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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30일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 24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이 담긴 글이 붙어 있다. 2024.4.24 /연합뉴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해 의료 현장을 떠난 가운데 의대 교수들도 일주일에 하루 휴진을 예고해 의료공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먼저 이뤄지면서 당분간 환자들의 진료·수술 대기 시간도 길어지는 등 불편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오는 30일 하루 모든 진료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응급·중증·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계속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현재로선 30일 이후에도 매주 1회 진료 중단을 이어갈지 여부도 미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개별 교수의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대 교수 단체들은 민법 규정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 지 30일이 되면 사직 효력이 발생하며 오는 25일부터 사직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그러면서 수뇌부 4명이 다음 달 1일 사직한다고 밝혔다.

충남대의대와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남대 의대 비대위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등 응급·중환자 진료와 수술은 지속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금요일 외래 진료가 없거나 변경이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평일에 휴진을 하고, 24시간 근무 다음 날에는 반드시 12시간 이상을 휴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전날 총회에서 내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환자들과 가족들은 전공의와 전임의에 이어 마지막까지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하거나 진료 시간이 줄어들면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환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두달 넘게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 교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으로 암환자와 가족들은 탈진 상태로 무력감에 지쳐있다”고 호소했다. 협의회는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지연과 취소에 이제는 외래 진료마저 지연되면서 환자와 가족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가지고 겨우 버티어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주 1회 수술과 외래 진료를 멈추는 것은 암환자에겐 죽음을 선고하고 투병 의지를 꺾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또 “이미 의료 공백의 장기화로 중환자들의 고통과 희생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환자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정부와 의료계가 강요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태”이 사태를 종식할 특단의 조치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들은 저마다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진료 중단에 동참하는 교수들의 규모와 진료 과목도 아직 파악이 안되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비대위가 진료 중단 결정을 병원 측과 논의한 일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병원들은 또 병원 진료 전반이 중단되는 ‘셧다운’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비대위 발표대로 진료 중단에 동참하는 교수에 한해 휴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 전체 진료가 중단하는 게 아니다”라며 “휴진에 동참하는 일부 교수가 휴진 신청을 하면 휴진 절차를 통해 담당 환자들의 진료 일정도 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 과목마다, 교수마다, 상황이 달라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며 “진료 예약이 된 재진 환자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진료를 진행하는 교수도 있고, 신규 환자 진료는 막아두는 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시내 대학병원 관계자도 “재진 환자보다는 처음 병원에 방문하려는 신규 환자들에게 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진료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병원에 환자가 헛걸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주 1회 휴진에 나서는 교수들이 많거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할 경우 병원 이용에 심각한 불편이 예상된다. 또 재정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일부 병원들은 재기하기 어려운 경영난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담당 교수의 사직이 현실화할 경우 해당 진료과의 다른 교수로 전환 배치하는 등의 안내 조치를 할 수 있으나 아직 교수 사직에 따른 전환 안내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가 진료에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들 사이에선 지역의 중소ㆍ종합병원(2차 병원)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1차 의료기관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차 병원은 병상 99개 이상인 종합병원인데 서울에는 3차 병원이 14곳, 2차 병원이 42곳 있다.

실제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이후 중소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대기하기보다는 지역 중소·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다만 지역 내 중소 종합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환자가 대거 몰릴 경우 환자 불편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본부에 정식으로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4일 의사 집단행동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4월 25일이 되면, 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 자동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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