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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0월 21일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대통령(당시 여주지청장)이 기자들에 둘러쌓여 서울고검 국감장을 나서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4·10 총선 참패 후 여권의 인사 쇄신 과정에서 불거진 ‘양정철 비서실장-박영선 국무총리’ 기용설은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불렀다. 두 사람이 하마평에 오른 것 자체가 여러 뒷말을 낳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일부 대통령실 관계자 발로 ‘윤석열 대통령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각각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후보자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했다. 실제 닷새 뒤인 22일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이 새 비서실장에 임명되며 최소 절반은 사실이 아닌 게 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 부임한 정 비서실장은 24일 첫 참모진 회의에서 “정치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비서들이 하는 게 아니다”고 일갈했다. 양정철-박영선 기용설이 흘러나온 배경으로 ‘용산 비선 실세’가 지목되자 기강을 바로잡으려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의도치 않게 드러난 사실이 또 하나 있다는 말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과 야권 진영 인사들의 오랜 인연이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권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양정철 전 원장, 박영선 전 장관과 가까이 지내고 있고 종종 연락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주변에 “두 사람과는 말이 잘 통한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전부터 양 전 원장을 쓰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해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조셉 나이 석좌교수와 대담을 했을 당시 하버드 연구원 자격으로 참석했던 박영선 전 장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과 야당 인사들의 인연은 대부분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시작됐다. 2013년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파고들었다. 그해 6월 윤 대통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 문제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 윗선과 충돌했고 10월 17일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나흘 뒤 법사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대통령은 수사 외압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 발언은 국민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의 윤 대통령을 만든 결정적 장면이었던 셈이다.

당시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의원이던 박영선 전 장관, 민주당 대표는 김한길 현 국민통합위원장이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박 전 장관에게 꽤 고마워하는 게 있다”며 “당시 (윤 대통령이)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냈는데, 박 전 장관이 별도로 연락해서 오라고 했다. 이후 ‘날 불러줘서 고마웠다’며 윤 대통령 부부가 (박 전 장관 부부와) 식사도 같이했었다”고 전했다.

김한길 위원장 역시 당시 법사위 구석진 자리에 앉아 윤 대통령을 지켜봤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윤석열 검사에게 민주당 출마를 권유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역시 현재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윤 대통령이 서울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배경으로 양 전 원장의 천거가 꼽힐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깝다고 야권엔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정치권에선 ‘양정철·박영선 인선’ 논란이 현재 윤 대통령이 처한 여소야대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야당의 동의 없이 국무총리 인선도 어려운 상황이니 용산 내부에서부터 야당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그런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양정철·박영선은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대선 공신으로 통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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