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아산 게바위 일대에 이순신 친필 새긴 '대설국욕'·'모야천지' 비석 세워


게바위 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배는 벌써 와 있었다. 길에서 바라보면서 가슴 찢어지는 비통함을 모두 적을 수가 없었다." ('난중일기' 1597년 4월 13일 기록)

충무공 이순신(1545∼1598)에게 정유년 4월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였다.

그를 만나러 오던 어머니 초계변씨는 아들을 미처 보지 못한 채 배 위에서 눈을 감았다.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이순신은 충남 아산 해암(蟹巖)에서 모친의 시신을 마주했다.

충무공 탄신일(4월 28일)을 앞두고 그의 흔적이 깃든 아산 게바위(게 모양을 한 바위라는 뜻으로 '해암'으로 불림)와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비석이 들어섰다.

'대설국욕'
이순신의 어머니가 임진왜란 중이던 1594년 1월 12일 아들에게 당부한 말 중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는 뜻의 글귀를 새긴 비석 [동국대 여해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5일 학계에 따르면 아산시는 인주면 해암리의 게바위 주변에 '대설국욕'(大雪國辱)과 '모야천지'(母也天只) 글귀를 새긴 비석 2기를 세웠다.

게바위 인근 산에서 캐낸 돌을 사용했고 이순신의 친필 글씨를 담았다.

비석에 새긴 글자는 이순신의 생애와 사상 등을 연구해 온 노승석 동국대 여해연구소 학술위원장이 '난중일기'에 쓰인 글자를 찾아 모아 고증했다.

높이 245㎝ 크기의 돌에 새긴 '대설국욕'은 이순신에게 큰 의미가 담긴 말이다.

1594년 설날 군사훈련과 작전을 마치고 잠시 돌아온 아들에게 어머니인 초계 변씨는 '잘 가거라. 부디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모야천지'를 새긴 비석
어머니는 하늘이다는 뜻의 글귀를 새긴 비석 [동국대 여해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난중일기' 기록에 따르면 당시 변씨는 '숨을 가쁘게 쉬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나, 아들의 하직 인사에도 '헤어지는 심정으로 탄식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노승석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구절은 이순신의 충효 정신을 이해하는 데 근간이 되는 내용"이라며 "이순신은 이 당부를 받들어 큰 전공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대설국욕' 비석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모야천지' 비석은 이순신이 평소 어머니를 칭할 때 한자 '어미 모'(母) 자 대신 '천지'(天只)를 자주 쓴 데서 착안해 만들었다. 한자를 풀면 '어머니는 하늘이다'는 뜻이다.

게바위 일대에 새로 들어선 비석
왼쪽은 '모야천지'(母也天只), 오른쪽은 '대설국욕'(大雪國辱)을 새긴 비석으로 노승석 동국대 여해연구소 학술위원장이 난중일기에서 집자해 고증했다. [동국대 여해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교 경전인 시경(詩經) 백주(柏舟) 편에 나오는 '어머니는 진실로 하늘이시니 어찌하여 내 마음을 모르시는가'(母也天只 不諒人只)라는 구절에서 비롯된 말이다.

노 위원장은 "이순신은 전라좌수영에서 1592년 설날 정월부터 '난중일기'를 쓰면서 2년 동안 어머니를 떠나 남쪽에서 설을 쇠는 슬픈 회한을 적었고 그리움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는 하늘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기에 '천지'로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비석은 아산시가 추진하는 게바위 정비 사업의 일환이다.

노 위원장은 "이순신의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임에도 그간 초라하고 열악한 모습이었다. 앞으로는 이순신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보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4092 마동석 핵펀치에···5월 꽉 잡던 할리우드 대작들이 운다 랭크뉴스 2024.04.27
14091 ‘강릉 급발진 의심’ 그 도로, 도현이 아빠 대신 달렸다[인터뷰] 랭크뉴스 2024.04.27
14090 충무공 이순신 탄신 479주년…"솔선수범 리더십 널리 기억되길" 랭크뉴스 2024.04.27
14089 축구마져 무너졌다...‘저출생 쇼크’, 한국 스포츠의 예고된 몰락 랭크뉴스 2024.04.27
14088 죽은 산모에서 태어난 1.6㎏ 기적... 나흘 만에 결국 엄마 곁으로 랭크뉴스 2024.04.27
14087 문 전 대통령 "한반도 엄중한 위기 상황‥총선 민의따라 정책기조 전환해야" 랭크뉴스 2024.04.27
14086 "증인 100명인데 이렇게 하다간…" 이재명 대장동 재판부, 지연 우려에 난색 랭크뉴스 2024.04.27
14085 與 "尹·李 회담, 협치 기반돼야…강경 요구, 대화에 도움 안돼" 랭크뉴스 2024.04.27
14084 "나의 스타가 나의 추억을 짓밟았다"… 오재원 17년 응원한 '찐팬'의 절규 랭크뉴스 2024.04.27
14083 189캐럿 오팔도 나온다…쉽게 볼 수 없는 까르띠에 보물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랭크뉴스 2024.04.27
14082 ‘암 투병’ 찰스 3세, 내주 대외 공무 복귀…6월 일왕 국빈초청 랭크뉴스 2024.04.27
14081 “이제 그만, 사퇴하라”…정몽규·황선홍 직격한 이천수 랭크뉴스 2024.04.27
14080 명품 지갑 주웠다가 주인에게 돌려준 20대 벌금형…무슨일 랭크뉴스 2024.04.27
14079 ‘까칠한’ 리더와 ‘부드럽게’ 일하는 방법(feat. ‘눈물의 여왕’)[김한솔의 경영전략] 랭크뉴스 2024.04.27
14078 최고 1억까지 오른 만년필의 비밀[류서영의 명품이야기] 랭크뉴스 2024.04.27
14077 하이브·민희진 싸움에 날벼락 맞은 하이브 주주[경제뭔데] 랭크뉴스 2024.04.27
14076 소리 없이 숨진 치매 환자들, 8년간 807명 랭크뉴스 2024.04.27
14075 챗GPT 200% 활용하는 법②[테크트렌드] 랭크뉴스 2024.04.27
14074 '죽이겠다' 흉기 휘두르고 "살해의도 없었다" 20대에 징역 3년 랭크뉴스 2024.04.27
14073 산은, ‘KDB생명 매각 무산’ JC파트너스에서 19억 받는다 랭크뉴스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