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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궁류면사무소 앞에서 우순경 사건 목격자 전종택씨가 의령경찰서 궁류지서가 있었던 곳을 가르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경남 의령군에서 56명이 죽고 34명이 다친 ‘우순경 사건’ 희생자에 대한 첫 위령제가 사건 발생 42년 만에 열린다.

경남 의령군은 오는 26일 우범곤 순경 총기난사 사건 위령탑을 건립해 첫 위령제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당시 27세) 순경이 파출소(치안센터) 옆에 있는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 2정과 실탄 129발, 수류탄 6발을 들고나와 궁류면 4개리를 돌아다니며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다. 이 바람에 사상자 90명이 발생했다.

당시 우 순경은 토곡리 지서와 우체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뒤 자신의 집이 있는 압곡리 매곡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한 뒤 불이 켜진 집이나 사람이 모인 집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 이날 우체국에서 당직을 서다 사망한 집배원 전종석씨 유족은 “잠을 자고 있는데 따닥따닥하는 총소리가 나서 처음엔 간첩이 온줄 알았다. 숨어서 지켜보니 우 순경이 불 켜놓은 집이면 다 들어가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총을 쏘는데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지만 무서워서 나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우순경의 범행 동기는 믿기 힘들 정도로 황당한 내용이었다. 당시 매곡마을에서 전모(여·당시 25세)씨와 동거를 하던 우 순경이 야간 근무를 앞두고 집에서 낮잠을 잤다. 이 때 우 순경 가슴에 파리가 붙었다. 전씨가 이를 잡겠다고 손바닥으로 우 순경 가슴을 쳤는데 놀라 깬 우 순경과 전씨가 크게 싸웠다. 이후 야간 근무를 위해 지서로 간 우 순경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우 순경이 쏜 총에 맞은 동거녀 전씨는 이런 내용을 진술한 뒤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우순경 사건 발생 직후 다수의 사망자를 수습하기 위해 관을 공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우순경 사건 관련 사진. 중앙포토
이날 우 순경은 매곡마을에서 600m 떨어진 운계리 궁류시장, 여기서 다시 2㎞ 정도 떨어진 평촌리 한 상갓집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고 산속에 숨었다. 다음날 오전 3~4시쯤 평촌리로 다시 내려와 서모씨 집 일가족 5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

우 순경은 단시간 최다 살인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 사건은 발생 일주일 후 사실상 언론보도가 사라졌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 하에서 보도 통제가 되면서다. 이후 40년이 넘도록 희생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령군 내에서도 사실상 금기시 됐다. 유족들이 평생 한이 맺힌 이유다.

오태완 의령군수가 2021년 12월 당시 김부겸 총리와 면담에서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저지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를 계기로 '의령4·26추모공원 조성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추모공원과 위령탑 건립 추진으로 이어졌다. 의령군은 행안부에서 받은 국비 7억원, 도비 2억원과 군비 21억원으로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우순경 당시 평촌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났던 상갓집의 현재 모습. 위성욱 기자
이날 추모제는 추모공원 내 위령탑 앞에서 오태완 의령군수와 유족 등 시민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유족 전도연 씨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혼을 부르는 대북 공연과 살풀이춤, 장사익 추모공연 등이 펼쳐진다.

오 군수는 “우순경 사건 발생 42년 만에 희생자 유족의 피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이번에 건립된 위령탑과 현재 조성 중인 추모공원이 우순경 사건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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