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30유권자 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이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붙인 전세사기, 이태원참사,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초등교사 사망 사건 관련 ‘청년에게 호소하는 대자보’를 한 시민이 사진 찍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정치 무관심층, 무당층, 중도층···. 선거를 앞둔 시기마다 정치권과 언론이 2030 세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의 표심 분석은 자주 엇갈린다. ‘스윙 보터’이니 적극 구애해야 한다는 진단 한편에 정치권에선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토로가 이어진다. 청년 정책이니 청년 공천이니 구호는 많지만 2030 투표가 그 때문에 크게 늘었단 증거는 찾기 어렵다. 반대로 “청년 정책 실종” 등 헤드라인이 붙을 때에도 그로 인해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이 커지는지, 지지 정당을 바꾸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경향신문은 4·10 총선이 마무리된 25~26일 정치학자·평론가에게 2030 정치 행태와 정치권의 대응을 물어봤다.

2030 투표율이 타 연령 대비 낮았다는 정황은 간접적이나마 데이터로 확인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대의 사전투표율은 12.9%, 30대는 11.3%로 50대 22.5%, 60대 22.7% 대비 10%포인트 이상 낮게 나타났다. 2030은 선거 전 선관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유권자 2차 의식조사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질문에 전 연령대 중 가장 적게 응답한 인구집단이었다(각각 50.3%와 68.8%).

이들의 무당층 비율이 높다는 분석 역시 확인 가능한 지표가 많다. 총선 1년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2030 중 지지 정당이 없다거나 정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응답은 한때 54%로 역대 최대치를 보였고, 슬슬 투표할 곳을 정하는 시기인 투표 1개월 전까지도 3분의 1 수준을 오갔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2030에선 특정 진영의 압도적 우세가 보이지 않았다.

2030의 낮은 투표율은 정치 무관심의 결과일까.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고, 2030 세대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정치 무관심도가 높게 나타납니다.” 그는 특정 정당 충성도가 낮은 데다 이슈마다 개인 입장이 달라 정치적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어렵다며 2030의 스윙보터 경향도 무관심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을 지낸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투표를 안 하는 것도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다. 낮은 투표율이 꼭 정치 무관심의 증거는 아니며, 기성 정치권이 투표 효능감을 주지 못했다는 ‘적극적 부정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이 평론가는 지금의 2030을 ‘세월호 세대’라고 규정했다. 정치권이 사태 수습을 못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지부터 제 역할을 못한 대통령이 탄핵되는 장면까지, 정치의 중요성과 정치 참여의 효능을 10대·20대 젊은 나이에 보고 듣고 느낀 세대인 만큼 정치적 ‘무관심’ 내지 ‘무지’라는 표현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무당층이 높은 2030의 투표 성향은 어땠을까. 4050이나 6070과 달리 쏠림 현상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일부 고정된 투표 흐름이 확인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2022년 대선 당시 나타난 이른바 ‘이대남·이대녀’ 현상, 20대 남성의 보수화 경향과 20대 여성의 높은 민주당 지지율은 이번 총선에도 유지됐다는 것이다. 차이라면 정권심판론 바람의 영향으로 남성 중에서도 조국혁신당 또는 개혁신당 지지자가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났다는 정도다. 여성은 민주당 내지 조국혁신당을 더 강하게 지지했다.

이와 관련해 이 평론가는 ‘이준석 현상’도 유의미한 변수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2030 남성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던 것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당시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지지가 더해진 결과였으며, 이번엔 그가 탈당 후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지지도가 분산됐다는 주장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 여성 투표 성향도 “이준석이 싫어서 똘똘 뭉쳐 (민주당 지지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2030 투표 성향은 장기적으로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청년정책단체인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차마 한나라당은 못 뽑겠다’던 20년 전 2030(현 4050)과 달리, 지금의 청년층은 싫으면 반대쪽으로 돌아설 수도 있는, 정치적 유연함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만 “2030 표심을 더 절박하게 잡아야 하는 건 보수 정당”이라고 말했다. 6070세대는 나이가 들수록 숫자가 줄어드는 반면 전 세대 중 인구 규모가 가장 큰 4050 세대는 상대적으로 장기간 민주당의 높은 지지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정치권은 20대 여성, 남성은 어디를 얼마만큼 지지했느냐보다 ‘왜 20대 유권자 3분의 1은 끝까지 결정하지 못했을까’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0의 관심 의제는 젠더만이 아니며 주거안정, 노동불안, 수도권 과밀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아젠다를 잘 내놓는 정당이 있다면 표심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고 본다. 박 대표는 “2030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건 공급자 중심의 언어”라며 “유권자가 듣고 싶은, 들리게 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0878 졸업생 1,200명에 1천 달러씩…미 억만장자 자선가의 깜짝 선물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5.22
10877 강형욱 '몰카 수준' 직원 감시…"숨 쉬지마…기어 나가" 선 넘은 폭언 갑질 '충격' 랭크뉴스 2024.05.22
10876 비닐봉지서 '낑낑'‥버려진 강아지 6마리에 분노 랭크뉴스 2024.05.22
10875 원자잿값 급등에… 제조업체 ‘울상’, 소재社는 ‘미소’ 랭크뉴스 2024.05.22
10874 "가격 올려봐, 죽여버린다" 코스트코 핫도그 2000원 비밀 랭크뉴스 2024.05.22
10873 [전국 레이더] "사랑에 빠지세요" 외신도 주목…지자체들 '청춘남녀 중매' 랭크뉴스 2024.05.22
10872 황석영 부커상 수상 좌절…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에 돌아가 랭크뉴스 2024.05.22
10871 첫 회의부터 충돌‥'최저임금 차등 지급' 기싸움 랭크뉴스 2024.05.22
10870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독일 작품 '카이로스'…황석영은 고배(종합) 랭크뉴스 2024.05.22
10869 [단독] 억대 공금 쌈짓돈처럼 쓰다 산업부에 적발…품질재단 '경영진 품질' 엉망 랭크뉴스 2024.05.22
10868 싱가포르행 여객기 ‘난기류’에 방콕 비상착륙…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5.22
10867 ‘VIP 격노’ 있었나…특검법 핵심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 규명 랭크뉴스 2024.05.22
10866 연금개혁 없으면, 6년뒤 연금지급차 자산팔며 주식시장에 '충격' 랭크뉴스 2024.05.22
10865 AI 시대 삼성 반도체 아킬레스건 된 ‘HBM’... “SK하이닉스와 격차 못 좁히자 문책성 인사” 랭크뉴스 2024.05.22
10864 [단독] 컬리, 퀵커머스 사업 '컬리나우' 출격 임박…MFC 직원도 채용 랭크뉴스 2024.05.22
10863 국가대표 시합도 아닌데…경기 전 애국가, 당연한 걸까요? 랭크뉴스 2024.05.22
10862 “현수막 들고 전공의 복귀 촉구한 날, 남편 상태 급속 악화” 랭크뉴스 2024.05.22
10861 원로 교수의 일침 "의·정 모두 환자 생각해 출구 마련해야" 랭크뉴스 2024.05.22
10860 [단독] 대검 간부 '유병언 불법감청' 의혹, 5년만에 무혐의 가닥 랭크뉴스 2024.05.22
10859 “기자들 있으면 못 나간다”… 6시간 버틴 김호중 랭크뉴스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