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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40대 A씨는 최근 급격히 상황이 나빠진 사업체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주거래 은행 계열 캐피털사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부결’ 통보를 받았다. ‘신용 점수가 너무 낮다’는 이유였다. 다른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의 문도 두드려봤지만 허사였다. A씨는 결국 카드론(신용카드사 단기 대출)으로 급한 불을 끈 뒤 대부업체를 찾아 돈을 빌렸다.

캐피털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 전반이 중·저신용자에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부동산 시장 경색과 경기 하강이 겹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곳곳이 부실해지고 개인대출 연체율까지 치솟자 심사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 취약층은 금리가 법정 최고 한도(연 20%)에 육박하는 카드론이나 대부업체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캐피털·카드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 규모는 8조790억원으로 전년 말(9조5060억원) 대비 1조4270억원(15%) 감소했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인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10%대 초·중반 금리로 융자금을 내주는 상품이다. 이 기간 캐피털·카드업계의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도 85만6450건에서 75만2020건으로 10만4430건(12.2%) 줄었다.

저축은행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중금리 대출 잔액이 7조3720억원으로 1년 전(11조4410억원)보다 4조690억원(33.6%) 급감했다.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큰 폭으로 줄인 것은 부동산 PF 부실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 큰돈을 내준 사업장들이 최근 1~2년 새 속속 고꾸라지면서 지난해 말 연체율이 6.6%대까지 뛰었다. 지난해 저축은행 79곳은 55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같은 합계 순손실 기록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한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상위 5개 대형사부터 금융지주 계열사, 중·소형사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점수 500점 이하 최저신용자를 받아주는 저축은행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3월 말 신용 500점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 수는 9곳이었는데 지난달 말에는 2곳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축은행 대출 상품 수는 11개에서 3개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제2 금융권에서 외면당한 차주는 대부업체로, 불법 사채 시장으로 떠밀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관계 기관을 모아 “불법 사채 대응을 더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대부업체는 애초에 담보를 요구해 개인이 돈을 빌리기 쉽지 않은 구조라 캐피털사와 카드사, 저축은행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정책성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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