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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32년 만에 최저… 5년 연속 하락
“권리금 받고 내놓는 가게 늘어… 임대료 낮춰야 공실 회복”
전문가들 “소비 여력 한계… 뉴타운 재개발에 활성화 가능성”

“손님이 거의 없어요. 예전에는 학원 심부름으로 오는 학생들이라도 있었는데 최근 수강생이 줄면서 그마저도 없어 가게 유지만 하는 중이에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5년째 복사집을 운영 중인 김모(40)씨는 노량진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 펜데믹 때 인강(온라인 강의)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학생들이 확 줄었고 최근에는 공무원 수험생 자체가 줄면서 매출이 코로나 전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지난 22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 인근 상가 공실. /방재혁 기자

노량진역 인근 상권은 대낮에도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노량진 명물로 꼽혔던 컵밥거리는 가게 19곳 중 7곳만이 영업 중이었고 나머지 가게는 철문이 내려가 있었다. 학원가 인근 상가들도 일부 대형프랜차이즈 업체에만 고객들이 몰려있었고, 나머지 가게는 불이 꺼져 있거나 손님 없이 비어있었다. 한 공무원시험 학원 바로 옆에 위치한 상가에는 임대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5년 연속 하락하면서 대표적인 공시촌(공무원수험촌)으로 꼽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상권도 매출이 하락하면서 쇠퇴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인사혁신처 발표에 따르면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이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경쟁률은 4749명 모집에 10만3597명이 지원해 21.8대1이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은 최근 5년간 ▲2020년 37.2대 1 ▲2021년 35.0대 1 ▲2022년 29.2대 1 ▲2023년 22.8대 1을 기록하며 하락했다.

지난 22일 오후 방문한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 일부 가게 문이 닫혀있다. /방재혁 기자

공시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량진을 벗어나는 학생들도 발생하고 있다. 7·9급 공무원 수험생인 문모(30)씨는 “주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업무 과중도 심하고 월급도 적어서 시험에 투자한 시간과 금액을 생각하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노량진에서 시험을 준비하다 귀향한 서모(28)씨는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부를 2년 정도 하다 보니 인강으로 공부해도 충분할 것 같아서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며 “확실히 학원 수강생도 줄고, 상권도 처음 노량진에 왔을 때보다는 인파가 적어진 것 같다”고 했다.

노량진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수험생이 줄면서 가게를 내놓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노량진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공실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내놓으려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공인중개사무소 바로 앞 건물도 임대료를 코로나 이전인 5년 전보다 150만원~200만원 정도 낮춘 뒤에야 공실을 채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낮춰주면 들어오려고 하는 문의도 있는 편인데, 들어왔다가 금방 나가거나 문 닫아놓고 장사를 하지 않는 가게들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 인근 상가 공실. /방재혁 기자

전문가들은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어 상권이 한동안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노량진에서 혼자 살면서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자급자족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온라인 강의가 발달한 데다 공무원 시험 응시생 자체가 줄어 전망이 더 어둡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상권이 회복되려면 흡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노량진은 쇠퇴한 상권에 가까운 데다 소비할 수 있는 여력에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임대료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지역이라 당장 상권에 변화가 크게 일어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다만 노량진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새로운 상권이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량진 뉴타운은 현재 8개 구역 모두 시공사 선정을 끝내고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 교수는 “예전 노량진은 공시 학원과 대학 입시학원이 같이 있었는데 입시학원들이 대치동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공시 학원만 남게 됐다”며 “노량진 뉴타운 재개발이 완료되면 다시 입시학원가의 필요성이 생겨 인근 상권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노량진 학원가 인근 상권의 모습. /방재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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