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일 서아프리카 국가인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 거리에 군인들의 총격을 묘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5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정부군이 마을 두 곳을 공격해 민간인 223명을 학살했다"고 밝혔다. 와가두구=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정부군이 마을 두 곳을 공격해 민간인 220여 명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희생자의 4분의 1은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부르키나파소 정부군이 올해 2월 25일 북부 논딘과 소로 마을에서 최소 56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23명의 민간인을 즉결 처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량 학살은 2015년 이후 (부르키나파소) 군대가 자행한 최악의 학살 중 하나”라며 “이슬람 무장단체와 협력한 혐의를 받는 민간인에 대한 군사작전 일환으로 보이는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탄했다.

HRW는 이어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에 “조사관을 파견해 책임자 사법 처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티라나 하산 HRW 사무총장은 “반(反)인도적 범죄에 대한 신뢰성 있는 수사를 위해선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부르키나파소 정부군의 이슬람 무장단체 소탕 작전 탓에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AP통신은 “부르키나파소 군사정부 대변인은 HRW의 보고서 공개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아프리카 사헬(사하라 사막 남쪽 주변)의 심장부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영토의 40%가 정부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 이슬람 급진세력과 연계된 지하디스트의 활동이 2015년부터 늘어나면서 지금까지 약 2만 명이 숨지고, 피란민도 200만 명 넘게 발생했다. 2022년 두 차례의 쿠데타 후 군사정부가 폭력을 막겠다며 권력을 장악했지만, 인권 침해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

김정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