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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과 제1야당 수장의 만남을 계기로 꽉 막힌 정국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그간 상대방을 철저히 적으로 몰아갔기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은 어땠을까. 역대 정권의 비서실장·정무수석으로부터 성공적 회담을 위한 해법과 과제 등을 들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신재민 기자
우선 “첫 만남부터 너무 많은 결과를 얻으려고 하지 말라”는 얘기가 많았다. 김대중 정부 초대 정무수석이자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막상 만나면 모든 게 어긋나는 게 영수회담”이라며 “사전 의제를 치밀하게 조율해야 작은 성과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큰 욕심을 내지 말고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테면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도 한가지 대안”이라며 “특히 현 정부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강하게 밀고 있으니 더더욱 야당과의 협조는 필수다. 3대 개혁 협의체 구성 여부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94년 3월 이기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김영삼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배석한 일화도 전했다. 문 전 의장은 “당시 회담이 잘 풀리지 않자 회담장을 나온 이기택 대표는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욕설했다”며 “그만큼 영수회담은 쉬운 자리가 아니라 첫술에 배부르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9월 12일 청와대에서 여야 3당 대표와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박 대통령,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이었던 김재원 전 의원은 “첫 회담에서 한 칼에 국면 전환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해 합의 가능한 작은 문제부터 냉정히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6년 9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설득을 위해 진행된 박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회동 일화도 전했다. 김 전 수석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배치 당위성을 적극 설명했지만, 야당 대표의 반대로 분위기가 상당히 건조했다. 하지만 안보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기에 박 전 대통령은 대화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라며 “윤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참패 직후 열리는 회담이기에 야당 요구를 일정 부분은 들어줘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김우식 전 실장은 “성과에만 집착하면 국민 눈에는 성급하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며 “깨지지 않을 협상 원칙부터 정하고, 민생·의료 문제, 넓게는 외교·안보 문제까지 접점을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왕도 점령군도 NO
2003년 10월 26일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에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갖고 있다. 중앙포토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 모두 딱딱한 형식이나 힘의 우위를 앞세워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문희상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은 야당 인사와 대화할 때 달변가 면모를 보이면서도 때로는 ‘그건 내가 잘못했다’고 확실히 숙여 해묵은 갈등을 툭툭 털어냈다”고 전했다.

김우식 전 실장은 “이재명 대표는 첫 회담에서 김건희 여사 등 예민한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실장은 “국운이 달린 현안이 산더미인데 여사 문제 등은 작은 문제”라며 “회담이 상대방을 찍어 누르려는 힘겨루기가 되면 양측 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인 허태열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두지 말고 국정 난맥을 풀어낼 협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 대표 역시 총선 승리를 등에 업고 점령군 같은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허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패배 직후에 회담하는 불리함을 감수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항장(항복한 장수)의 태도를 요구하면 대화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회담 전 쓴소리부터
2008년 9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이 청와대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이야기하는 모습. 중앙포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회담 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참모진의 쓴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양측이 상대방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면 회담이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5년 9월 영수회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연정 카드를 내밀었다가, 박 대표가 거절해 2시간 반의 영수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일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회담 전 참모들에게 ‘가감 없이 말해달라’고 요청한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실도 쓴소리할 레드팀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원 전 수석은 “이 대표는 영수회담을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은 유혹이 상당할 것”이라며 “당내 강성파의 목소리에만 휘둘리지 말고, 합리적인 내부 비판부터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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