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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관여 사실을 진술했는데 그 진술도 100% 진실인 것인지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
이원석 검찰총장.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검찰청 술판 회유’ 의혹 제기와 관련해 “중대한 부패 범죄자가 1심 선고를 앞두고 허위 주장을 하며 사법시스템을 붕괴시키려 하는 데 공당(公黨)에서 그 진술만 믿고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100% 사실로 보인다”는 지난 16일 이 대표 발언을 직접 받아친 것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최근 4·10 총선에서 178석(범야권 189석) 대승을 거둔 뒤 체급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첫 여야 영수회담을 앞둔 상태다. 반면에 이 총장은 오는 9월 임기 2년을 마쳐 퇴임을 5개월 앞두고 있다.

24일 대검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원석 총장은 이 전 부지사가 지난 4일 법정에서 “지난해 6~7월경 수원지검 검사실 앞 ‘창고’에서 종이컵에 소주를 마시며 회유를 당했다”며 ‘술판 회유’ 의혹을 처음 꺼냈을 때부터 사건을 주시했다고 한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얼굴이 벌게지도록 술을 마시며 회유해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에 쌍방울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했다”는 검찰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총선 직후인 15일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했고 당은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을 만들고 수원지검 항의방문을 하며 정치공세를 폈다.

이 총장은 의혹 제기 즉시 수원지검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반박에 나서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수원지검 명의의 8차례의 반박문은 모두 총장 보고를 거쳐 배포됐다. 이 전 부지사의 검찰청 출정을 지켰던 교도관, 김성태 전 회장,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사 등 관계자 진술과 이 전 부지사의 출정일지, 호송계획서 등 자료도 즉각 공개했다.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경기도

하지만 객관적 자료를 공개해도 공세가 그치지 않자 검찰 내부에선 “막무가내식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의견이 모였다. 한 대검 간부는 “총장이 직접 나서면 논란이 커질까 봐 이 총장도 등판을 자제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충분한 자료가 국민께 공개됐고,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니 직접 입장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검 간부는 “수용자가 검사와 교도관 앞에서 술 마시며 사건을 논의한다는 주장은 상상력조차 빈곤한 어처구니없는 의혹”이라며 “이 총장이 검사들의 답답한 마음을 잘 대변해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장도 “검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막을 방파제가 돼야 한다 하는 심정으로 공개 발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총장이 이 대표를 직접 거론한 건 ‘술판 회유’ 의혹이 이 대표 수사(대북송금 의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부지사는 민주당 압승이 점쳐지던 4·10 총선 직전 갑자기 술판 얘기를 꺼냈다. 이 총장도 “1년 7개월 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주장하지 않았던 내용을 재판이 종결되는 4월 4일에 처음 했다”고 그 시점을 언급했다.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에 이번 총선에서 당선한 대장동 변호인 5인방이 포함된 것도 ‘이재명 방탄 기구’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김현철)이 지난 8일 결심공판에서 “이재명의 무죄를 주장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아직 이 대표는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선 기소조차 안 됐는데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이런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정치검찰사건조작 특별대책단 출범식에서 민형배 단장과 서영교, 박찬대 최고위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장은 최근 수원지검에 “외부의 정치적 공격이 들어오면 사명감이 저하돼 업무에 매진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심기일전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정확히 사건을 처리하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민주당은 “정치 검찰 발본색원”(민형배 의원)을 주장하지만 이 총장은 ‘외부의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총장이 ‘술판 회유’ 의혹 공세를 22대 국회에서 ‘검수완박 시즌2’의 전초전으로 보고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일은 검찰 흔들기의 시작”이라며 “여기서부터 끌려다니면 검찰 입장에선 안 좋은 리딩케이스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 임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가 총선 전부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서울중앙지검 소환 여부 등을 놓고 용산과 이견을 보여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평이 있던 터라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임기 말 총장으로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좌우 모두 거리를 두려는 태도”란 것이다.

이번엔 총장이 ‘술판 회유’ 의혹을 두고 야권의 정치 공세를 반박한 모양새지만 원칙론에서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검찰 관계자는 “향후 김건희 여사 수사 등 민감한 수사가 벌어질 때 이 총장이 이 대표의 개입을 거부했던 사례를 들어 원칙론을 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일각에선 “검찰은 인사로 정리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란 말까지 흘러나오면서 과거 민정수석 역할을 할 법률수석을 신설·임명한 뒤 검찰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상태다. 이미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체 1순위란 얘기가 돌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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