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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피 | 운동 칼럼니스트·<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제 운동인들은 슬슬 땀과의 씨름을 시작했다. 그런데 더운 날 헬스장에서 혹은 야외에서 이상한 광경도 가끔 본다. 다 벗어도 더워서 힘든데 공기가 안 통하는 땀복, 심지어 패딩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들이다. 대부분은 땀을 많이 흘릴수록 살이 더 많이 빠진다는 속설 때문인데, 헬스장에도 살을, 아니 땀을 더 빼겠다며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끄는 만행을 저지르다 회원들끼리 마찰을 빚는 일도 종종 있다.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과거에는 체중관리를 핑계로 여름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얌체 헬스장도 많았다.

사람들이 이렇게 믿는 것도 이유는 있다. 첫 번째로 탈수다. 더우면 단시간에 많은 땀을 흘리게 되는데, 물을 마셔 보충할 수 있는 양도 한계가 있다 보니 운동이 끝난 시점으로 보면 탈수량이 더 많아서 이때 체중을 재면 확 줄어 있다. 하지만 땀은 물과 염분일 뿐 체지방과는 무관하다. 당장 살이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겠지만 집에 들어가 물과 음식을 잘 먹고 한숨 푹 자면 다음날 어차피 제자리다.

두 번째 이유는 복싱, 격투기 등 체급경기 선수들이 체중 제한을 통과하기 쓰는 땀복 트레이닝을 잘못 이해한 결과다. 이런 체급종목에서는 체급 기준 이하로 체중을 줄이려고 의도적인 탈수 상태를 만든다. 물과 염분, 당분을 조절하고, 최대한 땀을 빼면 체중이 평소보다 많게는 10㎏ 이상 줄기도 한다. 그렇게 체중 측정을 통과한 직후 물과 염분, 당분을 쏟아부어 원래 체중으로 단시간에 되돌려 체력을 회복한다. 이 과정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이라 최근 몇몇 종목에서는 평상시 체중에서 일정 수준 이상 감량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체중관리로 빼야 하는 건 체지방이지 물이 아니다. 같은 기온과 습도라면 땀을 많이 흘렸다는 게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간접 증거는 될 수 있겠지만, 사람마다 땀을 흘리는 양도 제각각이라 썩 객관적인 지표도 못 된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비 오듯 쏟는 사람이 있고, 웬만큼 운동해도 티가 안 나는 사람이 있다. 사실 더위 자체는 운동에 마이너스 요소다. 더워서 체열 발산이 어려워지면 한 시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 30분 걷기밖에 못하고, 20㎏ 들 사람이 15㎏밖에 못 드니 크게 보면 살을 뺀다는 면에서도 손해다.

그럼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하나. 몸이 더위를 이기려고 땀을 내고, 숨을 헐떡대는 메커니즘 자체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간 늘기는 하지만 체중을 좌우할 만큼의 의미 있는 양은 아니다. 다만 탈수와 미네랄 불균형 등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 때문에 더 피로하게 느낄 수는 있다. 실제 몸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시기는 여름이 아니고 체열을 내어 추위를 이겨야 하는 겨울이다.

수피 | 운동 칼럼니스트·<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또 하나의 의문. 위의 내용과는 반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겨울에 체중이 증가하고 여름에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왜 그럴까? 이는 땀을 흘리면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인데, 실상 겨울에 열량 섭취가 많고 활동량도 줄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에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큰 명절이 있다. 또 여름엔 상대적으로 노출이 심해서 사람들이 체중에 민감해지는 것도 한 이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땀을 많이 흘리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까를 묻는다면 ‘일부러 더 흘릴 필요는 없다’가 답이다. 쾌적한 조건이 되어야 운동도 더 강하고 길게 할 수 있다. 노력하고 운동해서 땀을 흘린다면 그 땀에 체지방이 녹아나왔다고 생각해도 되지만, 옷 더 끼어 입고 몸에 고통을 주어가며 낸 억지 땀은 그저 소금물일 뿐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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