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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 “‘태양절' 명칭 폐기 통보 받아”
북한은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일성 주석 생일 112주년 기념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그동안 최대 명절로 중시해온 고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명칭의 폐기를 외부에도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영국인들이 운영하는 북한 관광 전문여행사인 고려투어는 “북한 파트너로부터 ‘태양절' 명칭이 단계적으로 폐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북한에서 태양절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공지문을 지난 25일 자사 누리집에 올렸다.

고려투어는 “이는 북한 국영매체에서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같이 점진적인 삭제는 일반적으로 발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파트너로부터 해당 명칭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받았다”며 “우리는 변경 사항을 우리의 웹사이트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997년 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을 태양절로 제정하고 기념일 전후로 태양절 관련 각종 문화 행사를 열며 중시해왔다. “김일성 동지께서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솟아오르신 1912년을 원년으로하여 주체의 연호를 사용한다. 김일성 동지께서 탄생하신 민족 최대의 명절인 4월15일을 태양절로 제정한다.”(1997년 7월8일 북한 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이 공동 발표한 ‘김일성 동지의 혁명 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내일데 대하여’ 결정서)

그러나 올해는 지난 2월17일을 끝으로 두 달간 관영매체에서 태양절 용어가 쓰이지 않았고 태양절 당일인 지난 15일에 기사 1건에만 등장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태양절 용어를 대체·삭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도 지난 16일 “올해 김일성 생일을 맞아 진행된 여러 가지 정황을 보아 명칭이 바뀐 것으로 잠정 판단한다”면서, 북한이 태양절 대신 ‘4·15’라는 표현을 쓰는 데 대해 “이례적이다”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다만 이 같은 동향이 계속될지는 내년 광명성절(2월16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생일)까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인 바 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북한전문여행사 고려투어가 누리집에 “북한이 태양절 명칭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밝힌 공지문. 고려투어 누리집 갈무리

북한의 태양절 명칭 변경의 의미에 대해서는 우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선대 우상화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홀로서기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다른 해석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충격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온 김정은 위원장이 기존의 비현실적이고 신비스러운 수령 우상화에서 일부 벗어나는 통치를 시도하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창수 전 코리아 연구원 원장은 최근 <시사인>(4월30일치) 기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면서 “정면 돌파를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주민들에게 친화적인 지도자상을 만들려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주민 친화적인 지도자상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북한이 과도한 수령우상화의 상징인 태양절 표현 사용을 줄이거나 명칭을 변경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김창수 전 원장은 이것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부정하는, ‘김정은 홀로서기’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장이 수령제 사회주의라는 북한 통치의 플랫폼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것을 불가능하며, ‘하노이 노딜’ 이후 달라진 정세 속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기존의 수령 신비화에서 일부 벗어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북한의 수령제 사회주의를 작동”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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