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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군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이는 소수민족무장단체 중 하나인 아라칸군(AA)이 지난 1월6일 북서부 친주에서 미얀마군 제308 경보병 대대를 점령했다. 미얀마 독립언론 ‘이라와디’ 제공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3년이 훌쩍 넘었다. 쿠데타는 군부와 저항세력 사이의 내전으로 확대되면서 많은 미얀마인들을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미얀마의 끔찍한 사정은 이스라엘-가자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가려 국제사회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는 미얀마는 2015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총선 승리로 민정 이양이 이뤄진 뒤 군부독재에서 민주국가로 순조롭게 탈바꿈한 모범 사례로 각광받았다. 미얀마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고 많은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진출했고, 외국 관광객도 양곤 등 주요 관광지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들어왔다.

좋은 시절은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짧게 끝났다. 군부는 ‘몇달 전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수치 등 민족민주동맹 지도자들을 대거 체포했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민주화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는 거리낌 없이 유혈 진압에 나섰다.

그렇지만 상황이 군부의 뜻대로 돌아가지만은 않았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많은 민주화 시민은 군부의 힘이 미치지 않는 국경지대로 숨어들어 무기를 들었다. 소수민족들도 군부의 폭압에 무력으로 맞서면서, 미얀마는 점차 내전 상태로 빠져들었다.

미얀마는 다민족 국가로, 1948년 독립 이후 지속적으로 주류 버마족과 다른 소수민족이 갈등을 빚어왔고, 정부군과 소수민족 무장세력의 무력 충돌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에 반발한 민주화 세력이 소수민족의 무장세력과 합류한 것은 과거에 없던 양상이다. 민주화 세력과 소수민족의 연대로 군부 쿠데타가 촉발한 갈등과 충돌, 혼란이 전국적 규모로 번진 것이다.

현재 국토 절반 가까이는 군부 정권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군부는 소수민족과 민주화 세력의 진격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수민족 세력은 지난해 10월 동북부 카친주와 샨주에서 3개 무장세력 연합을 통해 이른바 ‘1027 작전’을 펼치며 주요 전략 지역을 점령하는 등 정부군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힘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군부는 지난 2월 국가비상사태를 다시 여섯달 연장하겠다고 밝히고 징병제를 전격 도입해 병력 보충에 나서는 등 전열 재정비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민주화 세력과 소수민족들로 구성된 저항세력은 최근 몇몇 군사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 저항세력 사이의 연대와 결속은 매우 느슨할 뿐 아니라, 일부에선 민주화 세력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소수민족들 사이에도 잠복한 갈등과 반목이 표출하면서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다.

분쟁이 이어지는 사이 미얀마 사람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국제단체 ‘무력충돌 장소와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3년 전 쿠데타 이후 숨진 이가 5만명이 넘는다. 또 군부 정권에 저항하다 수감된 이가 2만6500명을 넘어섰고, 실향민도 26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은 군부 정권이 무차별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등을 저질렀다며 전범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굶주림 등으로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이가 1800만명이라고 입을 모은다. 언제쯤에나 이런 참혹한 비극을 멈춰 세울 수 있을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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