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경제]

의정(醫政) 갈등이 전공의 집단 사직 11주차가 되도록 해결 기미가 없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1일 초강경 차기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출범까지 겹치며 ‘첩첩산중’이다. 차기 의협 회장은 28일 증원 백지화 없이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했고, 의대교수들은 이번 주부터 주 1회 휴진에 들어가는 등 강경대응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출구 없는 ‘강대강’ 대치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환자 불편 등 피해만 키우고 있다.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당선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현택 차기 회장 “의대 정원 증원 등 죽을 각오로 막을 것”


의협은 28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2월부터 시작해 온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마무리하고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임 당선인은 이날부터 실질적으로 활동을 개시하게 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선인 인사를 통해 그간의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백지화’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그러면서 “정부는 사태 심각성을 깨닫는다면 하루빨리 국민과 의료계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의정 갈등에 대해서도 “갈등 문제가 아닌 정부의 일방적 권력 남용이 촉발한 ‘의료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올바른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의료를 사지로 몰아가는 정책에 대해서는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입구가 휠체어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축소’ 주장 강경파… 의정갈등 최전선


임 당선인은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의 최전선에 선 대표적 강경파 인사로, 향후 의정 갈등의 가장 큰 뇌관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 항의하다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 나가며 유명해졌다.

정부가 2025학년도에 한해 대학별로 의대 증원분의 50~100% 내에서 자율 조정을 허용하며 ‘2000명 증원’에서 한 발 물러서며 대화 제스처를 보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강경론의 선봉인 임 당선인이 의협 회장에 공식 취임한 후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경찰이 지난 26일 임 당선인에 대해 진행한 추가 압수수색도 강경대응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는 지난달 의협 회장 선거 당시 저출생으로 인해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당선 후에는 “면허정지나 민형사상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최근 의대교수들의 휴진 등 결의에 대해 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교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대기실에서 한 내원객이 아이와 함께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개혁 굳건 “유감, 집단행동 자제를”… 환자 피해 커질 듯


그간 의협을 이끌었던 비대위 집행부, 새롭게 선출된 대의원회 의장도 차기 집행부와 협력을 공언했다. 의협이 임 당선인을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을 강하게 전개하고,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도 쉽게 풀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교웅 신임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집행부가 잘하도록 대의원회에서 적극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우 비대위원장도 “전공의와 교수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의정 간 갈등 상황을 더 악화시킬 문제들만 기다리고 있다. 서울 시내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의대 교수들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번 주 하루씩 외래진료·수술을 중단하며, 상당수는 환자가 정리되는 대로 사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에서 유감과 우려를 표하며 집단행동 자제를 당부하는 등 의료개혁 기조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논의의 돌파구로 기대되던 의료개혁특위마저 중장기 정책 자문기구로서 의대 정원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2889 중국과 FTA, 일본과 수소협력... 尹, 동북아 정상외교 5년 만에 복원 랭크뉴스 2024.05.27
12888 간병일 끊기고 알바는 잘렸다…의료공백에 엮인 '을의 눈물' 랭크뉴스 2024.05.27
12887 "데이트폭력 올 들어 4400건인데 구속은 단 82명뿐"…대체 왜? 랭크뉴스 2024.05.27
12886 삼성 콕 찍어 면담한 중국 경제 사령탑… "AI·첨단제조업에서 협력 확대하자" 랭크뉴스 2024.05.27
12885 '붕괴 불안감' 확산 연세대 기숙사…전문업체 “구조물 안전 문제없다” 랭크뉴스 2024.05.27
12884 한·중 ‘2+2 외교안보 대화’ 신설···FTA 2단계 협상도 재개 랭크뉴스 2024.05.27
12883 "테슬라주주들, 머스크에 76조원 스톡옵션 지급안 반대해야" 랭크뉴스 2024.05.27
12882 "몇 년째 방 안에"…CNN 주목한 韓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실태 랭크뉴스 2024.05.27
12881 “1억2000만 빌려주고 이자 1100만”…구청 직원에 벌금 700만원 약식기소 랭크뉴스 2024.05.27
12880 텍사스 등 美 중남부 폭풍에 최소 11명 사망…1억명 위협 랭크뉴스 2024.05.27
12879 "월 206만원을 어떻게 내나요"…‘필리핀 이모’ 최저임금 적용에 '갑론을박' 랭크뉴스 2024.05.27
12878 “전세계 딱 100개뿐”…손흥민, 지드래곤에 받은 OO 선물 인증 랭크뉴스 2024.05.27
12877 적십자 "예멘 반군, 수감자 113명 석방…인도적 차원" 랭크뉴스 2024.05.27
12876 의대 지역인재전형 2배 늘 듯…벌써 ‘지방 유학’ 노크 소리 랭크뉴스 2024.05.27
12875 총선·가정의달 약발도 끝…초콜릿값까지 ‘줄줄이 뛴다’ 랭크뉴스 2024.05.27
12874 강원도 마트에서 20대 남성 '흉기 난동'…"점원 1명 부상" 랭크뉴스 2024.05.27
12873 ‘서울역 칼부림’ 예고한 30대 남성 구속… 알고 보니 전과 10범 랭크뉴스 2024.05.27
12872 “구조개혁 빼놓은 합의 제안은 본질 왜곡”…국민의힘이 연금개혁안 처리 22대로 넘기자는 이유는 랭크뉴스 2024.05.27
12871 마크롱, 독일 국빈방문…프랑스 정상으론 24년만 랭크뉴스 2024.05.27
12870 한은 “韓기업 생산성 크게 둔화... ‘똑똑한 이단아’ 혁신 창업가로 키울 여건 미흡” 랭크뉴스 20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