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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 등 11개 레이블 운영
엔터 최초 대기업 지정 앞둬
본질 벗어나 성공 집착 지적
하이브 방시혁(왼쪽) 의장은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K팝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갈등이 불거지면서 성공에만 매몰돼 ‘다양성’이라는 멀티레이블 체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하이브 제공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에는 ‘멀티레이블’이 중심에 있다. 멀티레이블은 하이브를 K팝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성공방정식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성공에 가려졌던 멀티레이블 체제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005년 설립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BTS)이 국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이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이에 따른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멀티레이블 체제를 추진했다. 모회사인 하이브를 중심축으로 그 밑에 여러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이다. 빌리프랩(2018), 쏘스뮤직(2019), 플레디스·KOZ 엔터테인먼트(2020), 어도어·이타카홀딩스(2021), QC미디어홀딩스·엑자일 뮤직(2023) 등이 하이브의 지붕 아래 모이게 됐다. 현재 국내외 하이브 레이블은 11개에 달한다.

각 레이블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했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맡아왔다. 이런 방식 덕에 BTS의 공백은 성공적으로 메워질 수 있었다. 각 레이블 신인 그룹의 데뷔나 기존 그룹의 활동이 ‘하이브’라는 이름 아래 이어지면서 사실상 하이브 아티스트의 공백은 사라졌다.

이 방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이브는 2021년 매출 1조2577억원, 2022년 1조7780억원, 2023년 2조1781억원 등으로 매년 덩치가 커졌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산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서며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기준을 충족했다. 하이브는 엔터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 지정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이런 성공의 뒷면엔 갑작스럽게 커진 멀티레이블 체제의 내실을 다지지 못해 불거진 그늘이 있었음이 이번 하이브-민희진 사태를 통해 드러나게 됐다. 음악계에서는 멀티레이블 체제의 본질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규모만 키우려 한 하이브의 운영 방식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28일 “해외에서 잘된 멀티레이블 체제는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채워 넣어 팔레트를 다채롭게 했다. 하지만 K팝은 똑같은 장르에 소비층도, 타깃도 동일하고, 이를 팬들에게 전달하는 방식 역시 똑같다”며 “아일릿으로 예를 들면, 그들에 대한 프로듀싱은 빌리프랩에 맡겨야 하는데, 오로지 ‘잘돼야 한다’는 게 목표가 되니 성공한 뉴진스의 공식을 가지고 방 의장이 직접 나섰다. 이게 민 대표가 지적한 ‘군대 축구’”라고 말했다.

외형은 멀티레이블의 탈을 썼지만, 실상은 K팝이 오랜 시간 해왔던 제왕적 리더십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민 대표가 멀티레이블 체제에서 얻을 수 있었던 혜택들은 무시하고, 다른 레이블을 경쟁사 취급하며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리는 식의 언행을 보인 것 역시 비판받긴 마찬가지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하면서 아티스트의 기본기 부족, 앨범 밀어내기(중간 판매상이 신작 앨범 초동 물량을 대규모로 구매한 뒤 기획사가 팬사인회 등으로 보상해 주는 방식), 포토카드 랜덤 지급 등의 문제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임 평론가는 “K팝이 빅뱅처럼 폭발적인 규모로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며 “반성과 혁신을 토대로 음반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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