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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초등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정규수업 전후로 하루 두 시간의 놀이수업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올해 1학기부터 2천여 개 학교에서 본격 시행됐습니다.

국가가 아이 돌봄을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이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과 혼돈이 벌어지고 있다는데요.

무슨 일인지, 현장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 리포트 ▶

전남 목포의 한 초등학교.

영어 수업이 한창인 5학년 교실에 1학년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누구세요?"

교실을 잘못 들어온 아이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교실 아니야"

복도로 나간 아이는 길을 잃고 헤매다 다른 교실로 들어가고, 곧이어 선생님 손에 이끌려 또 다른 교실로 향합니다.

[교사]
"영어 교담실(교과 전담실)을 오후에는 늘봄으로 활용하는데 그 학생이 그걸 몰라서 다시 안내해주고 가는‥"

이후에도 늘봄학교 교실을 찾는 1학년 학생들의 방황은 계속되고 수업 중이던 교사와 학생들은 안내하랴, 문 닫으랴, 정상적인 수업을 하지 못합니다.

[강아랑/목포이로초등학교 5학년]
"수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데 노크도 안 하고 갑자기 시끄럽게 들어와서 수업에 방해도 되고 선생님도 힘드실 거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어요."

기존의 정규수업과 방과후 수업, 돌봄교실에 갑자기 늘봄학교까지 추가되면서 교실 부족으로 학생들이 이곳저곳을 헤매게 된 겁니다.

급기야 길을 잃은 1학년 학생들이 사라져 학교에 비상이 걸리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김신안/교사]
"한번은 아이들을 잃어버려서‥두번 정도 그랬어요. 잃어버리고 그래서 학교에서 방송하고 찾아다니고 학기 초라서 더 애먹었던 적이‥"

늘봄학교와 교실을 공유하는 기존 학급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실 벽에 걸린 수납함을 열자 커다란 식칼이 나옵니다.

늘봄학교 학생들에게 간식을 주기 위한 식기와 각종 집기들이 기존 학급 교실에 그대로 들어온 겁니다.

[김신안/교사]
"저희 아이들은 5학년이라서 키가 커서 이거를 또 만져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염려되는 그런 부분도‥"

늘봄학교에 교실을 내준 교사는 온갖 잡동사니가 쌓인 창고에 앉아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가희/교사]
"애들을 보내고 난 후에 수업 준비를 할 공간이 없다는 게 가장 커요. 제가 쓰는 교과서 지도서 또 준비물 등이 다 교실에 있잖아요."

교사들은 늘봄학교 시행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2천여 개 학교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늘봄학교는 2학기부터는 모든 초등학교로, 내후년부터는 모든 학년으로 확대될 예정.

현장에서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밀어붙인다면 늘봄학교는 물론 정규 수업까지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가희/교사]
"너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학교로 밀고 온 느낌이라서‥체계적으로 뭐가 운영된다기보다는 그냥 진짜 애들이 잠깐만 모여 있다가‥"

교육부는 "제도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현장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간, 인력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장검증 김태윤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 영상편집 : 조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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