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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선박 늘려 규제·해운동맹 재편 대응

지난 19일 오전 5시 부산항. HMM의 함부르크호는 부산항을 떠난 지 128일 만에 중국, 북유럽을 거쳐 다시 모항(母港)으로 돌아왔다. 2만4000TEU(1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인 HMM 함부르크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컨테이너선이자 국내 최대 규모 선박이다. 한화오션이 건조해 2020년 인도했다. 선박 크기는 길이 399.98미터(m), 폭 61m로 축구장 4개 크기와 맞먹는다. 높이는 81m로 아파트 15층 높이와 비슷하다.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함부르그호가 항해하고 있다./HMM 유튜브 캡처

현재 세계 해운업계는 해운동맹 재편기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동맹을 맺은 업체와 서비스 항로, 초대형 선박 등을 공유하면서 비용을 절감한다.

글로벌 해운동맹은 2M(MSC·머스크), 오션(CMA CGM·코스코·에버그린), 디 얼라이언스(하팍로이드·ONE·HMM·양밍) 등 3개로 나뉜다. 이 가운데 머스크가 하팍로이드와 ‘제미니 협력’을 맺는다고 밝히면서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는 존속 여부가 불분명해졌다.

HMM은 함부르크호와 같은 초대형 선박으로 해운동맹 재편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기준 세계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2030년까지 컨테이너 선복량을 현재 84척, 92만TEU에서 130척, 150만TEU로 확대하기로 했다.

선박 추진을 담당하는 메인 엔진(주기 엔진)과 곳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는 선박을 움직이는 양대 축이다.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 함부르크호 아래 칸으로 내려가자, 시끄러운 기계음과 함께 열기가 느껴졌다. 기관실에서 만난 최형도 기관장은 “보통 기관실 온도는 40~45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름이 식을 수 있어 온도는 높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HMM 함부르그호에 탑재된 메인 엔진. 높이는 30미터(m)로, 6만380마력을 낸다./윤예원 기자

최 기관장은 메인 엔진은 사람의 ‘발’, 발전기는 ‘심장’에 비유했다. 전력은 ‘피’에 해당하는 셈이다. 함부르크호에 탑재된 발전기는 총 5대다. 한 대당 하루에 3000kWh(킬로와트시)의 출력을 낸다. 일반가정이 여름철 한 달간 500kWh를 쓴다고 가정하면, 발전기 한 대는 하루에 약 180가구가 한 달 쓰는 전력량을 공급한다.

6만380마력을 내는 메인 엔진은 높이가 30m에 달하지만, 같은 규모 선박 대비 크기가 작은 편이다. 2000~2010년도에 건조된 선박은 선복량과 엔진 크기를 키워 선사들 간의 속도전(戰)과 규모전에 투입됐다. 예를 들어 2000년도에 건조된 8600TEU 선박은 9만8000마력의 엔진이 탑재됐다. 그러나 2020년도부터 거대한 디젤 엔진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선사들은 속도가 느려져도 탄소 배출량과 연료비를 모두 줄일 수 있도록 엔진 크기를 줄였다.

HMM 함부르그호에 탑재된 발전기. 발전기는 총 5대 탑재됐으며, 한 대당 하루에 전력3000kW를 공급한다./윤예원 기자

HMM은 IMO(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배에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달았다. 스크러버란 엔진이 배출하는 연소 가스에서 유황과 유해 입자 물질을 제거하는 장치다. 황산화물이 스크러버를 통과하면 장치 내 해수에 의해 황이 녹는다. 해수를 끌어 올리는 펌프와 파이프는 선내에 이식돼 있다.

최 기관장은 “운항 중인 배의 83%에 스크러버가 달려있는데, 글로벌 해운사 평균치는 38.3%”라며 “대여 중인 배를 제외하면 소유한 배에는 모두 스크러버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번 항해에서 함부르크호 조종대를 잡은 이창인 선장은 35년 차 항해사다. 선장 경력만 20년이다. 선장은 승선 직원을 관리하고 선박 브릿지(조종실)를 총괄한다. 조종실은 선박의 뇌 역할을 하는데, 전자해도표시시스템(Electronic Chart Display and Information System·ECDIS)과 선박용 레이더(marine radar)가 핵심이다.

ECDIS는 해도, 위치, 선박의 침로, 속력, 수심 정보 등을 종합해 스크린에 도식하는 시스템이다. 5년 전만 해도 직원들은 종이로 만든 해도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제는 데이터를 전자화해 모니터를 통해 항로를 볼 수 있다. 레이더는 전파를 이용해 항해 중 다른 선박의 위치를 파악하고 장해물을 탐지한다. 해적령(海賊領)도 레이더에 표시된다.

HMM 함부르크호에 탑재된 전자해도표시시스템(Electronic Chart Display and Information System·ECDIS)과 선박용 레이더(marine radar). 좌측 모니터가 ECDIS, 우측 모니터가 선박용 레이더다./윤예원 기자

이날 오전 11시 부산신항 3부두(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에서는 컨테이너를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은 중국에서 들어온 7257TEU 분량의 컨테이너들을 갠트리 크레인(GC·안벽 크레인)을 이용해 배에서 야드 트랙터 위로 하나씩 옮겼다. 야드 트랙터는 컨테이너를 항만 야적장으로 옮기고, 야드 크레인이 다시 컨테이너를 야적장에 쌓는다.

이 선장은 최근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변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항해도 예정보다 한 달 정도 길어졌다. 이 선장은 “최근 후티 반군이 날뛰는 틈을 타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들까지 올라오고 있다. 위험 지역에서는 해양수산부와 연락하면서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HMM 함부르그호 선박 브릿지(조종실)에서 만난 이창인 HMM 선장./윤예원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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