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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상원 청문회에 나온 나사르 사건 피해자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 성폭력 사건을 소홀히 다룬 혐의를 인정해 피해자들에게 1900억 원가량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체조 대표팀 주치의로 일한 래리 나사르(60)의 성폭력 피해자 90여 명이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제기한 139건의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총 1억3870만 달러(약 1909억 원)를 지급하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나사르 혐의가 처음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여 졌어야 한다”며 “이번 합의가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피해자들의 지속적인 치유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나사르는 1986년부터 30년간 330명 넘는 여자 체조 선수와 환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2018년 최대 17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FBI는 2015년 7월 나사르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카일라 마로니에 대한 첫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는 더디게 진행돼 실제 기소는 2016년 11월에야 이뤄졌다. 또 다른 피해자 레이철 덴홀랜더가 그해 9월 일간지 ‘인디애나폴리스 스타’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상세히 고백한 지 3개월 만이다.

미 법무부 감찰관실은 2021년 7월 FBI 대응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로니의 진술을 청취한 FBI 요원은 나사르가 기소된 이후인 2017년까지도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두 달 뒤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서 마로니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FBI 요원에게 진술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FBI가 자신의 진술을 무시한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했다.

이후 마로니와 시몬 바일스, 알리 레이먼즈 등 미국 체조계 간판스타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2022년 FB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미국체조협회와 미국 올림픽위원회도 나사르의 범죄를 방치한 책임에 대해 피해자 500여 명에게 소송을 당한 뒤 2021년 12월 총 3억8000만 달러(약 5228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결했다. 나사르가 일하며 범죄를 저지른 미시간주립대도 이를 방치한 책임으로 피해자 300여 명에게 5억 달러(약 688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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