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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경찰서는 50대 여성 김모씨를 폭행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연합뉴스
“이사비를 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주민센터 공무원의 얼굴을 때린 민원인에 대해 경찰이 12일 만에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 공무원이 처벌을 주저했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인의 횡포가 거칠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후속 피해를 꺼린 나머지 법적 대응을 꺼리는 사례가 발생한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50대 여성 김모씨의 폭행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24일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11시쯤 서울 화곡동의 한 주민센터에서 공무원을 폭행하고 난동을 피운 혐의를 받는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주민센터 찾은 김씨는 30대 공무원 A씨에게 “4월 17일날 이사도 가고, 통신비 160여만원도 밀려 있으니 이사비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씨는 정당한 지급 사유가 없어 거부했고, 이에 격분한 김씨는 고성과 함께 욕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공무원들이 김씨가 폭언을 하는 동안 동영상을 촬영했고, 김씨에게 “이렇게 나오시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경고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동영상 촬영이 끝나자마자 A씨의 뺨과 머리를 2차례 때렸다고 한다. A씨는 김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 건강이 악화될 정도여서 법적 대응을 하면 김씨에게 추가로 시달릴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처벌 불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현장에서 김씨를 훈방 조치했다.

김씨는 지난 12일 주민센터 별도 공간에 마련된 상담실에서 30대 공무원 A씨에게 “17일날 이사도 가고, 통신비 160여만원 밀려 있으니 이사비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찬규 기자

강서구청 노동조합은 사건 이후 악성 민원 근절 차원에서 A씨를 설득해 고발에 나섰다. 동료 공무원들은 A씨를 도왔다. A씨 동료 공무원에 따르면, 김씨는 해당되지 않는 현금성 지원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난동을 피우는 등 지역 행정센터에선 이미 ‘악성 민원인’으로 꼽힌 상태였다. 동료 공무원 10여명은 “민원을 거절하면 전화를 반복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김씨 악성 민원에 시달려 링거 맞는 직원도 있다” 등의 취지가 담긴 자필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폭행을 당한 A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치료 중이고 출근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엄정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9일 공무원 노조, 서울시청 앞 ‘악성 민원 근절’ 집회
전국공무원노조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공노총)은 오는 29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인근에서 악성 민원 관련 공무원 처우 개선 집회를 연다. 공노총이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7061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61명 중 84%(5933명)가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76.3%(4528명)는 “악성 민원에 대한 기관 차원의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김포시 9급 공무원 A(39)씨는 생전 인터넷 카페 등에 실명이 유출됐다. 지난달 7일 김포시청 앞에 마련된 A씨의 빈소. 김포시 제공

악성 민원인에 신상정보가 유출된 김포시 공무원이 지난달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현장 공무원 사이에선 달라진 게 없다는 분위기다. 한 강서구청 직원은 “최근 구청 내 민원실에 흉기를 들고 온 악성 민원인이 있었다”며 “법적으로 대응하면 구청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니,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달래 내보냈다”고 전했다.

악성 민원인 법적 대응이 어려운 이유는 2차 보복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관련 단체장 눈치를 보는 정치적 이유도 있다고 한다. 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지자체장 소속 정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4·10 총선 기간 지자체가 악성 민원인의 눈치를 봤다”며 “주민센터 내 안전요원 배치하고, 악성 민원 대응팀을 구성해야 한다. 행정기관 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대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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