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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역대 영수회담, 성사만으로
대결 정치 종식 기대 어려워

타협의 여지가 없는 상태로
강행된 영수회담은 모두 실패

尹·李 회담 성공하려면
정치적 실체 인정하고
신뢰 쌓는 과정 필요

협치의 첫 걸음 뗄 수 있을지
전적으로 두 사람에 달려

모든 영수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건 아니었다. 회담이 실패로 끝난 뒤 여야 관계가 꼬인 경우가 더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회담 성사만으로 협치와 상생의 정치가 복원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극한으로 치닫는 여야의 대결정치가 영수회담 한 번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하다.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은 꼬인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수회담을 활용했다. 빈도나 정도는 대통령마다 차이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5년 동안 8차례 영수회담을 가졌다. 여소야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의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의약분업을 타결짓기 위해 야당 총재를 자주 만났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는 7차례 만났다. 두 사람은 준비된 의제를 갖고 만나 11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한 적도 있었고, 사전 의제 조율 없이 만나 국정 전반을 협의하기도 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한 차례도 영수회담을 열지 않았다.

실패한 영수회담은 처음부터 협상이나 타협의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만난 경우였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었다. 노 대통령은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이듬해인 2005년 6월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받아들이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일부 구성권을 야당에 넘길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제안은 여당에도 충격이었다. 야당은 국면전환용으로 의심했다. 노 대통령은 그해 9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열고 대연정을 다시 한번 제안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영수회담도 마찬가지였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성사된 회담이었는데 두 사람은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서로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영수회담에 합의했지만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듯 하다.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에서 175석을 거둔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 국무총리 임명은 물론이고 어떤 개혁 입법도 통과시킬 수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도 국민의힘 의석수만으로는 정부조직법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권 전체가 반윤 연대로 뭉친다면 192석이다. 탄핵과 개헌이 가능한 200석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기에는 충분하다. 국회의원 180명이 찬성하면 대통령이 반대하더라도 어떤 법이든 만들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장악한 이 대표의 협조가 절실하다. 어쩌면 반윤 연대의 균열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대표로서도 윤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갖는 게 나쁘지 않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받고 정국을 주도하게 되면 3년 후 대권 재수에 나설 그의 정치적 위상도 크게 높아진다. 그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사법리스크를 잠재우거나 가라앉힐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대타협안을 마련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무총리 인선이나 내각 구성에서 이 대표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면서 의료개혁의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면 성공이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이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협치 요구에 순순히 호응하는 모습만 보여줄 것 같지는 않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협치보다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당내에서는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이 “협치가 대여 전략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밖에서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영수회담 전 범야권 연석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회담 의제에 채 상병 특검 등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상호 신뢰다. 영수회담에 무엇을 담든지 신뢰를 하지 못하면 설사 회담이 열리더라도 흐지부지될 것이다. 이번 영수회담이 상대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고 신뢰를 쌓는 첫 걸음이 될지는 전적으로 두 사람에게 달렸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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