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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 등 시대 변화 인정
부양의무 등 외면한 상속에
“유류분 상실 사유 규정해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헌재는 이날 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강제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 판단했다. 정효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유산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배경에는 가족제도와 사회환경의 변화가 있다. 상속을 받는 가족의 생계를 보호한다는 최초의 입법 목적은 인정했지만 핵가족화 등으로 가족의 모습이 바뀌었고 사회환경도 달라졌기 때문에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자유와 권리도 그에 맞춰 달리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패륜적인 부모나 자식에게도 유산을 나눠주게 한 현행 법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입법을 국회 몫으로 돌린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25일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며 “오늘날 사회구조가 변하고 가족제도의 모습 등이 크게 달라지면서 유류분 제도의 본래 목적과 기능이 퇴색되고 있다”며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두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은 자녀와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가 일정 비율 이상 최소한의 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유류분은 상속재산의 ‘의무 할당분’이다. 이에 따라 피상속인인 고인의 유언이 따로 있다 해도 고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각각 법정상속분 2분의 1, 직계존속은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다.

민법상 유류분 제도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상속인의 생계를 보호하고,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정보화·산업화, 핵가족화 등 사회환경 변화 속에서 개인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유류분 제도가 추구하는 ‘유족의 생존권 보호와 가족 간 연대’라는 점에서 보면 여전히 입법 목적의 중요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헌법 37조 2항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 점을 짚었다. 패륜 부모나 자식이라고 해도 전체 상속재산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가질 수 있게 한 제도는 고인의 재산 처분 권리는 물론 다른 상속인의 재산권도 침해한다는 취지다.

특히 헌재는 형제자매까지 유류분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판관 만장일치 위헌 결정을 내렸다.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가족 구성 세태를 반영해 형제자매에게 유류분 청구권을 인정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독일·스위스·일본의 유류분 제도와 비교해봐도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로 규정한 입법례는 없다”고 밝혔다.

자녀, 배우자, 부모에게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지급되는 유류분 규정에 대해선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마련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부양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가족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을 때에도 일률적으로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입법을 국회에 맡긴 것이다. 해당 조항은 앞으로 국회 법 개정을 통해 상세한 규정이 수립돼야 한다.

이 외에도 헌재는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했어도 기여상속인과 비기여상속인 간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 재산권·평등권 침해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날 헌재는 유류분 산정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1113~1116조는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1113조 1항과 1115조 1항은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공익 기부나 가업승계 등 목적으로 증여한 재산도 예외 없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로 보고 입법 개선이 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 유류분 반환 시 부동산 등으로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1115조 1항에 대해서도 “매우 복잡한 법률 관계를 발생시킨다”며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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