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곽노필의 미래창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실 개발
박테리아 확산 차단 효과 2배
뚜껑을 닫아야만 작동하는 자동 변기 물 내림 장치는 병원성 박테리아 확산 차단에 2배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자동 변기 물내림 장치와는 관계 없음. Curology/Unsplash

수세식 변기에서 물을 내릴 때 튀어오르는 물방울은 배설물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온 다양한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위생을 위해선 볼 일을 보고난 뒤 반드시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 한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볼더대 연구진은 변기 물을 내릴 때 물방울이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연구진이 녹색 레이저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물방울은 초속 2m의 속도로 분출돼 8초 이내에 1.5m 높이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방울은 주로 위로 치솟아 뒤쪽의 벽으로 향했다가 천정까지 올라간 뒤엔 앞으로도 날아갔다. 특히 5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보다 작은 물방울은 공중에서 몇분씩이나 떠다녔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볼 일을 보고 난 뒤, 뚜껑을 열어 놓은 채 무심코 물부터 내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실 연구진이 뚜껑을 닫아야만 작동하는 자동 변기 물 내림 장치를 개발해, 그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변기 물을 내린 후 물방울이 튀어 올라가는 모습. 왼쪽부터 2.8초 후, 4.4초 후, 6.4초 후에 찍은 것이다. 콜로라도볼더대/사이언티픽 리포츠

연구진은 환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8곳을 실험 대상으로 선정한 뒤, 이 가운데 4곳에 이 장치를 설치하고 물을 내릴 때 박테리아 입자가 얼마나 확산되는지 비교했다. 분석을 위해 각 화장실엔 8개씩 박테리아 수집 및 배양용 접시를 놓았다. 1개는 물 탱크 위, 2개는 변기 시트, 2개는 변기 양쪽 측면, 3개는 변기 앞쪽에 15cm 간격을 두고 배치했다.

연구진은 변기에 대변이나 소변이 묻어 있지 않은 깨끗한 상태에서 물을 한 번 내린 뒤, 90분 동안 공기 중 에어로졸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접시를 수거했다. 이틀이 지나자 깨끗했던 접시에 내려앉은 미생물이 빠르게 증식해 군집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됐다.

분석 결과 자동 물 내림 장치를 설치한 변기 주변의 미생물 군집 수는 평균 6개로 자동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변기 주변(14개)의 절반 이하였다. 접시를 설치한 모든 곳에서 마찬가지였다. 특히 변기 시트의 왼쪽(4개 : 10개), 변기 앞 45cm 지점(6개 : 16개), 변기 왼쪽 측면(6개 : 12개)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개발한 자동 변기 물내림 장치와 실험을 위해 미생물 배양접시를 놓은 위치. 서울아산병원 제공(김성한 등)

병원 내 모든 화장실에 설치하기로

연구진이 이 장치를 개발한 건 병원균에 특히 취약한 입원 환자들의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논문 제1저자인 박지혜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람의 대변에는 대장균, 포도상구균, 캄필로박터 등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박테리아가 있다”며 “특히 병원 화장실은 감염된 배설물 속의 병원성 입자가 전파될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물을 내리기 전에 뚜껑을 닫고 자동 물내림 장치를 설치해 화장실 오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 내 모든 화장실에 자외선 자동 소독장치와 함께 자동 물 내림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7~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 임상 미생물학 및 전염병 회의(ECCMID 2024)에서 이번 연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박테리아만을 대상으로 했다. 변기 뚜껑을 닫은 뒤 물을 내리는 것은 박테리아가 아닌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도 같은 효과를 낼까?

지난 2월 미국감염통제저널(American Journal of Infection Control)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뚜껑을 닫는 것은 바이러스 오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는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오염을 줄이려면 물을 내리기 전에 변기 또는 변기 물탱크에 소독제를 넣거나 화장실 자체를 소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431 [단독] 억대 공금 쌈짓돈처럼 쓰다 산업부에 적발…품질재단 '경영진 품질' 엉망 랭크뉴스 2024.05.22
24430 싱가포르행 여객기 ‘난기류’에 방콕 비상착륙…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5.22
24429 ‘VIP 격노’ 있었나…특검법 핵심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 규명 랭크뉴스 2024.05.22
24428 연금개혁 없으면, 6년뒤 연금지급차 자산팔며 주식시장에 '충격' 랭크뉴스 2024.05.22
24427 AI 시대 삼성 반도체 아킬레스건 된 ‘HBM’... “SK하이닉스와 격차 못 좁히자 문책성 인사” 랭크뉴스 2024.05.22
24426 [단독] 컬리, 퀵커머스 사업 '컬리나우' 출격 임박…MFC 직원도 채용 랭크뉴스 2024.05.22
24425 국가대표 시합도 아닌데…경기 전 애국가, 당연한 걸까요? 랭크뉴스 2024.05.22
24424 “현수막 들고 전공의 복귀 촉구한 날, 남편 상태 급속 악화” 랭크뉴스 2024.05.22
24423 원로 교수의 일침 "의·정 모두 환자 생각해 출구 마련해야" 랭크뉴스 2024.05.22
24422 [단독] 대검 간부 '유병언 불법감청' 의혹, 5년만에 무혐의 가닥 랭크뉴스 2024.05.22
24421 “기자들 있으면 못 나간다”… 6시간 버틴 김호중 랭크뉴스 2024.05.22
24420 한국 기업 8곳 중 1곳, 2년째 이자도 못내는 ‘좀비’ 상태 랭크뉴스 2024.05.22
24419 김호중 “죄인이 무슨 말 필요하겠나”…경찰 조사 후 귀가 랭크뉴스 2024.05.22
24418 [속보] 황석영 부커상 수상 좌절…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에 돌아가 랭크뉴스 2024.05.22
24417 김계환 14시간 조사…“해병대에 상처” 대질 거부 랭크뉴스 2024.05.22
24416 저가 공세 밀렸던 국산제품 '숨통' 트일까…美 중국산 주사기·바늘 연내 관세 '0%→50%' 랭크뉴스 2024.05.22
24415 [단독] "절도한 포렌식 자료, 증거 안 돼"... 탄핵심판서 처남댁 지우려는 이정섭 랭크뉴스 2024.05.22
24414 우익은 우익 손에, 좌익은 좌익 손에 죽었다…해방정국 비극 랭크뉴스 2024.05.22
24413 [1보] 황석영 '철도원 삼대' 부커상 불발…'카이로스' 수상 랭크뉴스 2024.05.22
24412 [사설] 김호중 사법방해로 드러난 우리 사회 ‘법 경시 풍조’ 랭크뉴스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