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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또 '공정성' 위반으로 MBC·YTN 중징계
'류희림 체제' 후 '기계적 중립'만 강조하며 징계
학계·시민단체 "추상적인 개념, 악용 소지 많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MBC의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보도를 비롯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연일 중징계하고 있다. 징계 근거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방송심의 규정의 ‘공정성’ 조항이다. 학계 등에서는 방심위의 무리한 징계의 근본 원인인 이 조항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C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또 중징계



방심위는 23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김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올해 1월 16일 방송)과 YTN 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보도한 YTN의 ‘뉴스N이슈’(2월 16일 방송)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방송사가 재허가·재승인 심사 시 감점을 받는 법정제재는 중징계로 분류되며, 최종 징계 수위는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두 보도 모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의 ‘공정성’ 등을 어겼다고 봤다. 9조는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검찰이 법원에 낸 의견서를 토대로 김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대해 “검찰 주장만 보도한 일방적 보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중징계 의견을 냈다. 또 YTN이 민영화에 반대하는 전국언론노조와 YTN 노조의 발언을 보도한 데 대해서는 "민영화에 찬성하는 YTN 소수 노조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며 중징계 의견을 밝혔다.

학계·시민단체·야당 "공정성 폐지"

김한메(왼쪽 세 번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 등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공수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류희림 체제’ 이후 공정성은 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주요한 징계 근거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여권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면서 비판 내용만 비중 있게 다루고 반대 목소리나 반론은 적게 다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양측 입장을 전하는 방송 시간과 각종 토론 프로그램의 성향별 패널 수를 똑같이 맞춰야 한다는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며 이를 어기면 공정성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방심위가 최고 중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 정부 비판 보도 대부분이 이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공정성' 조항의 악용 우려 때문에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조항 폐지를 요구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4·10 총선 공약으로 "방송심의규정 중 ‘공정성’ 부분 전면 개정 또는 폐지"를 제시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심위의 공정성 기준이 달라지고 심의위원들의 자의적 기준으로 논란을 양산해왔으며 앞으로도 정치·표적 심의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며 “시대적 효용이 없다면 폐지가 마땅하고, 그럼에도 공정성 심의가 필요하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에도 공정성을 이유로 언론 보도를 징계하는 사례는 드물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들은 공정성 조항을 매우 완화된 형태로 적용하거나 공정성 대신 ‘비차별성’이라는 용어로 바꿔서 적용하는 추세”라며 "비차별성은 언론 보도에 등장하기 힘든 약자의 목소리, 소수 의견까지 함께 전달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정성은 추상적인 개념이라 필연적으로 과도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으므로 과감하게 삭제하고 잘못된 보도가 있으면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사법적 판단 이후 사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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