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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우리나라 면적의 8.2 퍼센트는 보전과 복원이 우선되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이 돼있습니다.

당연히 개발 허가도 어렵겠죠?

그런데 이런 1등급 지역에서 대규모 벌목을 한 뒤에 생태 자연도 등급을 낮춰 달라는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곳들에 상당수가 골프장 개발 예정지였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리산 끝자락, 산수유와 다랑이논으로 유명한 전남 구례군 사포마을.

마을 뒤 쪽, 국립공원 구역과 가까운 쪽에 나무가 모두 베어진 곳이 보입니다.

올라가 봤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밑둥만 남긴 채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냥 나무만 베어낸 것이 아니라 높은 언덕도 깎아내 버렸습니다.

산 여기저기에 깊은 상처가 났습니다.

벌목도 벌목이지만 나무를 베어내기 위해서 중장비가 들어와야 했고 그래서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넓은 길이 새로 놓였습니다.

벌목은 지난해 2월부터 이뤄졌습니다.

구례군청이 목재 수확 목적으로 허가한 벌목입니다.

그런데 벌목을 허가받은 약 52만 제곱미터 중 22만 제곱미터, 41.5%는 환경부가 정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었습니다.

개발보다는 보전과 복원을 해야 하는 식생이 우수한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선지 아직도 벌목지 여기저기에서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정정환/'지리산사람들' 활동가]
"(발자국으로) 고양이과와 개과는 구분하고, 지역적 특성으로 보면 이제 삵인 것을 알 수 있는 거죠."

이런 지역은 개발 추진 시 받아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보전이 우선 고려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벌목을 해 생태가치를 훼손시켜 개발을 쉽게 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실제로 4년 전 이곳에서는 벌목이 이뤄진 뒤 골프장을 개발하겠다며 생태자연도 조정 신청이 접수돼 등급이 내려갔습니다.

[한정례/전남 구례 사포마을 주민]
"그렇게 (나무를) 많이 베어서 그거만 한 줄 알았더니 나중에 가보니까 그렇게 많이 베어버리고 골프장 한다고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이곳 만이 아닙니다.

강원도 홍천.

산 중간에 나무가 휑하니 베어져 나간 곳이 있습니다.

13년 전에는 MBC 취재팀 카메라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하늘다람쥐가 촬영됐던 곳입니다.

몇 해 전 대규모 벌목 후에 생태자연도가 1등급에서 2등급 이하로 낮아졌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전국 골프장 개발 예정지에서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벌목하고 등급 조정을 신청한 곳은 6곳입니다.

케이블카나 모노레일 설치 예정지에서도 2차례 이런 방식의 생태자연도 등급 조정이 있었습니다.

[윤주옥/'지리산사람들' 대표]
"이렇게 하면 개발이 쉽다는 걸 아는 거죠. 벌목을 허가하는 것은 산림청의 업무이고 그다음에 생태자연도 등급과 관련된 업무는 환경부의 업무인 거예요. 전혀 업무 협의가 되지 않고…"

이미 2017년 국책 연구기관도 목재 수확 목적 등으로 벌목을 한 뒤 개발지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벌목이 이뤄지면 일정 기간 벌목 전의 생태자연도 등급을 유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산림청도 "산지 개발 협의 과정에서 벌목이 확인되면 그 후 5년 동안은 벌목 이전의 숲 상태를 고려하도록 돼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개발예정지들은 모두 10년 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들입니다.

과도한 개발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형 전인제 / 영상편집 :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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