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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한 뉴스 진행자가 생방송 도중 과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증언하면서 ‘아동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해 주목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라나시온과 클라린 등 현지 일간지에 따르면 로사리오 지역 유명 TV뉴스 앵커인 후안 페드로 알레아르트는 지난주 ‘카날3’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저는 가족들에게서 아동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라고 발언했다.

알레아르트는 30여분간의 생방송 시간을 대부분 할애해 여섯 살 때부터 시작된 성적 학대와 폭력 피해 상황을 언급한 뒤 그 가해자로 자신의 아버지와 삼촌을 지목했다.

그의 아버지는 특히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즉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판정을 받은 후 여동생에게까지 성적 학대를 했다고 알레아르트는 폭로했다.

중간마다 눈물을 보이거나 말을 멈추기도 한 알레아르트는 “지금 모두 성인이 된 다른 피해자도 여럿 있다”며 “피해를 봤다는 게 되레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치유의 유일한 길은 입 밖으로 (피해 사실을) 내뱉고 고발하는 것임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카날3 뉴스 앵커인 후안 페드로 알레아르트. 사진 카날3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알레아르트는 이 사건을 공론화하기 전 경찰에 아버지와 삼촌을 고소한 상태라는 점도 밝혔다.

알레아르트의 부친은 피소된 사실을 알게 된 후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사리오국립대 교수였던 삼촌도 방송 직후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다만, 피해자로 언급된 이들 중 일부는 “알레아르트가 남의 사생활을 멋대로 공개했다”며 항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고 클라린은 전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현지에서는 대체로 알레아르트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숨기고 있던 자신의 과거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시민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아동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입법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는 알레아르트가 방송 도중 “오래된 잔혹한 행위 앞에서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며 의원들에게 요청한 사안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형법에는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를 1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 성폭력의 경우엔 2015년 ‘피해자 시간 존중 법’으로 알려진 법률 개정을 통해, 피해자가 고소한 시점부터 공소시효 시기를 계산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나 소급적용 여부에 대한 규정이 미비해 개별 사건마다 법관의 판단이 다른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아동폭력 방지 캠페인을 펼치는 시민단체 ‘아랄마’의 소니아 알마다 대표는 현지 매체인 파히나12 인터뷰에서 “아동 성폭력은 발생 당시에만 피해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그 후유증이 평생 남는 지속성 범죄”라며 “공소시효 적용을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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