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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형제·자매, 재산 형성 기여 없어"
"유기·불효한 가족 제한할 방안도 필요"
재산 상속에 불만을 품은 아들이 부모를 망치로 때려 살해하려 했음에도 어머니는 가족을 품고 아들을 용서했다. 배우가 사건 내용을 반영해 연출했다. 하상윤 기자


고인의 의지(유언)보다도 더 우선하는 유산 강제할당 제도. 1977년 이후 민법 조항을 굳건히 지켰던 유류분(배우자·자녀·부모·형제 등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상속분) 제도가 드디어 바뀐다. 헌법재판소가 ①피상속인(고인)의 형제·자매에게는 유류분을 주지 말고, ②아무 조건 없이 유류분을 인정해서도 안 되며 ③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25일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관련 사건 40여 건을 함께 심리한 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민법 1112조의 4호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유류분 상속인으로 고인의 형제·자매를 규정한 대목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이제부터 유류분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고인의 △배우자 △직계존속(부모·조부모) △직계비속(자녀·손자녀)뿐이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고인 생전에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 기여한 점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유류분 권한을 부여받고 있었다"며 "독일·오스트리아·일본 등도 형제·자매의 유류분 권한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현행법을 유지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존 민법에 따르면 형제·자매는 고인의 상속 재산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었다.

헌재는 나아가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기만 하면 무조건 유류분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유류분 산정 시 생전 고인에 대한 부양 등 재산 형성 과정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에도 헌법불합치(위헌이지만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까지만 한시적으로 존속) 결정을 내렸다. 국회가 이런 취지의 조항을 법률에 규정해놓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책임이 있다(입법부작위)는 취지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보살피지 않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한 상속인이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유류분 반환 청구 때문에 증여받은 재산을 다시 반환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다만 나머지 유류분 조항은 재판관들의 다수 의견으로 합헌으로 판단했다. △유류분 비율을 고인이 상속한 재산의 2분의 1(배우자·직계비속) 또는 3분의 1(직계존속)로 정하고 △증여한 재산은 시기와 상관없이 유류분 반환 청구 대상이 되는 현행법 등에 대해, "고인의 재산 처분권에 대한 침해보다 유족의 생존권 보호 등에 대한 공익이 더 커 유지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유류분 제도는 과거 장남에게만 재산을 넘기는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1977년 민법에 도입됐는데, 고인의 재산 처분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헌재가 유류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이고, 앞선 세 번의 사례에선 모두 합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의 정당성 및 각 조항의 합헌성까지 검토하고 판단한 최초의 결정"이라며 "유류분의 헌법적 정당성은 계속 인정하면서도 일부 유류분 조항의 입법 개선을 촉구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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