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5일 기자회견서 경영권 탈취 시도 부인
방시혁 등 하이브 경영진 공격하며 욕설도 
거친 회견 후 "민 대표 응원"...여론 엇갈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저 솔직히 속 시원해요. 제가 나쁜 O이지만 않으면 돼요. 저는 명예가 너무 중요한 사람이에요.” (민희진 대표)

눈물과 욕설과 하소연, 비난으로 뒤범벅된 기자회견이었다. 25일 모회사 하이브로부터 경영권 탈취 시도(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어이없는 듯 웃다가 감정에 북받쳐 울다가 분노에 휩싸여 욕설을 하며 2시간여 동안 토하듯 속내를 쏟아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컨퍼런스센터에는 200여 명의 기자들이 복도까지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많이 모여들어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와 민 대표의 내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민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당황하며 “(플래시 불빛과 셔터 소리에) 집중이 안 돼 말을 할 수 없다”면서 사진 취재 중단을 요청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이전 직장인 SM엔터테인먼트를 그만둔 뒤 하이브에 영입된 과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뉴진스 멤버 다섯 명의 캐스팅 과정 △방시혁 의장이 하이브의 또 다른 자회사(레이블)인 쏘스뮤직의 소성진 대표와 함께 걸그룹 르세라핌을 어도어 걸그룹 뉴진스보다 먼저 데뷔시킨 경위 △하이브 경영진과 어도어의 갈등 등을 설명했다.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는 하이브 주장도 강하게 반박했다.

민 대표는 방 의장,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격해진 감정을 드러냈다. 이내 ‘개저씨’ ‘O발 OO’ ‘양아치’ ‘미친 O’ 등 원색적인 표현과 욕설을 쏟아냈다. 하이브와의 계약 조항을 언급하려 한 것을 비롯해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자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회견에 배석한 변호사 두 명이 민 대표를 저지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방 의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인) 에스파 밟을 수 있죠?”라고 보낸 메시지도 공개했다.

"뉴진스 멤버들이 다들 전화해서 막 울었어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민 대표가 지난해 데뷔시킨 뉴진스 멤버들을 언급할 땐 “내 새끼 같다”면서 매번 눈시울을 붉혔다. “애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제가 이렇게 고통당하고 있으니까 밤에 다들 전화해서 막 울어요. 대표님 불쌍해 죽겠다고. 해린이는 원래 말도 없는 애인데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다’고 하고, 혜인이는 자기가 고마운 게 너무 많은데 나를 못 도와줘서 미치겠다는 거예요.”

격앙된 민 대표는 “(어도어의) 대표가 아니어도 뉴진스와 하려던 일만 하면 된다” “이젠 욕심도 없고, 뉴진스를 더 이상 안 맡아도 된다” “그냥 나 하이브에 있어도 돼요” “어쩔 수 없어 (하이브에서) 나가야지” 등 모순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회견은 민 대표 측이 회장을 빠져나가기까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를 맞고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뉴진스는 다음 달 25일 신곡을 들고 컴백한다. 이후 일본에서 공식 데뷔하고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도쿄돔에서 팬미팅도 연다. 민 대표는 “뉴진스 컴백 직전에 (하이브가)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이야말로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배임 행위 아니냐”고 항변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공식입장을 통해 "민 대표가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 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쏘아붙였다.

여론 반전?... 뉴진스 팬들 중심 "민 대표 응원한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하이브가 어도어 내부 감사를 시작한 지난 22일 이후 민 대표에게 불리하게 흐르던 여론은 뉴진스 팬들을 중심으로 다소 역전됐다. 기자회견 전까지 중립을 지키던 뉴진스 팬들은 민 대표의 입장을 들은 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우호적인 글을 쏟아냈다. “명확한 해명 없이 눈물과 욕설로 감정에만 호소하는 것 같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일부 있으나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민 대표가) 뉴진스와 일에 진심이라는 진정성은 통한 것 같다” “좋게 끝날 것 같진 않지만 민 대표를 응원하게 됐다” “뉴진스 멤버들의 의리에 감동했다” “다른 그룹 팬인데 돌판(아이돌 세계)의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뉴진스의 팬이 될 것 같다” 등 호의적인 글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한숨을 쉬며 한국일보에 말을 꺼낸 한 관계자는 “국내·외 팬들에게든,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에게든, 지망생과 연습생에게든 업계의 치부를 보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같은 업계의 종사자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K팝 업계나 멀티 레이블 체제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자신의 커리어를 걸면서까지 용기를 낸 것은 높이 살 만하다”고 평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712 '콧물 같은 점액질' 필라이트…하이트진로 리콜 “심려끼쳐 죄송” 랭크뉴스 2024.05.07
13711 尹 "제가 답변하겠습니다"…주먹 쥐며 5분간 野주장 정면 반박 랭크뉴스 2024.05.07
13710 "허위사실" vs "수사 협조하라"…한화-현대重 KDDX 갈등, 결국 맞고소로 랭크뉴스 2024.05.07
13709 대형마트서 판매한 치킨에 살아 있는 파리가…소비자 '분통' 랭크뉴스 2024.05.07
13708 '의대증원 회의록' 공방…작성했다는 정부 vs 못믿는다는 의료계 랭크뉴스 2024.05.07
13707 전세사기 피해자 8명째 사망…“대체 정부는 왜 있는 겁니까?” 랭크뉴스 2024.05.07
13706 강남역 살인 500m 떨어진 곳에서 또 여성 살해... 투신하려다 붙잡혀 랭크뉴스 2024.05.07
13705 “올해는 현금으로 다오”… 어버이날 ‘현금선물세트’ 인기 랭크뉴스 2024.05.07
13704 “삼흥그룹을 아십니까?” 20년 만에 부활한 ‘부동산 사기왕’ 랭크뉴스 2024.05.07
13703 대통령실 "尹대통령-李대표 회동에 특사·물밑 라인 없었다" 랭크뉴스 2024.05.07
13702 우리 카네이션 좀 사주세요… 어버이날에도 거래량 ‘뚝’ 랭크뉴스 2024.05.07
13701 더는 안 돼…서학 개미, 인텔서 한 달 새 1000억 뺐다 랭크뉴스 2024.05.07
13700 죽은 친구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가 '나'와 '내 연인'뿐이었다면…[이.단.아] 랭크뉴스 2024.05.07
13699 코스피 2730선 안착···美 반도체주 훈풍에 8만전자·18만닉스 회복 랭크뉴스 2024.05.07
13698 '15년 전 집단성폭행' 자백 유서... 대법원 "증거능력 없다"고 본 이유 랭크뉴스 2024.05.07
13697 與전당대회 한 달 연기…한동훈 당권 도전하나 랭크뉴스 2024.05.07
13696 男화장실에 몰카 설치한 20대男, 873차례 불법촬영하다 결국… 랭크뉴스 2024.05.07
13695 "보쌈 배추 추가 2000원" "양배추 대신 떡 사리"... 정부 "곧 가격 안정" 랭크뉴스 2024.05.07
13694 대구 다가구주택 30대 전세사기 피해자 유서 남기고 숨져···8번째 희생자 랭크뉴스 2024.05.07
13693 [단독] UAE, 韓 스타트업에 10억달러 투자... LB인베와 합작투자사 만든다 랭크뉴스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