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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금값이 올 들어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 트레이더들의 과감한 베팅이 있었다고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중국 등 신흥국 투자가들의 금 시장 영향력이 서구 트레이더들을 추월하기 시작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 이날 기준 금 선물 트레이더가 보유한 금 매수 포지션은 29만 5233계약, 금 295톤 분량으로 늘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중동에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기 전인 9월과 비교해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급격히 커졌던 이달 초에는 금 매수 포지션이 32만 4857계약으로 기록적인 강세를 보였다. FT는 중국의 한 트레이딩 회사인 중차이(Zhongcai)선물의 경우 SHFE에서 금 50톤 분량에 해당하는 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금액으로는 40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은행 금 보유량의 2%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틱(Citic)선물과 궈타이주난(Guotai Junan)선물 등 다른 중국 트레이더들도 SHFE 금 선물에 대규모 매수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트레이더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최근 금값이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는 현상을 설명한다고 봤다. 세계금위원회의 존 리드 수석시장전략가는 “중국 투기꾼들이 금의 목을 움켜쥐고 있다”며 “이제 신흥시장의 투기성 자금이 서구를 넘어 가격 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6월물 금선물 가격 추이/인베스팅닷컴

앞서 금값은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헤지용으로 안전자산을 보유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기록적인 금 매입 수요에 힘입어 2022년 11월 이후 40% 이상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중동발 전쟁 고조 위기감이 커진 이후에는 안전자산을 보유하려는 투자가들까지 몰리며 지난주 온스당 2431달러로 역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그럼에도 금값이 지나치게 과열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결국 중국 투자자들의 대규모 베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리드 전략가는 “레버리지 선물 시장의 단기 트레이더는 가격을 빠르게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트레이더들이 끌어올린 가격은 조정될 때도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크기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19일 2413.8달러로 마감한 6월물 금 선물은 이번 주 들어 3거래일 연속 3% 가까이 하락해 2333달러 선까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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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