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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균의 목업일기 침대 틀 만들기

초등생 아들 둘이 쓸 슈퍼싱글
친환경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
아이들, 칠·본딩·못질 등등 참여
침대 프레임 조립 과정 중 만세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큰아들.

목공방은 최고의 놀이터다. 아이들 이야기다. 스승의 공방에서 목공을 처음 시작한 뒤 간혹 시간이 나면 아들을 데리고 뭔가를 했다. 냄비 받침 같은 작은 소품도 만들고 스툴이나 수납장도 만들었다. 가구를 조립하며 한없이 행복해하는 유치원생 아들을 보며 상상했다. ‘내 공방’이 생긴다면, 애들도 정말 좋아하겠구나.

아이들은 커서 초등학생이 됐고, 초보 목공인이었던 아빠는 자신의 공방을 차리게 됐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목공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방과 후 교실’에 목공체험을 포함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목공 체험이란 그 내용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손 사포로 나무를 문지르는 간단한 샌딩, 조립, 그리고 마감 칠이다. 칠까지 하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 여러 제약 탓에 칠하지 않은 물건을 들고 오는 경우도 자주 있다. 비용이나 시간적 한계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아빠가 목공방을 하고 있으니, 4학년·2학년이 된 두 아들은 이제 학교에서 진행하는 ‘체험 목공’을 시시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아이들이 쓸 슈퍼싱글 침대 2개를 함께 만들었다. 아들들아, 사실 아빠는 혼자 일하는 시간이 필요했단다. 하지만 육아가 본업인 목공인이라는 숙명을 어찌 피할 수 있으리오. 가자, 그리고 만들자.

침대에서 화학물질 배출된다면…

침대라는 게 쉬운 듯하면서도 고민할 게 많은 가구다. 우선 소재. 보통 유명한 브랜드의 비싸고 좋은 매트리스를 선택하면서도, 프레임은 싼 걸 쓰자는 정서가 있다. 나도 전에는 그랬다. 소비자들의 정서와 수요가 그러하니, 가구 회사에서는 프레임에서 비용을 낮추려고 한다. 나무 가루에 화학 성분의 접착제를 섞어 압착해 만든 보드에 필름을 붙여 만든 프레임을 쓰는 건 그래서다. 엠디에프(MDF)나 파티클보드(PB)가 그런 소재다.

물론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술 수준도 발전하면서 이런 틀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을 낮춘 등급의 제품들이 나오는 추세이긴 하지만 원목 제품에 비할 바는 아니다. 최소한 합판은 써야 한다. 합판은 종잇장처럼 얇은 목재를 여러 겹 붙여 만든 판재로 휨 등의 변형을 방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건강한 소재다. 목공인으로서, 합판까지는 목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방가구도 대부분 엠디에프를 쓴다. 그런데 싱크대와 침대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싱크대에 하루 10시간씩 몸을 붙이고 살진 않는다. 반면 침대는 나와 내 가족이, 아이들이 몸을 기대고 잠을 자는 장소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당장 집의 침대 프레임을 만져 보시라. 원목 침대가 아닌 한, 겉면이 필름으로 마감된 침대 소재는 모두 그런 거다. 미세한 수준이지만, 화학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건강에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약하다. 진짜 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들들과 함께 만드는 침대는 이번 겨울방학 최대 프로젝트가 될 터였다. 원목이 좋겠지만 애들이 침대에서 하도 격렬하게 뛰곤 하니, 합판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뛰어나고 친환경적인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하기로 했다. 자작 합판은 소나무 계열의 원목보다도 훨씬 강하고 비싸다. 이번 침대 제작에 자작을 선택한 건 공방에 자작 합판이 좀 넉넉하게 쌓여있어서였다. 뭐,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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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내 가구를 직접

완성된 침대 프레임.

설계 역시 고민이었다. 도면 그리는 프로그램을 켜놓고, 노트북 옆에는 스케치를 위한 종이와 펜을 놓아둔 채 얼마나 많은 도면을 그렸다 지웠던가. 침대 프레임의 구조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선 평상형은 튼튼하고 견고하지만 투박해 보인다. 다리와 측판, 그리고 매트리스를 지지하는 여러 개의 살로 이뤄진 형태의 침대는 날렵해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약하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이 두 가지 디자인의 장점을 합치면 어떨까? 오랫동안 사용해도 처지거나 삐걱거리지 않도록 평상형에 측판과 머리판 등을 결합했다. 매트리스 통풍을 위한 구조도 포함시켰고, 간단히 분리해 이사에도 용이하도록 했다. 볼트 4개만 풀면 분해된다. 성인 한 명이 너끈히 나르고 조립할 수 있다. 이번에는 자작 합판을 썼지만 원목이든 우드슬랩이든 어떤 자재로도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싱글이나 퀸·킹 사이즈까지 크기에도 제약이 없다. 그리고 견고하다. 아무리 뛰어봐라. 너희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내려앉거나 삐걱거리지 않을 것이다.

제작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고심했다. 혼자서 조립하면 이틀이면 끝날 일이 3주 정도 걸렸다. 기나긴 겨울방학의 시간을, 무언가 함께 채우는 게 목표였다. 물론 아이들에게 재단은 아직 무리다. 미리 도면대로 재단해 놓은 목재를 함께 조립하고 마감했다. 본딩(본드를 바르고 접착하는 일)과 클램핑(접합 부위를 강하게 잡아주어 단단히 고정하는 일), 나사못 하나를 박는 일까지 최대한 손수 하도록 했다. 차분한 색감의 스테인과 바니시 칠을 했는데 눈에 보이는 부분은 아빠가, 아닌 부분은 아이들이 붓을 잡고 칠했다. 아이가 자신이 쓸 가구를 직접 만든다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피스를 박기 전에 미리 구멍을 뚫어야겠죠? 아빠, 피스 자리 표시해주세요.” 점점 목공인이 되어가는 큰아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무거운 나무를 나르고 조립하며 힘들어 하면 각자 자유시간도 가졌다. 자투리 나무를 잔뜩 던져주면 스스로 궁리해서 뭔가를 한다. 사람 형태의 인형, 총이나 칼 같은 장난감을 만든다. 철없는 둘째는 아직 공방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 시간을 기억해 주길.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뭔가 물건을 만지고 만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돌이켜보면 아이들만큼이나 나도 행복했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며 아이들과 함께 채워가는 시간이 아닌가. 힘겹게 공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다. 다시 말하지만 목공방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다.

글·사진 송호균 나무공방 쉐돈 대표

한겨레 기자로 일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해 2016년 온 가족이 제주도로 이주했다. 본업은 육아와 가사였는데, 취미로 시작한 목공에 빠져 서귀포에서 목공방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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