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사기획창 '고용허가제 20년-공존의 조건' 중에서]

살람 씨(가명)는 1년 반 전 한 축산업체와 계약을 맺고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지 10개월째, 익숙해가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렸습니다.

<인터뷰> 살람(가명) / 외국인 근로자
그날 저녁에 숙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장이 부르더니 한 시간 안에 떠나라고 했어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이유는 없고 그냥 제가 나갔으면 좋겠다 했어요.

<당시 촬영 영상>
- 대표: 야, 너 빨리 가서 짐 싸. 야, 미쳤나 진짜. 가!
= 살람: 아니야
-대표: 뭐가 아니야. 가라고 가. 야, 내가 가라면 가는 거야 짐 싸.
=살람: 지금 제가 안 가요.
-대표: xxx. 정신 나갔어. 야, 짐 싸라고!

막무가내로 사업장을 떠나라고 요구하는 사업주,
살람 씨는 납득 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살람(가명) / 외국인 근로자
열심히 일했어요. 택배 보내는 일을 주로 했는데, 제가 일을 할 때는 반품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장이 "이곳은 자신의 집이니 내보내는 건 자기 마음이다"라는 식으로 말했어요.

무방비로 회사 기숙사에서 나오게 된 살람 씨는 한동안 모텔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제작진은 사업주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정해진 기간, 정해진 일터에서만 일을 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사업장을 바꿀 수는 있지만, 필수적으로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신청 기한과 신청 횟수 등에도 제한을 받습니다.

일터를 바꾸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기간은 퇴사일로부터 단 한 달. 기한을 넘기면 곧바로 출국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쫓겨난 뒤 체류자격마저 잃을까 봐 다급해진 살람씨는, 결국 고용센터의 지시에 따라 사업장 변경 신청을 했습니다.

그녀는 억울했습니다.

<인터뷰> 살람(가명) / 외국인 근로자
고용센터에서는 제가 전 직장을 당사자 간 합의로 그만두었다고 표시해야 한다고 했어요. 사장님이 표시한 대로 등록하지 않으면 구직 신청을 할 권리가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고용센터 관계자는 센터 차원에서 합의를 강요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고용센터 관계자
(피해 관련해) 조사 중이거나 진정서 건이 접수되거나 하면 임시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건데 본인들이 판단해서 한 거라서...

이처럼 사업주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끝까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INT> 김이찬/이주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이거는 해고의 권한이 일방에게만 있고 일,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노동을 그만두고 싶은 권리는 (노동자에게) 전혀 안 주어지고. 이 권한의 불균형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노동자는 내가 체류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스스로 거짓말을 해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법률 자체가 한계가 있는 거죠.

얼마 전, 살람 씨는 다시 고용센터를 찾았습니다.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가며 피해를 밝히는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INT> 김이찬/이주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결과를 받으면 근로감독관의 조사 의견서를 가지고 고용센터에 다시 사업장 변경 사유 변경을 신청 한번 해 봐야겠죠.

<인터뷰> 살람(가명) / 외국인 근로자
제 자신을 위한 정의를 찾고 싶어서요. 사장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여겨줬으면 좋겠어요. 무시하거나 (<짓밟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 버리는 게 아니라요.

1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온 칼레씨는 얼마 전까지 석재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인터뷰> 칼레(가명) / 외국인 근로자
재단실에서 일했어요. 재단실에서 돌 잘라서 (자른) 돌을 들어 올려서 바로 뒤에 놓았어요. 이걸 계속해야 돼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 바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칼레 씨를 기다려 주지 않았습니다.

괴롭힘은 심해졌고, 폭행의 강도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인터뷰> 칼레(가명) / 외국인 근로자
다른 곳에서 한국인 직원과 같이 일을 했어요. 그 직원이 제가 빨리 빨리 못하니까 ‘왜 이렇게 천천히 해, ××야. 빨리빨리 해, ××야’라고 하면서 철근으로 ○○(급소/신체 중요부위)를 때렸어요.

칼레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처리했습니다.

<당시 촬영 영상>
아니, 장난한걸. 예쁘다고 그렇게 우리가 장난치고 이렇게 한 건데 (잘못 맞은 거지)~
(경찰: 욕하고 하면 노동부에 고발해, 오케이? 좀 참고, 좀 참아. 오케이?)

<인터뷰> 칼레(가명) / 외국인 근로자
아저씨가 때려요. 며칠 전에 공장장님도 나 때려요. 이렇게 때리면 어떻게 일해요, 이 공장에서?

회사 측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칼레 씨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히려 한 달간의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경찰이 폭행 정황을 조사한 뒤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자, 그제서야 사업장 이동에 동의해 줬습니다.

하지만 사업장 변경 이유는 ‘근로자의 태업’으로 체크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칼레(가명) / 외국인 근로자
이거는 거짓말이에요. 맨날 열심히 일했어요.
(기자: 그런데 왜 여기에 사인하셨어요, 맞다고? )
그 공장에 1시간도 더 있을 생각이 안 들었어요. 당장 거기서 나가고 싶었어요. 스트레스가 컸어요. 사람들 전부 싫었어요. 그래서 항복하고 사인해 줬어요.

이 같은 일을 수없이 봐왔다는 섹 알 마문 씨는 한국의 고용허가제도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인터뷰> 섹 알 마문/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법의 보호라는 건 내가 알아야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나한테 힘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남의 나라 와서 내가 회사를 바꾸려고 하면 내가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면 누군가를 범죄자로 만들어야 돼요. 그건 한국 사람이라도 쉽지는 않을 거예요.

관련 방송: 2024년 4월 23일(화) 밤10시 KBS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5948 왜 죽을듯 운동해도 살 안 빠져?…소름 돋는 '미친 연구' 결과 랭크뉴스 2024.05.01
15947 이르면 내주 용산 조직개편…민정수석 부활·시민사회수석 존치 랭크뉴스 2024.05.01
15946 ‘명품 시계’ 구매대행이라더니…알고 보니 7억대 보이스피싱 돈세탁 랭크뉴스 2024.05.01
15945 공수처장 후보 딸 스무 살에 성남 재개발 땅 4억 매입…인사청문회 쟁점으로 랭크뉴스 2024.05.01
15944 악수된 우군 확보…숙부에 밀린 반쪽짜리 '이우현 체제' 랭크뉴스 2024.05.01
15943 종이로 도로 뒤덮은 경찰·구청 직원…다 이유 있었네 랭크뉴스 2024.05.01
15942 공수처장 후보 딸, 20살 때 '재개발 앞둔 엄마 땅' 4억에 매입 랭크뉴스 2024.05.01
15941 [바로간다] 모아타운 주변도 쪼개기 극성‥1.3만㎡ 소유자 959명 랭크뉴스 2024.05.01
15940 '밸류업 큰손' 나선 연기금, 총선 후 7000억 폭풍 매수 랭크뉴스 2024.05.01
15939 자동차 ‘질주’·반도체 ‘부활’…수출 7개월 연속 ‘플러스’ 랭크뉴스 2024.05.01
15938 출산지원금 1억 준다면…국민 62.6% “동기부여 된다” 랭크뉴스 2024.05.01
15937 [단독] 공수처장 후보 딸, 20살 때부터 로펌 근무…“알바였다” 랭크뉴스 2024.05.01
15936 정부 "대입전형과 충돌 없다"지만‥법원 결정 따라 증원 백지화 우려도 랭크뉴스 2024.05.01
15935 국회엔 허위 답변서로 ‘아빠 찬스’ 은폐…“선관위 해체 수준 대책 시급” 랭크뉴스 2024.05.01
15934 계속되는 美고용 호조…4월 민간고용 전월대비 1만명 더 늘어 랭크뉴스 2024.05.01
15933 '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은?‥민주당, 내일 강행 처리 가능성 랭크뉴스 2024.05.01
15932 중국 노동절 연휴 첫날 고속도로 붕괴 참변…24명 사망·30명 부상 랭크뉴스 2024.05.01
15931 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뺑소니 사망사고 발생 랭크뉴스 2024.05.01
15930 '세법 전문'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 딸 '세테크' 논란 랭크뉴스 2024.05.01
15929 지하철역에 ‘장애인 권리 보장’ 수백장 스티커…전장연에 ‘무죄’ 랭크뉴스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