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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수사 뒤 구색맞추기 영장 추가 집행 정황 짚어
게티이미지뱅크

검찰이 대검찰청 서버(D-NET·디넷)에 피의자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올린 뒤 영장 혐의 외 별건 범죄 수사에 활용한 정황이 대법원 판결에서 드러났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대선 시기 ‘윤석열 검증보도’를 수사하는 검찰이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 정보 전체를 디넷에 올린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사생활 정보 등이 담겨있는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영장 등 근거도 없이 검찰이 서버에 올리는 것은 위법한 행위라는 취지의 보도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검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디넷에 올린 뒤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 영장 혐의와 무관한 자료를 찾아 별건 수사를 한 것이 드러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청탁금지법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검찰수사서기관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건 판결문과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춘천지검 산하의 한 지청 사무과장 ㄱ씨는 2018년 5∼6월 해당 지역 시청의 ㄴ국장으로부터 시장 측근에 대한 ‘국토계획법 위반 사건’ 수사 진행을 선거 이후로 늦춰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2018년 6∼10월 ㄴ국장에게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단서, 향후 수사개시 및 구속영장 청구계획을 알려주고, 또 ㄴ국장의 친형 고소 사건에 대한 검사 수사지휘서 내용을 전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문제는 검찰이 다른 사건으로 압수(제1영장)한 휴대전화 정보를 탐색하던 중 이 사건의 단서를 찾았다는 점이다. 검찰은 국토계획법 위반 사건 수사를 하면서 2018년 12월12일 ㄴ국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고, 8일 뒤인 2018년 12월20일 영장 범위 외의 자료도 포함된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디넷에 저장했다. 이후 검찰은 여기에서 ㄱ씨와 ㄴ국장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 일정표, 문자메시지 등 청탁금지법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발견한다.

검찰은 녹음파일 등을 발견한 후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 디넷에 저장된 해당 파일을 대상으로 하는 제2영장을 발부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제2영장의 유효기간이 지나자, 같은 내용의 영장(제3영장)을 또 발부받았지만 한달가량 이를 집행하지 않고 관련자들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소환해 진술을 받는 등 증거를 수집했다. 검찰이 제3영장을 근거로 실제 디넷에 저장된 녹음파일 등을 압수한 것은 2019년 3월22일이었다. 디넷에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올린지 3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검찰은 영장을 집행한 지 20여일 만인 2019년 4월12일 ㄱ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른 사건으로 압수한 피의자의 휴대전화 정보를 영장도 없이 수사에 활용하다가 대부분의 수사를 마무리 한 뒤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구색만 맞추기 위해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1~2심은 제1영장의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녹음파일 등)를 보관하며 탐색한 것은 위법하지만 제3영장을 집행할 때 참여권 보장 등의 절차가 준수된 점 등을 고려해, 제3영장 집행 이후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제3영장 집행 이후 수집된 증거 역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검찰의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 위반을 조목조목 따졌다. 우선 검찰이 당초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 수사를 위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후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삭제·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복제·출력한 일련의 수사상 조처는 모두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제3영장을 발부받아 2차 압수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제3영장 집행도 (국토계획법 위반 사건 수사를 위한) 제1영장에 의한 압수에 따른 복제본(이미징 파일)이 저장된 대검찰청 서버의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발부된 영장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제1영장의 집행이 종료돼, 당연히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무관정보를 발견했는데도 무려 약 3개월 동안 녹음파일 등을 계속 탐색·열람·복제하는 등의 위법한 수사를 계속 진행했으므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한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선별 절차 완료 후 디넷에 저장된 (휴대전화) 전부 이미지를 재탐색하여 제2의 범죄 혐의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면서 “제1의 (영장 기재)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에 대한 탐색, 선별 작업을 진행하던 중 제2의 범죄 혐의 관련 정보를 발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검찰은 현재) 디넷에 보관된 (휴대전화) 전부 이미지는 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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