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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 꼭 80일이 됐습니다.

의사들의 즉각적인 반발은 전공의들의 무더기 이탈로 이어졌고, 의료계와 정부 사이 갈등은 점차 격화했습니다. 길어지는 의료 공백에, 당장 치료가 급한 환자들은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80일간의 의정 갈등 주요 장면을 정리해봤습니다.


■"의사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

지난 2월 6일, 의대 입학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딱 2천 명 늘린 '의대 증원 방침'이 발표됐습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적인 수준의 규모였습니다.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을 해결하고,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2천 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과학적 근거도, 충분한 준비도 없는 졸속 추진"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집단행동 논의에 들어간 전공의들은 잇따라 사직에 돌입했습니다. 정부는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업무 개시 명령과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리고, 보건의료 재난위기경보를 기존 '경계'에서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습니다.

지난 2월 20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엉망진창 정책에 전문의 꿈 미련 없이 접어"

집단 사직에 돌입한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계획과 필수의료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포함한 이른바 '7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복귀할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1주일 만에 사직서를 던진 전공의는 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생방송 TV토론에 나섰지만, 양측의 시각차만 여실히 드러날 뿐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정부의 강경 대응이 시작됐습니다. 전공의들에게 "2월 29일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마지노선을 통보하고, 그 이후부터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교사, 방조한 혐의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등 의사협회 관계자 5명을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동시에 의료계를 향한 대화를 제안하면서 이른바 '투 트랙' 전략에 나섰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전체 전공의들에게 만나서 얘기하자며 대화를 제안했지만, 참석한 전공의는 대여섯 명에 그쳤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의료 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임의에 의대 교수까지…"특정 직역과 협상한 적 없어"

정부가 내놓은 복귀 시한을 넘기고도 '감감무소식'인 전공의들에 더해, 전임의들까지 계약 갱신을 포기하면서 의료 현장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결국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업무 개시 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 정지 사전 통지서'를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대 교수들이 나섰습니다. 그간 정부와 전공의들 사이에서 중재를 자처했던 교수들이, 제자들에 대한 면허 정지 절차가 시작되자 집단 사직 움직임에 들어간 겁니다. 정부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만류하는 한편,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한 사례는 없다"며 2천 명 규모에 변동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차기 대한의사협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국회의원 2~30명 의협 손에" vs "반지성적" 거세지는 발언 수위

전공의 이탈이 한 달을 넘기면서 정부의 '맞불 대응'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등 의협 간부에 대한 첫 면허 정지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정부는 증원 규모 2천 명을 반영한 대학별 입학 정원을 확정했습니다.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정원을 모두 200명으로 맞추면서, 기존의 4배 수준으로 늘어난 곳도 나왔습니다.

의료계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신임 의협 회장으로 강경파인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당선되면서 발언 수위는 더 올라갔습니다.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등 책임자 파면을 내세웠습니다. "'국회의원 2~30명 왔다 갔다 하는 건 의협 손에 쥐어있겠구나' 그 정도 느끼실 수 있을 전략이 있다"며 총선 캠페인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러자 정부도 연일 발언 수위를 높였습니다. 의료계의 증원 백지화 요구를 "반지성적"이라고 꼬집으며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개혁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발 물러섰지만… "통일된 안" 두고 '재점화'

평행선을 달리던 의정 간 입장은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으로 좁혀지는 듯 했습니다. 지난 1일 대통령 담화에서 "2천 명은 최소한의 규모"라는 말이 나오면서 의료계가 실망을 드러낸 뒤,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 만에 전공의 측에 대화를 제안한 겁니다.

2시간 넘는 비공개 회동 끝에,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한 마디를 자신의 SNS에 남겼습니다. 의협이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했고, 정부도 "대화에 물꼬를 텄다"고 했지만, 특별한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겁니다.

하지만 정부 태도는 전보다 유연한 모양새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일된 안을 내놓으면 증원 숫자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총선 이후에는 내년도에 한해 증원 인원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하도록 허용하는 등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통일된 안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논의하지도, 발표하지도 않겠다는 겁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오늘부터 사직하고 오는 30일 휴진하겠다고 밝혔다

■'반쪽짜리 특위' 출범…'의정 협상' 안갯속

이런 가운데 정부가 꾸린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는 오늘(25일) 출범합니다.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해 의료개혁을 논의하겠다는 건데,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 등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반쪽짜리 협의체'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오늘(25일)로 사직서 제출 한 달째를 맞았습니다. 민법상 사직서 제출 한 달을 넘기면 자동 효력이 발생한다는 관측대로라면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달 말까지 각 대학이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 간 협상 테이블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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