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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농가에서 봄배추 조사
이형일 통계청장도 참여
표본 배추 11~13개 중 6개씩 뽑아 통계에 반영
내년부터는 태블릿 활용해 생산량 조사 실시

지난 25일 통계청 '2024년 봄배추 생산량 조사'가 이뤄진 충남 예산군의 한 비닐하우스. 통계청 직원들이 표본조사 구역에서 표본 배추들에 번호표를 올려둔 모습. /예산=이신혜 기자

“같은 하우스에서 자랐는데도 크기 차이가 어마어마하네.” (이형일 통계청장)

“한집안에서 태어난 남매들도 체격 차이가 나듯, 배추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하.” (통계청 직원)

지난 25일 충청남도 예산군 신암면 탄중리의 한 농가. 봄배추를 키우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알이 큰 배추와 작은 배추가 무작위로 뽑히자 이런 대화가 오갔다. 이곳에는 수확을 앞둔 초록색 봄배추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곳은 통계청이 봄배추 생산량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한 농가였다. 이 청장과 통계청 직원들은 현장에서 장화와 토시, 장갑을 착용하고 표본 조사를 했다.

통계청은 22만필지를 대상으로 두 달에 한 번씩 농민들이 무슨 작물을 심는지 면적 조사를 한다. 이중 작물 종류를 107종으로 분류해서 봄배추와 같은 일부 작물의 생산량을 조사한다. 봄배추는 김장철을 앞둔 가을배추와 달리 생산량 조사를 외부에 발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은행 등이 수급 및 물가 조사를 위해 참고하는 작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김치를 많이 소비한다. 배추 생산량이 먹거리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 계절마다 조사한다.

통계청의 ‘봄배추 생산량 조사’ 자료는 농식품부에서는 농작물 수급대책을 위한 참고자료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배추 생산량 추정 및 농업관측월보 작성을 위한 자료로, 한국은행은 농림어업 국내총생산(GDP)을 추계하는 자료로 쓴다. 생산량이 많아 시장에 과잉공급되는지, 반대로 생산량이 적어 농산물 물가가 오를지를 전망하는 지표로 쓰이는 것이다.

표본 배추를 뽑는 이형일 통계청장. /예산=이신혜 기자

40년 차 농부 땅에서 자란 배추, 크든 작든 구별 없이 표본 삼는다
통계청은 무작위 방식으로 봄배추 표본 필지를 선정한다. 이날 통계청은 표본조사에 응한 윤중협(72세)씨의 부지를 선정해 조사했다. 윤씨는 7000평 농지에서 40년째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 통계청 직원들은 윤씨 소유 비닐하우스 12동 중 2동을 골라 3㎡(약 1평) 내에 봄배추가 몇 개 심어져있는지 보고, 이 중 6개씩 뽑아 통계에 반영했다. 예산군은 주요 국내 봄배추 생산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봄배추는 겨울에 심어 4월 말~5월 초에 수확할 수 있기에 이모작을 하기 좋은 작물로도 꼽힌다.

통계청은 우선 조사 전에 표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전체 이랑 수를 기반으로 표본 구역을 선정한다. 모든 시설 내 이랑 수를 센 후 2개의 ‘표본 구역 기준이랑’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날 선정된 하우스는 12개 중 4번째, 10번째 하우스였다.

통계청 직원들은 배추가 밟히지 않도록 배추가 심어진 밭 가운데를 조심스럽게 들어가 표본구역을 표시했다. 표본구역이 정해지면 ‘농업통계조사 표시기’라고 적힌 노란 깃발을 꽂아 표시한다. 정사각형의 표준구역을 직사각형으로 계산해 해당 줄에 있는 배추 11~13개 중 6개를 표본으로 뽑는다.

표본 배추 무게를 살펴보는 이형일 통계청장. /예산=이신혜 기자

직원들이 임의로 6개를 뽑는 건 아니다. 통계청에서 가져온 ‘난수’(亂數·특정한 순서나 규칙을 가지지 않는 수)를 적용한다. 일부러 배추 크기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곳만 골라서 한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봄배추 생산 조사 지침서에 있는 난수를 적용해 이날 뽑힌 배추는 표본 11개 중 1, 2, 5, 7, 8, 10번째 배추였다.

밑동을 자른 봄배추 6개는 평지로 옮겨 무게를 측정한다. 이때는 상품성이 없는 2개 잎 정도를 떼어내고 바로 팔아도 무방할 정도의 배추만 남긴다. 3개씩 한 저울에 담아 무게를 측정하고, 2개 하우스에서 뽑은 총 12개의 배추 무게 양을 다 재고 나면 해당 구역 생산량 조사는 끝난다.

조사를 끝낸 배추는 해당 필지 농민에게 되돌려 준다. 수확시기에 맞춰 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표본 배추도 상품으로 판매된다. 이날 조사에 참여한 통계청 직원은 “원래 5월 초쯤 봄배추를 많이 수확하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4월 말 수확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지난해에 비해 배추 무게가 좀 덜 나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윤씨 역시 “지난해보다는 작황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생산량 조사가 나오기 전에는 이처럼 다년간 현장에 있는 농민들의 의견을 참고해 작물별 재배 시기 작황 분위기를 파악한다고 했다.

이 통계청장은 “정확한 통계를 위해 컴퓨터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난수를 적용해 봄배추 생산량 조사를 실시했다”며 “저희는 숫자에 진심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위해 노력 중이고, 내년부터는 태블릿을 활용해 더욱더 과학적인 생산량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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