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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한 국내 최대 K팝 기획사 하이브와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하이브 자회사(레이블) 어도어의 분쟁으로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며 대표 해임 절차를 시작했으나, 민 대표는 전면 부인하며 하이브의 뉴진스 콘셉트 카피(도용) 의혹을 제기해 갈등이 폭발했다. 연간 매출 2조 원 규모의 하이브와 예상 기업 가치가 2조 원(하나증권)인 어도어의 내분은 K팝 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에 이번 분쟁의 쟁점을 정리했다.

Q. 모회사 하이브-자회사 어도어 사이에 무슨 일이?



하이브는 "민 대표와 최측근인 임원 A씨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에 착수했다"고 22일 전격 공개했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전산 자산을 확보, 경영권 탈취 정황이 담긴 최소 3건의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A씨가 지난달 23일 작성한 문건에는 "계약서 변경 합의"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 등의 내용이 담겼고, 지난달 29일 작성 문건에는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브는 문건들이 민 대표가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 매각을 압박해 경영권을 손에 넣거나, 뉴진스를 데리고 어도어를 나가 별도 회사를 차리는 방안을 준비한 증거라고 본다. 이에 A씨는 해당 문서가 "개인적인 메모 수준의 글일 뿐 민 대표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민 대표는 22일 경영권 탈취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이 최근 내놓은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도용한 것이 갈등의 시발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하이브에 어도어와의 계약 해지 책임을 물으려는 의도"라고 본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는) 아일릿 데뷔 사전에 기획됐다"고 부인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감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소송전으로 번지면 법정에 가서야 밝혀질 수도 있다.

Q. 한 배 탔던 방시혁과 민희진, 왜 갈라섰나?



이번 갈등은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내세우며 급속 성장한 배경과 관련이 있다. 방시혁 의장이 2005년 설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모태인 하이브는 BTS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급부상했다. BTS 멤버들의 군입대를 앞두고 매출 다각화를 위해 CJ ENM과 합작해 빌리프랩을 설립하고 쏘스뮤직, 플레디스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2020년 매출 규모가 7,900억 원대였던 빅히트는 이듬해 하이브로 사명을 바꾸고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한 뒤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국내 연예기획사 최초로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방 의장이 민희진 전 SM엔터테인먼트 이사를 브랜드총괄(CBO)로 하이브에 영입한 건 쏘스뮤직 인수 준비가 마무리되던 2019년 7월 초다. 민 대표는 SM에서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샤이니, 엑소 등의 브랜딩을 성공시켰다. 하이브 출신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영입 당시 민 대표는 쏘스뮤직의 신인 걸그룹 제작을 주도하며 신규 레이블의 대표를 맡을 예정이었으나 방 의장과 이견이 생겼다"며 "결국 방 의장이 쏘스뮤직과 함께 르세라핌을 데뷔시키고 민 대표는 하이브가 출자해 설립한 어도어의 대표를 맡아 뉴진스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르세라핌과 뉴진스는 2022년 두 달 차이로 데뷔하며 경쟁했다. 뉴진스는 데뷔 1년 만에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K팝의 판도를 바꿨다. 뉴진스 데뷔 이후 여러 신인 그룹들이 뉴진스와 비슷한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과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을 연상시키는 콘셉트를 내놓았다. 증권가에선 어도어의 기업 가치가 2조 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다. 업계에선 아일릿의 문제 외에도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간섭, 민 대표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점 등이 갈등을 키운 것으로 본다.

Q. '평행선' 하이브와 민희진, 누가 유리한가?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의도다. 민 대표와 측근들이 장악한 이사회가 주총 소집을 거부하면 법원에 주총 소집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이 경우 주총 소집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린다.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와 법조계의 중론이다. 하이브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다. 어도어가 우군으로 끌어온 사모펀드(PEP)에 신주를 발행해주는 방식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과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하이브의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이브가 뉴진스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하이브에 위약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 별도 회사를 차릴 수도 있다. 민 대표는 최근 뉴진스 부모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Q. 뉴진스의 미래는?



그러나 하이브는 블랙핑크 이후 최고의 걸그룹 우량주인 뉴진스를 결코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 예정된 컴백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고 못 박았다. 박지원 CEO는 23일 하이브 직원들에게 "뉴진스의 (다음 달)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미 만들어진 콘셉트와 색깔이 있어서 민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당분간은 뉴진스 활동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이브 내분으로 주가는 이틀 만에 8,500억 원가량 증발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번 갈등이 뉴진스 활동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고 본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진스는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한 이상 뉴진스는 하이브의 지식재산(IP)에 해당한다"며 "양측 모두 뉴진스 IP의 훼손을 원치 않으므로 5월 발매 예정인 음반 활동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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