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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주장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검찰이 증빙자료를 내놓으며 “음주·회유는 없었다”고 강하게 반박하자, 이 전 부지사 측이 당시 수사 검사와 쌍방울 직원들을 경찰에 25일 고발했다.



“정신 차려” 법정 부부싸움 뒤 ‘檢 회유’ 주장
이 전 부지사 측이 검찰의 회유를 처음 주장한 건 지난해 7월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에게 경기도가 내야 하는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7월 18일 법정에서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쌍방울그룹 방북 비용 대납 과정에 관여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자백 내용이 공개되자,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모씨는 더불어민주당에 “남편이 회유·압박을 받았다”는 탄원서를 보냈다. 백씨는 이후 변호인이 검찰과 짜고 진술을 강요했다며 해임신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를 향해 “당신 정신 차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의 회유·압박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옥중노트’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23년 5월 검찰에 출석하면 1313호실 앞에 ‘창고’라는 명패가 붙은 방에서 세미나를 하듯 말을 맞췄다”,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식사를) 사 들고 오는 것 같았다. 육회비빔밥, 연어 요리 등을 먹었다”고 썼다. 이때까지는 술을 마셨다는 내용은 없었다.



“검찰청서 술 마셨다” 주장…일시·장소는 특정 못 해
‘술판’ 주장은 이 전 부지사의 새로운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이자 경기도의원이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 진보 성향 유튜브 방송에서 “(검찰청) 창고라고 쓰여 있는 방에 가면 항상 쌍방울 측 관계자들이 모여있었고 검찰청에서 술을 마셨다. 보다 못한 교도관이 검사한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주장은 지난 4일 이 전 부지사의 62차 공판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관계자들이) 음식도 갖다 주고 술도 한 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 소주였고 얼굴이 벌게져서 한참 진정되고 난 다음 귀소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주장(13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하는 등 정치권으로 논란이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범계 상임위원장, 박찬대 공동위원장 등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수원지검 감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술자리 진술 조작 회유' 주장과 관련해 수원지검을 감찰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이 전 부지사 측은 정확한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는 술 마신 장소를 ‘검사실 앞 창고’라고 했지만, 김 변호사는 지난 17일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30일 진술 녹화실에서 마셨다”고 주장했다. 이어 18일엔 “지난해 7월 3일 진술 녹화실이 가장 유력하다”고 날짜를 바꿨다.

김 변호사는 같은 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김성태 전 회장이 쌍방울 직원을 시켜 검찰 바로 앞에 있는 연어 집을 지목해 사 오라고 했다더라. 오후 5시쯤 직원이 나가서 연어와 술을 사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5일 이 전 부지사가 수사 검사와 쌍방울 직원 등을 상대로 낸 고발장에선 주장이 또 바뀌었다. 고발장엔 ‘지난해 5~6월쯤 오후 4~6시’로 적혔다.

또 이 전 부지사는 법정에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지만, 김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에서 “본인(이화영)은 안 드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3일 김 변호사는 “종이컵에 입만 대고 내려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광민 변호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李측 "전관 변호사 동원” “진술 녹화실 몰카” 주장도

김 변호사는 “당시 회유·압박이 이뤄진 곳은 검찰청 내 1313호실 앞 창고와 1313호실과 연결된 진술 녹화실, 검사 개인 휴게실”이라고 지목하며 “진술 녹화실과 검사 휴게실엔 교도관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교도관들이 진술 녹화실 벽의 작은 유리창을 통해 (진술) 조사실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그러자 검찰은 가로 170㎝, 세로 90㎝ 크기의 대형 유리창이 걸린 진술 녹화실 사진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당시 입회한 변호사들과 경계감호 교도관(38명), 쌍방울 관계자 등에게 음식을 주문했는지와 관련 출정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음주는 물론 음식 반입 사실도 없다”며 “이 전 부지사 측이 ‘술을 마셨다’고 주장만 하지 정확한 일시와 기본적인 장소마저 제대로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 변호사는 ‘전관 변호사 동원 회유 의혹’과 ‘진술 녹화실 몰카 의혹’ 등을 추가로 제기했다. 검찰은 “전관 변호사로 지목된 변호사도 ‘회유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진술 녹화실 CCTV는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설치된 것으로 사전 동의를 받은 뒤에만 녹화를 진행한다”고 반박했다.

신재민 기자



법조계선 “검찰청 술자리 형집행법 적용 아니다”
지난 25일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수사 검사와 쌍방울 직원 등을 형집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형집행법은 교도소나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 술 등 금지 물품을 반입했을 때 적용되는 법이다. 검찰청은 교정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음주를 회유했다고 지목된 김성태 전 회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논란이다. 이 전 부지사는 “주장이 거짓이면 무고의 벌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경기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실제로 수사 검사 등을 처벌할 의사가 있었다면 직권남용이나 모해위증교사를 적용했어야 한다”며 “고발이라는 명분을 챙기면서 무고죄를 피하기 위해 각하(요건에 맞지 않아 검토 뒤 돌려보냄) 가능성이 높은 형집행법으로 고발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대북송금에 대한 모해위증 교사로 고발하면 진술 조작 여부를 세밀하게 따지기 때문에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보고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런 논란을 피하고자 단순히 술 반입만 문제 삼아 형집행법 위반 혐의를 확대 적용한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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