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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건널목 앞에서 넘어집니다. 남성은 힘겹게 다시 일어나 횡단보도에 진입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힘없이 앞으로 푹 쓰러지네요. 그때 나타난 한 사람, 바로 이 형광색 옷차림의 남성이었습니다.



심정지 환자 구한 이 사람의 정체



지난 3월 13일 오전 5시30분쯤. 한 남성이 신호등 앞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집니다. 남성은 가까스로 일어나 횡단보도에 진입했지만 중간쯤 이르렀을 때 맥없이 앞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들어보려 애를 쓰지만 이내 의식을 잃습니다. 도로 한복판에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이 남성.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이 상황을 본 건 새벽 근무에 나선 환경 공무관 오재현씨였습니다.



오재현 서대문구 환경 공무관
“멀리서 보니까 횡단보도 중앙이고 차렷 자세로 엎어져 계셨죠. 굉장히 긴급한 상황구나 라는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재현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한 뒤 남성을 흔들어 깨웠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쓰러져 있는 남성을 일단 바로 눕혀야겠다고 판단한 그는 환자의 머리를 받친 채 조심히 돌렸는데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오재현 서대문구 환경 공무관
“금방 경찰차가 오겠지 생각하고 있었죠. 근데 갑자기 이분이 숨을 안 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환자의 목을 만져 봤는데 맥박이 뛰지 않았습니다. 가슴 위에 손을 올려봤을 때도 심장 박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심정지 상태의 환자를 처음 본 재현씨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재현 서대문구 환경 공무관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 그냥 모른 척하고 있어도 괜찮은데, 아니야 내가 해야 돼 막 혼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망설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오재현 서대문구 환경 공무관
“내가 망설이는 사이에 이 환자는 점점 사망 시간이 가까워진다. 어떻게 해서라도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최선을 다하면 생존율은 점점 높아진다. 망설이지 말고 해야된다.”



안전교육시간에 배운 것들을 기억해 낸 그는 “손을 깍지 끼고 팔꿈치를 굽히지 말고 어깨로 1분에 백 번씩 누르면 된다”고 중얼거리며 있는 힘껏 환자의 가슴을 압박했습니다.



그렇게 4분. 온몸이 땀으로 젖을 만큼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데 한 청년이 달려와 상황을 살피더니 고개를 받쳐주고, 잠시 후 드디어 구급차가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김동균 서대문소방서 소방교
“AED로 패치를 붙인 다음에 측정을 하잖아요. 계속 심정지 상태셨던 거고요”



혹시나 자신이 잘못해 골든타임을 놓친 건 아닐까. 재현씨는 가슴을 졸이며 끝까지 환자의 곁을 지켰습니다. 다행히 구급 대원들의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받은 지 8분 만에 환자는,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날 새벽 당황한 가운데서도, 침착한 대응으로 생명을 구한 재현씨는 사실, 지역에서는 봉사의 달인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요. 오래전부터 틈틈이 홀몸 어르신들 댁을 방문해 봉사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는 우산 수리 봉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재현 서대문구 환경 공무관
“형광등이라든가 수도꼭지라든가 문이 틀어졌다든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거를 수리 못해 가지고 그냥 어렵게 (사시잖아요). 몇 명이 모여 봉사를 하고 있죠”



재현씨가 겨울엔 추위에, 여름엔 더위에 시달리며 쉬지 않고 봉사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요.



오재현 서대문구 환경 공무관
“제가 사회복지 그런 거를 공부했어요. 나이 먹고 돌아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사회를 위해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그러는데, 나는 여태까지 혼자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산 게 아닌가, 나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그런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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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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