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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교육 : <4> 아이 성적으로 불거진 부부 갈등 해소법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자녀 지능, 모계 유전 영향 크지만
유전 외 환경 요인도 무시 못해
입시 상담·설명회, 함께 참가해야




Q :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내신 성적이 저조한 아이가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 모집에 전념'하거나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내신 성적 세탁을 위해 '다른 고등학교로 재입학 또는 재취학을 하고 싶다'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불거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이 아이 성적이 좋지 않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거죠. 남편은 ‘아이 성적이 좋지 않은 건 다 네 탓’이라며 제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합니다. 안 그래도 아이 성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남편과의 갈등까지 이중고에 시달려 너무 힘듭니다.


A :
의뢰인의 경우, 큰 문제를 두 개나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아이의 자퇴 문제요, 하나는 부부간의 불화다. 후자는 특히 부부간 학벌 우열이 존재하는, 아버지가 명문대를 나온 고학력자이거나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자주 보이는 유형의 부부 갈등인데 생각보다 비슷한 사례가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후자의 부부 갈등에 주목하고자 한다.

대부분 엄마는 자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강도로 성적에 책임감을 느낀다. 전업주부라면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는 꽤 많기도 하거니와 대체로 결론도 비슷하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자녀의 성적에 책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필자가 초·중·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 교육과 입시 강의를 진행하면 객석의 80~90%를 엄마가 채운다.

지난 4월 9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의대 모집정원 확대, 향후 대학입시 영향력 긴급 분석' 설명회에서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인천=뉴시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자녀의 성적을 엄마가 온전히 책임져야 할까? 혹자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아이의 공부 지능은 엄마를 닮으니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1994년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연구 결과, 지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엄마의 IQ로 나타났다. 또 보도된 여러 과학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지능 유전자는 X염색체에 있다. DNA를 갖고 있는 건 세포핵과 미토콘드리아뿐인데, 미토콘드리아 DNA(mtDNA)는 부계가 아닌 모계를 통해서만 전달된다고 하니 '엄마의 지능이 아이 지능으로 연결된다'는 말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으로도, 유전은 모계 우위이고 부계는 뒤로 밀린다.

그러나 생물학적 유전 요인이 아이 성적을 좌우하는 전부는 아니다. 자라는 환경이나 학습 태도 형성 등 후천적 요인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능은 비단 문제 풀이 능력만이 아니라 집념, 끈기, 감정, 직관력 등 성장 과정 속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감정이나 직관력은 아버지 영향이 크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아빠가 자녀에게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관심은 행동으로 나타날 때 빛을 발한다. 아빠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부부 갈등을 줄이는 일이요, 더불어 아이 성적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대학 선택에 영향을 주는 대상


그래서 필자는 '입시 설명회에 부부가 함께 가시라'고 권한다. 정보의 부재는 갈등의 싹이 된다. '입시를 알면 알수록 어렵다'는 것을 아버지들이 몸소 느껴야 한다. 그래야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고 아내를 질책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뼈저리게 알게 된다.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이해의 출발점은 서로 알아 가는 것이다.

입시 설명회 외에도 부부가 같이 다녀야 할 입시 현장이 많다. 담임교사 상담, 등하교, 학원 라이드도 부부가 함께 해보자. 시기는 자녀가 어릴수록 좋다. 입시 현장을 함께 누빈 부부는 자녀 교육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드물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 교육을 아내에게만 맡겨버린다면 아이 성적도, 그로 인한 부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한다. 뭔가를 이루려면 거기에 대한 노력이 수반돼야 함이 당연하다.

과거에 '자녀 대입 성공의 3대 비결'로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란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번진 적이 있다. ‘아빠는 자녀 교육에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사실 아빠의 관심과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행동이야말로 자녀 성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최근 학부모 사이에서 '성적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경기도 모 국제고등학교에 특강을 하러 갔다. 그런데 다른 학교 특강과는 달리, 아버지들이 꽤 많이 참석했고 특강 내내 아버지들의 몰입도도 매우 높았다. 이런 점이 자녀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필자가 여고 교사였던 시절, 대입 원서 상담을 하러 왔던 한 아버지가 자녀의 저조한 성적을 보고 낙담하며 교무실을 나서자마자 화단에 주저앉아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원서를 쓸 때가 돼서야 비로소 자녀의 성적으로는 진학할 대학이 여의찮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와 "선생님 같으면 어찌하시겠냐?"고 묻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 아버지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의뢰인의 남편은 아내와 아이에게 성적 책임을 돌리고 질책하기보다, 스스로 입시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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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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