료 처분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위원회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 후속 조치로 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이례적인 편의 봐주기”라는 지적과 함께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 드는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는 조치”라는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식을 국내 증권사로 예치하려면 증권사에 신청만 하면 돼 과정 자체가 어렵고 복잡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스톡옵션과 RSU 제도의 취지가 ‘능력·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을 고려했고, 주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은 시행령 개정 이전 기준 행정처분 대상자 중 쿠팡이 아닌 다른 외국계 기업 임직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쿠팡의 ‘어쩌다 특혜’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대기업 총수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서도 역차별 의혹을 받고 있다. 쿠팡은 2021년 자산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당시 자연인인 김 의장 대신 법인인 쿠팡Inc가 총수로 지정됐다. 외국인에 대한 총수 지정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논란이 일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볼 만한 실체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미국과의) 통상 이슈 때문에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던 만큼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외국인에 대한 동일인 지정 기준을 구체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지만, 개정 절차 등을 감안하면 5월 다가올 총수 지정 전까지 입법을 완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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