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망 전날 수해 실종자 수색 본부장
“사단장님께 수색 종료 몇 번 건의”
폭우 속 지시 정황…경찰에 녹취 제출
해병대원들이 19일 경북 예천 호명면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동료 해병대원을 수색하고 있다. 예천|권도현 기자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날 수해 실종자 수색 지휘통제본부장인 해병대 1사단 예하 7여단장이 “사단장님께 (수색 종료를) 몇 번 건의 드렸다”고 밝힌 녹취가 공개됐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게 수색 종료를 여러번 건의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사건 발생 당시 수색을 계속하라고 명령한 사실도,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거나 통제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채 상병 사건 발생 당시 해병대 1사단 제7포병대대장이었던 이모 중령 측은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중령 측은 해당 녹취록이 임 전 사단장이 폭우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정황 중 하나라고 보고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북경찰청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 중령 측이 공개한 첫 번째 녹취는 지난해 7월18일 오후 3시 무렵 당시 경북 예천 수색 현장 지휘통제본부장인 7여단장과의 통화다. 7여단장은 당시 수색 현장을 방문해 임 전 사단장의 옆에서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해 7월18일 내성천 주변에 호우 경보가 발령됐다”며 “그날도 엄청난 비가 내려서 현장에 있었던 이 중령이 7여단장에게 (중략) 작업 종료 건의를 드렸다”고 말했다. 7월18일은 채 상병 사망 사건 하루 전날이다.

공개된 통화 녹취록을 보면 7여단장은 이 중령에게 “정식으로 철수 지시를 하기는 상황이 애매해”라며 “내가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 드렸는데 첫날부터 뭐 알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애들 강인하게 이렇게 해야지 이게 하루 이틀 갈 것도 아니고 첫날부터 사기 떨어지게 그러면 안된다”며 “강하게 동기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휘관이 그렇게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거기서 수색 정찰을 안하더라도 작전 활동은 어쨌든 그 일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그렇게 좀 해보자”라고도 말했다.

이 중령 측은 같은 날 이뤄진 7여단 작전과장과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작전과장은 “방금 여단장이 안 그래도 전화 오셨다”며 “사단에서 육군 부대 철수했냐고 물어보셔서 철수했다고 하니까, 니네는 어떻게 하냐고 하셔서 (중략) 여단장 지시 받고 저희는 정상적으로 하는 걸로 했다”고 말했다. 작전과장은 이어 “여단장님께서 방금 전화 오셨는데, 사단장님께서 옆에 계시는데 ‘정상적으로 하라’고, ‘16시까지인가라고 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중령 측은 작전과장과의 통화에 대해 “육군은 당시 현장 작전통제권자인 육군 50사단장 명령으로 작전이 종료가 됐지만, 해병은 임 전 사단장이 현장 방문 후에 작전 지속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취지의 통화”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없어 명령을 내린 바가 없다고 하지만, 작전 지속명령을 스스로 내렸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중령 측은 전날 공개한 진술서에서도 사고 전날인 지난해 7월18일 많은 비로 작전 중단을 건의했지만 사단장이 거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이 중령 측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 “작전통제권자 중 한 명인 여단장에게 수색 계속을 명령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18일 작전종료 시점과 관련해 여단장이 마침 함께 위치하고 있던 본인에게 의견을 구했고, 이에 본인의 의견을 제시했다”며 “예하부대 등 전체 상황을 고려한 상황 평가 이후 여단장이 작전통제권자인 육군50사단장에게 건의해 승인을 받아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은 당시 자신에게 현장을 통제할 권한도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임 전 사단장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이번 작전에서 작전통제부대는 육군50사단”이라며 “작전 실시간에 발생하거나 식별되는 각종 우발상황 등 변화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특정 작전 임무와 과업을 부여할 권한을 갖고 있는 작전통제부대장인 육군50사단장과 현장 부대장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975 바이든, 젊어보이려 '이것'까지 바꿨다…헬기타러 가는길 달라진 모습 랭크뉴스 2024.04.27
13974 어게인 검찰 개혁… 힘 뺄까, 뺏길까 랭크뉴스 2024.04.27
13973 뉴욕 증시, PCE 발표 후 일제히 상승… “물가 반등 폭 크지 않다” 랭크뉴스 2024.04.27
13972 서울성모병원도 주 1회 휴진…빅5 병원 교수 모두 참여 랭크뉴스 2024.04.27
13971 "저런 사람들(민희진) 돈 버는 것 괜찮고?" 노환규 전 의협회장 페북에 올린 글 랭크뉴스 2024.04.27
13970 해병대사령관 "국방부 장관 통화기록 삭제"‥증거인멸? 랭크뉴스 2024.04.27
13969 초등 1~2학년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 분리될 듯 랭크뉴스 2024.04.27
13968 ‘연준 참고’ 미 개인소비지출 지수 전년 대비 2.7%↑···“금리 인하 자제 전망” 랭크뉴스 2024.04.27
13967 "할머니 폐지 줍는데, 대단해" 악플러에…한소희 직접 DM 보냈다 랭크뉴스 2024.04.27
13966 군 정신교재 “독도=분쟁지” 문제제기 묵살됐다…솜방망이 징계 랭크뉴스 2024.04.27
13965 "직접 지시 내린 적 없다"더니‥임성근, 권한 없는데도 명령 랭크뉴스 2024.04.26
13964 미국 이어 프랑스 대학서도 '친팔레스타인' 점거 시위 랭크뉴스 2024.04.26
13963 출근길 횡단보도 건너던 30대, 굴삭기에 치여 숨져 랭크뉴스 2024.04.26
13962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좌절, 고개 숙인 韓 축구…“실패 반복 않겠다” 랭크뉴스 2024.04.26
13961 미얀마 군부 쿠데타 3년…사망자 5만명, 끝없는 비극 랭크뉴스 2024.04.26
13960 "웃돈 줘도 못 산다"…갤럭시 S24 '품귀'에 난리 난 '이 나라' 랭크뉴스 2024.04.26
13959 검지 치켜들고 "구기구기 조국"…SNL 패러디 조국이 보인 반응 랭크뉴스 2024.04.26
13958 [단독] 한동훈 딸 ‘허위스펙’ 의혹 불송치 뒤집힐까…경찰, 다시 검토 랭크뉴스 2024.04.26
13957 개혁신당 대표 선거 5파전…'천아용인' 이기인·허은아 경쟁 랭크뉴스 2024.04.26
13956 현직검사가 음주측정 거부 후 또 운전…“감찰 착수” 랭크뉴스 2024.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