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나훈아 "대통령 11번 바뀔 동안 노래했다"
1966년 노래 '천리길'로 데뷔해 57년간 가수로
은퇴 후엔 "즐기며 살겠다"
나훈아가 2024년 전국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로 은퇴를 발표했다. 사진 예소리

“내가 그만두는 게 서운합니까? (관객들이 큰 소리로 ‘네’ 하고 답하자) 그래서 그만두는 겁니다. (작은 소리로) ‘예’ 이랬으면 제가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쉬울 것 같았어요. 제 모든 청춘을 다 바치고 노래하며 살아왔는데 시원섭섭한 게 아니라 제 혼이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진짜로 혼자 힘들었습니다.”

‘가황’ 나훈아(77)가 57년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는 무대에서 은퇴 의사를 재확인했다.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마지막 콘서트 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의 포문을 연 그는 이날 무대에서 “피아노 앞에 절대 앉지 않을 것이고 기타도 안 만지고 책은 봐도 글은 절대 안 쓸 것이다. 노래 안 하고, 안 해본 것 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는 것 뿐 아니라 곡도 쓰지 않겠다는 의미의 '완전한' 은퇴를 선언한 셈이다. 객석 곳곳에선 “안돼요!” 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노래 안하고, 안 해본 것 하면서 살고파"
나훈아 공연이 열린 27일, 28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전국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현장의 현수막. 황지영기자

송도 공연은 28일까지 양일 간 3회차로 펼쳐치며, 회당 5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날 오후 3시 첫 공연을 한 나훈아는 저녁 7시 30분 시작된 공연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약 2시간 40분 동안 22곡을 부르면서도 한 순간도 가창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데뷔년도인 1966년부터 2024년까지 기차가 달리는 영상으로 분위기를 띄운 그는 ‘고향역’을 시작으로 ‘18세 순이’까지 여섯 곡을 내리 불렀다. 이후 ‘고향으로 가는 배’, ‘가시버시’, '고향역', ‘물레방아 도는데’, ‘홍시’, '무시로', '체인지', '테스형' 등 오랫동안 사랑받은 히트곡과 신곡을 섞어가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황성옛터', 팝명곡 '마이웨이' 등 커버곡도 불렀다.

“노래를 쉽게 하는 법을 알지만 대충대충 쉽게 하지 않고 한 소절 한 소절 또박또박 부르겠다. 마지막 공연이라 생각하지 않고 10년은 더 할 거라 생각하며 하겠다”는 진심이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된 무대였다. ‘18세 순이’를 부를 땐 망사 상의에 치마를 두른 파격 패션을 선보였고, ‘청춘을 돌려다오’를 노래할 땐 청바지를 입는 등 무대 의상도 여러 번 갈아입었다.
나훈아는 "대통령이 11번 바뀌는 동안 노래했다"고 말했다. 황지영기자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 중 하나로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했던 공연(1997년 SBS 특별공연 ‘나훈아, 그리고 소록도의 봄’)을 꼽은 그는 당시 불렀던 ‘인생은 미완성’을 부르기도 했다. 나훈아는 자신이 건강 문제 때문에 은퇴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등에 떠도는 건강악화설을 언급한 뒤 최근 건강검진 결과지를 스크린에 띄우며 “수치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빨간색 글씨가 있는데 25가지 중 하나도 없다. 건강해서 의사 선생이 놀랐다”고 말했다.



정치 비판에 객석은 우레 같은 박수

그는 공연 도중 ‘속 터지는’ 정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11명의 대통령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고선 “내가 노래하는 동안 대통령이 11번 바뀌었는데 저는 아직도 노래를 하고 있다”면서 “(TV에서) 유일하게 보는 게 뉴스였는데 이젠 뉴스도 안 본다. (정치인들) 하는 짓거리들이 성질 나서”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일본 TV로 중계된 공연(1996년 일본 오사카 오사카성홀 공연)에서 ‘쾌지나 칭칭나네’를 부르며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가사를 집어 넣은 일화도 소개했다.

“여러분들이 서운하다고 하니 그만두는 거다. 갈 때가 돼서 그만두면 내가 서운하다. 떠밀려 그만 하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있음에도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강조한 그는 마이크를 드론에 떠나보내며 “고마웠다”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공연을 마무리했다.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에서 "나는 유행가 가수"라고 말하는 나훈아. 사진 KBS2 방송캡처

나훈아의 작별인사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김정숙(66)씨는 “벌써 은퇴하신다니 슬펐다. 공연장이 눈물바다였다. (나훈아는)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한다. 뭘 드신 건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공연장 주변엔 부모님을 들여보내고 밖에서 대기하는 자식들로 가득 찼다. 남양주에서 온 최나영(40)씨는 “시어머니가 나훈아를 좋아해 티켓 한 장을 겨우 구해 보여드렸다. 집과 공연장 거리가 멀어 남편과 함께 송도에 숙소를 잡아뒀다”고 말했다.

올해 나훈아 전국투어는 은퇴를 선언한 마지막 공연인 만큼 티켓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첫 무대인 송도 공연은 예매 개시 3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5월 11일 청주 석우문화체육관, 18일 울산 동천체육관, 6월 1일 창원 창원체육관,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22일 원주 원주종합체육관, 7월 6일 전주 전주실내체육관 등 상반기 공연은 예매 오픈 때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나훈아의 마지막 전국투어는 올 하반기 서울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훈아가 은퇴를 발표하며 남긴 글. 사진 예소리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8845 반도체가 돌아왔다…지난달 수출 54% 증가 랭크뉴스 2024.06.01
28844 "아픈 딸 위해 대기업 퇴사하자 남편이 '식충이'라며 이혼하자네요" 랭크뉴스 2024.06.01
28843 성심당-코레일 ‘4억 월세 신경전’에 끼어든 대전시…진행상황 어떻게 랭크뉴스 2024.06.01
28842 ‘구하라법’ 다시 살린다…서영교, 민법 개정안 대표발의 랭크뉴스 2024.06.01
28841 건강보험 의료수가 내년 1.96% 인상… 건보료 상승 전망 랭크뉴스 2024.06.01
28840 초콜릿·탄산음료·조미김 등 오늘부터 줄줄이 인상 랭크뉴스 2024.06.01
28839 최태원 SK 회장 측, 이혼 소송 판결문 최초 유포자 고발… “심각한 범죄행위” 랭크뉴스 2024.06.01
28838 게임스톱 사태 주도한 '대왕 개미' 키스 질 귀환에 밈 코인 들썩[비트코인 A to Z] 랭크뉴스 2024.06.01
28837 오늘 서울 도심 퀴어축제서 5만명 행진?…반대 집회 신고까지 랭크뉴스 2024.06.01
28836 내년 건강보험료 오르나…의료수가 1.96% 인상 랭크뉴스 2024.06.01
28835 신원식 국방장관 "북한 오물풍선, 치졸하고 저급... 강력 규탄" 랭크뉴스 2024.06.01
28834 ‘국민 안전 vs 선택권’ 해외직구 규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이정희의 경제돋보기] 랭크뉴스 2024.06.01
28833 "아내·자식한테 말 안했다" 30%…'평균 21억' 로또 1등의 비밀 랭크뉴스 2024.06.01
28832 부끄러운 ‘플라스틱 공화국’… 배달 1인분에 7.39개 사용 랭크뉴스 2024.06.01
28831 “사실 이걸로 안찍었어요” 카메라 회사의 사과 랭크뉴스 2024.06.01
28830 MZ 몰릴줄 알았는데…102살 어르신이 단골 된 ‘이곳’은? 랭크뉴스 2024.06.01
28829 '4.8조' 국내 9위 재벌, 공동창업 부인과 이혼소송…노소영보다 많을까 랭크뉴스 2024.06.01
28828 ‘다음주에 기름 넣을까’ 주유소 휘발윳값, 4주 연속 하락세 랭크뉴스 2024.06.01
28827 "소매치기 저기 도망가요!"‥소리친 목격자가 바로 전과 19범 범인이었다 랭크뉴스 2024.06.01
28826 최태원 SK회장 측, 이혼 소송 판결문 최초 유포자 형사 고발 예정 랭크뉴스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