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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층증착 전문가 고액연봉으로 유혹
기술 빼돌린 후 중국 새 회사에서 제조
직접 피해 700억, 파급 피해는 수조원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성전자와 국내 반도체 강소기업에서 핵심 반도체 기술 수만 건을 빼돌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전직 간부가 각 회사의 분야별 최정예 전문가들을 끌어모아 조직적으로 정보를 유출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25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춘)는 중국 반도체 업체인 X사 법인, A사의 한국인 엔지니어 신모(51)씨와 유모(45)씨를 부정경쟁방지법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반도체 설비 관련 핵심 기술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다. 이미 구속기소된 부사장 김모(56)씨와 직원 2명도 이날 신씨·유씨와 공모한 범행으로 추가 기소됐다.

이들이 유출한 건 반도체의 원자층증착(ALD) 장비 관련 자료다. 증착 공정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표면에 얇은 막을 씌워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과정으로, 반도체 공정 중에서도 고난도로 꼽힌다. ALD 장비는 정밀하고 균일한 증착을 가능하게 해, 최첨단 반도체 설비 과정에선 필수가 됐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소개된 반도체 제조의 8대 공정.


'주범'으로 지목된 X사 부사장 김씨는 바로 이 점을 주목했다. 그는 199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부장까지 지낸 인물로, 2016년 중국 최대 반도체 D램 회사인 CXMT로 이직한 뒤 증착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한 번 더 옮겼다. 이때 김씨는 중국에선 아직까지 ALD 장비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없다는 점에 착안, ALD 공정이 '돈 벌이'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반도체 설비 제조 업체(X사)를 설립하기 위해, 힘을 합칠 분야별 전문가를 찾았다. 브로커를 통해 "좋은 제안이 있다"고 유혹해, ALD 장비 관련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업체 2곳의 엔지니어 4명에게 접근했다. 기존 연봉의 두 배 이상, X사 주식 배분을 약속해 이직 설득에 성공했고 2022년 8월 회사를 꾸렸다.

김씨는 엔지니어들과 기술 유출을 공모했다. 이들은 각자 재직하던 회사에서 ALD 장비설계 도면과 열처리 반도체 장비 통신기술 자료 등을 유출해, 클라우드 서버나 X사가 별도로 구축한 서버에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X사가 아닌 중국의 위장회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생활시 영문 가명을 사용하는 등 은밀히 활동했지만, 지난해 장비 개발 착수 직후 덜미를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아무런 기술적 기반이 없는 신생 회사가 설립 4개월 만에 설계도면을 작성해 장비 제작에 들어간 것은 피해회사들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으로 생긴 직접 손실만 736억 원, 생산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의 피해는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팀은 입국 요청에 응하지 않은 X사의 경영부문 부사장 김모(50)씨, 제조담당 부장 천모(43)씨를 중국인 대표와 함께 기소중지했다. 두 한국인 직원 중에도 삼성전자 출신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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