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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파 코어는 할아버지 옷에 영감을 얻어 재해석하는 것이 포인트다. 무신사·카카오 스타일 제공


넉넉한 용돈과 달콤한 간식을 챙겨주던 할아버지의 푸근함이 패션에 녹아들었다. 올 초부터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진 범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다. 안정감과 화려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그랜드파 코어’의 매력을 파헤쳐 봤다.

익숙한 할아버지 옷, 묘하게 새롭다

이미지 공유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는 ‘2024 예측 보고서’를 통해 “Z세대를 중심으로 요상한 그랜드파 코어(eclectic grandpa)가 확산할 것”이라며 “영감을 얻고 싶다면 할아버지를 떠올려라. 그리고 옷장에서 기발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아이템을 꺼내라”라고 제안했다. 패션 브랜드 ‘엘르’ 역시 “크롭트 톱과 미니스커트는 잊어라. 이미 틱톡은 수많은 그랜드파 스타일링 동영상으로 도배됐다”며 “화려한 레이어링, 예상치 못한 색상 조합, 복합적인 프린트는 다소 칙칙해 보일 수 있는 옷을 힙하게 바꾼다”고 선포했다.

‘그랜드파 코어’란 할아버지 옷장에서 영감을 받은 복고풍 의상을 의미한다. 따뜻한 색감의 뜨개 조끼와 펑퍼짐한 바지, 부드러움이 강조된 스웨터와 회색 톤의 카디건이 그랜파 코어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김정희 스타일리스트는 그랜드파 코어를 가리켜 “‘편안함’이라는 세 글자로 집약된다. 디자인적으로나 분위기 면에서나 애써 힘을 주지 않았지만 넉넉함이 느껴지는 패션”이라며 “할아버지에게는 일상의 옷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그들의 여유가 더해진 트렌드”라고 정의했다.

유행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그랜드파 코어 관련 상품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그랜드파 코어 패션의 기본이 되는 체크 셔츠와 케이블 니트의 판매량은 각각 446%, 579%나 늘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 스타일 역시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체크 셔츠 거래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7% 증가했다고 밝혔다. 흔히 꽈배기니트라 부르는 케이블 스웨터 매출도 80% 성장했다. 두 제품은 그랜드파 코어를 스타일링하는 대표적 상품이다.

조선경 패션 MD는 “지난해 유행한 올드머니룩이 상류층의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모방했다면 그랜드파 코어는 시대를 막론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좀 더 친숙한 의미의 클래식룩”이라며 “격식보다는 개성을 강조하지만 그러면서도 단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심미성과 실용성을 모두 챙길 수 있어 이를 소화하는 소비층도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인기?

그랜드파 코어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식지 않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레트로 열풍’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랜드파 코어’가 확산하기 이전에는 일명 ‘할머니룩’으로 불리는 ‘그래니룩’이 인기를 끌었다. 촌스럽고 유치하다 여겨지던 할머니의 낡은 옷장 속 아이템이 젊은 세대의 감각을 만나 ‘요즘 트렌드’로 뻗어 나간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랜드파 코어를 표현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피오, 수영. 각 인스타그램 갈무리


성별 구애받지 않고 시대 뛰어넘는 ‘멋’

박영한 트렌드 분석가는 “AI(인공지능)가 등장하는 등 기술의 발달로 삭막해진 현시점의 레트로는 힘들었지만 따뜻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일종의 향수”라며 “이런 맥락에서 그랜드파 코어는 익숙한 옛것에 서려 있는 추억을 통해 위로받고자 하는 현대인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평소 그래니룩과 그랜드파 코어를 즐겨 입는 패션 인플루언서 정한씨는 “오랜 연륜과 경험이 녹아든 어르신들의 멋이 퍽퍽한 삶을 살아가는 MZ세대에게 푸근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젠더리스 패션이라는 점도 ‘그랜드파 코어’의 매력이다. 패션 크리에이터 박유림씨는 “어른들의 옷은 대체로 관리만 잘한다면 대물림이 가능한 소재이고,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디자인이 대다수”라며 “특히 앞서 유행한 ‘그래니룩’과 달리 중성적인 느낌을 보여줄 수 있어서 남녀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 소비’ ‘지속 가능한 패션’ 등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과 일치한다는 점도 인기를 견인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조부모의 옷만 있다면 새 옷을 사지 않고도 레이어드가 가능하니 정말 기특한 패션이 아니냐”라며 “이는 환경적인 문제를 중시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라고 풀이했다.

레트로와 힙함을 모두 챙기려면 이렇게

할아버지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출발한 그랜드파 코어는 단순히 옛것에 집중하지 않고 옷감, 색채, 무늬 등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포인트다.

아티스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그랜드파 코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대표적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할아버지 패션’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팔꿈치에 스웨이드 엘보 패치를 덧댄 스웨터, 과감한 색상과 그래픽이 가미된 티셔츠 등을 매치해 레트로 매력을 배가시킨다. 강렬한 컬러의 체크 셔츠와 헤링본 팬츠 등으로 ‘힙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모델 겸 영화배우 지지 하디드 역시 ‘할아버지 옷을 패셔너블하게 입은 손녀’의 정석을 보여준다. 뉴욕 패션 행사에 참석한 그는 빛바랜 오버사이즈 재킷과 슈트 바지, 체크 남방과 빈티지 넥타이, 녹색 선글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에서는 블락비의 멤버 피오가 그랜드파 코어를 충실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로 꼽힌다. 그는 황갈색 바탕에 다양한 패턴이 들어간 스웨터, 뿔테 안경과 단정한 디자인의 로퍼 등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멋을 뽐낸다.

레트로와 힙함, 두 가지를 모두 챙기려면 어떻게 입어야 할까.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제안하는 그랜드파 코어 팁은 ‘강약 조절’이다.

강렬한 패턴이나 컬러를 메인으로 골랐다면 여기에 매치하는 아이템으로는 최대한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 색감을 추천한다. 더불어 할아버지 패션이니 중후함이 앞서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는 것이 좋다. 캐주얼한 느낌을 가미할 수 있는 타이, 헌팅 캡, 볼캡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멋의 깊이를 채우는 방법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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