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공공운수노조-용역업체 협상 불발…서울 대학가 한달째 선전전


선전전 하는 홍익대 노동자들
[촬영 장보인]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지금 식대로는 학생식당에서 밥을 사 먹을 수도, 밖에 나가서 김밥 한 줄을 사 먹을 수도 없어요."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캠퍼스. 한 청소 노동자는 피케팅에 나선 이유를 절박함을 담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캠퍼스에선 청소·경비·시설 관리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 약 20명이 식대 인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피케팅을 마친 뒤 이들은 '최저임금 대폭인상! 생활임금 쟁취!' 등의 문구가 적힌 빨간 조끼를 입은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근무를 시작했다.

홍익대뿐 아니라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최근 서울 시내 일부 대학 캠퍼스에선 이 빨간색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선전전'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지역 14개 대학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용역 업체들의 올해 임금 집단교섭이 결렬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조정도 불성립하면서 노동자들이 지난달 말부터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노위는 현재 기본급 시급 1만190원에서 270원을 인상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했는데 노동자들은 여기에 더해 식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식대는 2020년 책정된 월 12만원인데 물가가 무섭게 치솟는 만큼 올해는 월 14만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한 달 식대가 12만원이면 청소 노동자들의 한 끼 식대가 2천700여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하루 두 끼를 일터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이른 새벽부터 오후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5년 넘게 대학 캠퍼스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 박모(67)씨는 실제로 오전 5시께 첫차를 타고 출근한다. 근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지만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강의실 청소를 마치기 위해 30∼40분 먼저 일을 시작해야 한다.

박씨는 "청소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니 아침에는 다들 집에서 빵 같은 간단한 식삿거리를 챙겨와 틈틈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홍익대 한 청소 노동자 휴게실 한쪽에 놓인 밥솥
[촬영 장보인]


오전에 강의실과 복도, 계단, 화장실 등을 청소하고 나면 박씨와 동료들은 지하 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점심을 차려 먹는다.

돈을 모아 구입한 쌀로 밥을 짓고 각자 집에서 가져온 김치와 나물 등 밑반찬을 꺼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다.

다른 청소 노동자 박모(68)씨는 "학생 식당만 해도 한 끼에 6천500원인데 사 먹기에 부담이 되니 그냥 해서 먹는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은 밥 한 끼를 제대로 먹기 위해 식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을 고용하는 용역업체들은 식대 인상에 난색을 보여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시급 270원을 인상하기도 어렵다는 업체가 있었으나 (노조 측과) 합의를 위해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결렬됐다"며 "노동자들에게 최저시급(9천860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기본급은 매년 인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일반 회사에서도 한 끼 식대를 제공하지 두 끼 식대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보건휴가 등을 제외한 근무일 평균 한 끼 식대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도 6천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노동자 임금은 결국 대학에서 지급하는 만큼 학교와도 협의해야 하는데 학부 등록금이 수년째 동결되는 등 예산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상을 요구하기도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지노위에서도 내년에 식대 인상 요구 등 입장을 반영하도록 노력하라는 취지의 권고가 있었고 업체들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며 "학교 예산이 먼저 결정돼야 하는 만큼 현재로서 얼마를 인상하겠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올해는 서로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0773 야권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예고…국힘은 ‘17표 이탈 저지’ 총력전 랭크뉴스 2024.05.21
10772 서울대 졸업생이 음란물 제작·유포…왜 검거 어려웠나 랭크뉴스 2024.05.21
10771 “CCTV로 보며 신호까지 통제”…추적 기술 표준화한다 랭크뉴스 2024.05.21
10770 러 외무장관 “美, 北 인근서 도발… 한반도 무력충돌 계획 가능성” 랭크뉴스 2024.05.21
10769 [속보] 경찰 조사 마친 김호중 “죄지은 사람이 무슨 말 하겠나…죄송” 랭크뉴스 2024.05.21
10768 [속보] 김호중 “죄지은 사람이 무슨 말 하겠나…죄송” 랭크뉴스 2024.05.21
10767 [단독] “북, 러시아에 KN-23 60기 수출…우크라 전쟁 판도 바꿨다” 랭크뉴스 2024.05.21
10766 尹 대통령 “AI 서울 정상회의, 글로벌 차원 AI 규범·거버넌스 전진 계기” 랭크뉴스 2024.05.21
10765 야, 다음 주 재표결 추진·주말 도심 집회…여, ‘표 단속’ 돌입 랭크뉴스 2024.05.21
10764 "취재진 때문에 못 나가"…김호중, 변호인 설득에도 귀가 거부 랭크뉴스 2024.05.21
10763 김호중, 경찰 조사 끝났지만…"취재진 피해 5시간째 귀가 거부" 랭크뉴스 2024.05.21
10762 "사람 6명인데 CCTV 9대로 감시"…강형욱 회사 전 직원의 폭로 랭크뉴스 2024.05.21
10761 육군부대에서 훈련 중 수류탄 폭발‥2명 사상 랭크뉴스 2024.05.21
10760 동문 수십명 얼굴로 음란물 제작…'서울대 n번방' 5명 검거 랭크뉴스 2024.05.21
10759 일상이 된 '직구' 7조 육박‥어설픈 정책에 '혼쭐' 랭크뉴스 2024.05.21
10758 한국 관광객, 베트남서 15세 소녀 성매매…현지 형량보니 랭크뉴스 2024.05.21
10757 ‘VIP 격노설’ 엇갈리는 김계환–박정훈, 공수처 대질조사 불발 랭크뉴스 2024.05.21
10756 김호중, 경찰 조사 끝났지만…"취재진 피해 5시간 째 귀가 거부" 랭크뉴스 2024.05.21
10755 싱가포르항공 여객기 난기류에 비상착륙…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5.21
10754 커다란 눈에 담긴 ‘드라마’···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극이 열린다 랭크뉴스 202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