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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춤추는 개혁 잣대… ‘검수완박’ 신중 목소리
‘수사·기소 분리’ 오류 방지… 수사 지연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검찰 개혁은 지난 30년간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거론돼 온 의제다.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건 김영삼정부 때다. 이후 모든 정권에서 찬반양론이 거셌다. 초기에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최근 개혁 작업은 검찰권 분산과 통제에 집중됐다.

2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도 검찰 개혁이 회기 초반부터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189석을 확보한 범야권이 공통으로 검찰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개혁안을 공약해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법조계에선 문재인정부에서 추진된 검찰 개혁으로 수사 지연 등 문제가 현실화한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중립성 보장과 개혁 논의는 김영삼정부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1994년 10월 검찰은 12·12 군사반란 사건과 관련해 “불필요한 국력 소모가 우려된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기소유예했다. 1995년 7월에는 5·18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시민단체들은 그해 10월 특별검사 임명 법안을 입법 청원하며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정치 권력 주변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독립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 처음으로 검찰 문제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취임 후 첫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했다.

정부는 다음 해 5월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발족해 구속 제도 및 수사 절차 개선 등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 유도 및 검찰총장 부인 옷로비 사건으로 처음 특검이 도입된 것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개혁이 추진되진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검찰 개혁에 나섰다. 여성 법관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2003년 3월 평검사 수십명과 ‘검사와의 대화’도 진행했다. 청와대와 법무부 주요 보직에 비검찰 인사를 임명했다. 2004년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를 담고 있던 검찰청법 제7조(검사동일체의 원칙)를 삭제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검찰의 반발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현 검찰 수뇌부를 믿을 수 없다’는 발언을 하자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은 곧장 사표를 냈다. 정부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하자 2004년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은 측이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정면 반발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검찰의 ‘표적 수사’ 문제가 제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당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논의하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했지만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 폐지를 공약했고,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4월 중수부가 폐지됐다. 검찰총장 ‘직속 부대’인 중수부가 5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가장 고강도의 검찰 개혁 작업을 추진했고, 상당 부분 법률에 반영해 제도화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했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됐다. 검찰 직접 수사권은 모든 범죄→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2대 범죄(부패·경제)로 단계적 축소됐다. 다만 조국 대표 등을 대상으로 사정 수사가 이뤄지자 정부·여당이 보복 차원에서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윤석열정부에서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권남용, 무고, 위증 범죄 등을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22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검찰 개혁이 재추진될 경우 정부·여당과 야당의 극한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야권의 검찰 개혁 공약은 검찰 직접 수사권 완전 폐지,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 기관 신설 등으로 요약된다. 조국혁신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한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권력은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수사·기소권이 분리돼야 혹여나 발생할 사법 오류를 방지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그러나 검찰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고, 검·경 간 ‘사건 뺑뺑이’로 수사 지연 문제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개혁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수사권을 떼어놓으면 결국 사건을 최종적으로 누가 책임지는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웅석 전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검찰 사건은 대다수가 민생 사건인데 일부 특수 수사의 문제점 때문에 모든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를 나눠 맡아야 하는데 기관 간 신경전이 더해지고, 책임 소재로 인한 갈등이 심화하면 수사 지연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통령이 검찰 인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란 의견도 있다. 정 전 회장은 “대통령실 주도로 검사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개혁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처럼 외부인이 참여해 독립된 검찰 인사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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